가깝고도 먼 두 남자 이야기, ‘이웃사촌’
가깝고도 먼 두 남자 이야기, ‘이웃사촌’
  • 손도원
  • 승인 2021.01.02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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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2020.11.25 개봉감독: 이환경
이웃사촌/ 2020.11.25 개봉/ 감독: 이환경

 

코로나19로 신작 가뭄을 앓고 있는 극장에 영화 ‘이웃사촌’이 지난해 11월 25일에 개봉했다. 이웃사촌은 해외에서 입국하자마자 가택 연금 형을 받은 야당 총재 이의식의 이웃으로 도청팀이 파견돼 함께 지내는 이야기를 담는데, ‘7번방의 선물’을 맡았던 이환경 감독(이하 이 감독)이 총괄했다. 이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두 남자의 우정과 교감, 가족의 소통을 먼저 생각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택 연금 사건이 떠올랐다”라며 영화의 모티브가 김대중 전 대통령임을 밝혔지만,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담은 것은 아니기에 정치적으로 보지 말아줬으면 한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의식이라는 배역에 특정 인물을 투영하지 않고 바라본다면, 이 영화는 레트로 감성의 코미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진 점은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였다. 특히 한때 ‘천만 요정’이라는 타이틀로 활약했던 배우 오달수는 이번 영화에서 이의식을 연기했는데, 과거 이미지가 무색할 정도로 진중한 연기가 돋보였다. 평소 오달수가 맡은 배역은 대부분 정겹고 웃긴 캐릭터였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가족과 이웃에게 정 많고 따뜻한 아버지의 모습을 웃음기 하나 없이 연기했다. 이에 반해 배우 정우는 이의식을 도청하는 도청팀장으로, 작품에서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입체적인 배역이었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그저 정부에 충실한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 도청팀장으로 이의식을 적대하지만, 대학생 시위 운동을 하던 친동생이 체포돼 안기부에서 고문을 받기도 하고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시련을 겪으며 가족과 이의식을 대하는 태도도 변화한다. 주연들뿐 아니라 이의식의 딸 이은진을 연기한 배우 이유비, 독재 정권의 권력가를 연기한 배우 김희원 등 조연들의 연기도 돋보였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덕분에 전반적으로 몰입감 있는 영화라고 느꼈지만 분명 아쉬운 점도 있었다. 초중반까지는 가볍고 따스한 가족 코미디 느낌이 강했으나, 막바지에는 코미디라는 요소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흐름이 어색해지는 부분도 있었다. 게다가 모티브가 된 소재가 워낙 정치적인 요소이고 실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도 많아, 그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가택 연금이라는 특별한 소재로 단절된 공간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가족애를 표현했고, 상반된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변화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