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모순으로 가득하다. 누군가에게 삶은 행복의 절정이고, 누군가에게는 행복해지려 애를 써야 하는 부담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마땅히 지탱해야 할 순간이기도 하다. 그런 모순 속에서 주인공 안진진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결단코 ‘나’를 장악하며 한 생애를 살아야 할 사람”이었다고.
부유하지만 평온함이 무덤 속과 같다는 이모와 쌍둥이지만 정반대로 팍팍한 시련에 강해지는 엄마를 보며, 안진진은 모순이 빚어내는 불편한 상황들을 대면한다. 그러나 ‘인생의 부피를 늘려주는 것은 우리가 그토록 피하려 애쓰는 불행’ 그 불편 덕분이라는 걸 깨닫고서 제 살길로 향해가겠다고 다짐한다. 남들이 보기에 술주정과 가출을 일삼는 무책임한 아버지는 한편으로, 생각하는 행위가 사람을 살아가게 만든다는 것뿐 아니라 그 용량을 초과하면 곤란해진다는 교훈을 남긴다. 그녀의 삶은 누가 봐도 평탄하지 않았다. 쌍둥이인 이모와 엄마의 모순된 운명을 떠올리자면 그녀는 누구보다도 세상을 원망하기 쉬웠다. 그런 안진진에게 가장 큰 힘은 모순된 세상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한편 무조건 옳지 못한 존재란 없다고 자신을 북돋우는 긍정이었을 테다.
책 ‘모순’은 1980년대 여름, 시끌벅적한 세상에 용기를 잃은 사람들에게 위로의 무언을 건네고 싶다는 마음으로 쓰인 소설이다. 작가조차도 어렵기만 하다는 ‘모순으로 얽힌 삶’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서로의 다른 삶을 모사함으로써 마음은 복잡해지나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는 모순에 끊임없이 맞닥뜨리도록 만든다.
누구나 이따금 자신의 편린만을 사색하다가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기 마련이다. 타인의 편린을 엿보다가 위축돼 버려 자신의 단조로운 일상을 답답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누구나 모순되고 예측 불가한 하루를 살아간다. 그 속에서 우리는 꼭 남달리 특별한 길을 찾아야 하는 것도, 삶의 모순에 순응해야 하는 것도 아니며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하곤 한다. 갓 사회의 모순을 맛본, 사회로 나아갈, 또는 정체된 마음으로 삶을 지탱하는 20대들에게 안진진의 보통의 삶이 위로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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