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전쟁, 총성 없는 세계 전쟁
리튬 전쟁, 총성 없는 세계 전쟁
  • 조원준 기자
  • 승인 2023.04.17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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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 가격 추이 및 매장량 국가 순위(출처: 헤드라잇)
▲리튬 가격 추이 및 매장량 국가 순위(출처: 헤드라잇)

전 세계가 리튬 주도권을 갖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리튬 가격은 3년간 10배가 넘게 올랐으며, 세계 1위 리튬 생산기업인 앨버말은 연 매출이 전년보다 119.9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1주당 창출한 이익을 보여주는 EPS 지표는 무려 2054.72% 증가하며 급격히 상승한 기업 가치를 보여줬다. 현 상황에 대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리튬 정제사업을 ‘돈 찍어 내는 면허’라고 하기도 했다.

 

리튬 전쟁의 서막, 전기차의 등장

리튬의 가치가 급등하게 된 것은 최근 들어 전기차 시장이 성장한 영향이 크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부품이며 비용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리튬은 가장 많이 쓰이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주원료로, 리튬의 전체 수요 중 배터리가 차지하는 수요만 89%에 달하며 2040년에는 2020년 대비 42배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전도성이 매우 좋고 밀도가 낮아 가벼워 △높은 에너지 밀도 △나타나지 않는 기억 효과 △자가 방전 미발생이라는 장점이 있다. 따라 스마트폰, 노트북 등 전자 기기들에 많이 사용된다. 특히 스마트폰에는 리튬이 5g밖에 들어가지 않지만, 전기차 배터리는 무려 60kg의 리튬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완성차 기업들은 배터리 회사와 경쟁하며 직접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려 한다. 전기차 생산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직접 생산함으로써 수직통합 체계를 완성하려는 것이다. 이는 △배터리 회사 의존성 저하 △생산설비의 통합으로 인한 효율성 증가 △공급 안정성 증가와 같은 이점이 있다. 따라서 전기차 시장이 활발해진 2021년부터 자연스럽게 리튬의 수요가 폭증했다. 이와 동시에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가 맞물리면서 리튬 시장이 과열됐다.

 

리튬 전쟁의 진행 상황은

리튬은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적고, 대부분의 리튬 생산이 일부 국가에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국가별 편중이 심하다. 이에 주요 리튬 매장국은 발 빠르게 국유화에 나서며 이익을 확보하고 있다.

리튬 매장량으로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칠레는 국영 리튬 기업을 설립할 예정임을 발표했으며, 세계 10위인 멕시코는 리튬 국유화를 선언했다. 시장에 공급되는 리튬 중 6%를 차지하는 아르헨티나는 정부에서 리튬을 전략 광물로 지정하며 기업들의 채굴권을 정지했다. 또한 전 세계 리튬의 65%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리튬 삼각지대’를 끼고 있는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3개국은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본떠 ‘리튬 OPEC’를 만들고자 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내 및 해외 기업은 리튬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최대의 전기차생산기업 테슬라가 진행한 △리튬 채굴·생산업체 시그마 리튬 인수 논의 △미국 리튬 채굴업체 피드몬트 리튬과 장기 공급 계약 체결 △피드몬트 리튬과 리튬 정제공장 건설 추진 등 막대한 투자들은 기업들의 광물 확보가 얼마나 치열한지 보여준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리튬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인 LG화학은 피드몬트 리튬과 총 20만 톤 규모의 리튬 정광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리튬 정광은 리튬 광석을 가공, 농축하여 만든 고순도 광물로, 배터리 제조의 핵심 원료인 수산화 리튬을 추출할 수 있다. 기업들은 개별적인 핵심 광물 확보를 하는 동시에, 더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 미국 국무부 주도로 출범한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을 활용하고 있다.

 

떠오르는 환경 문제

최근 미국에서는 리튬 생산량을 증대하려는 정부에 환경단체들이 맞서면서 갈등을 빚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환경 문제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전기차가 주목받았고, 리튬 전쟁이 시작됐지만 시장의 과열로 인해 또다시 환경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리튬을 광석에서 추출하는 과정에서 첨가하는 점토와 황산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유해 부산물들은 △수질 악화 △인근 주민들의 목장 파괴 △대기 오염 △멸종위기 동·식물 위협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채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는 점도 비판받고 있다. 나아가 국립환경과학원에서는 친환경 자동차 폐배터리를 유독물질로 분류하고 외부에 노출되면 유해한 물질을 뿜어낸다고 지적한 만큼 폐배터리도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많은 기업이 노력해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새로운 산업이 발전 중이다. 특히 2050년에는 시장 규모가 600조 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리튬 전쟁에 너나 할 것 없이 글로벌 자동차 업체, 배터리 기업, 정부 등이 뛰어들고 있으며 앞으로 전기차 사업이 확장됨과 함께 더욱 과열될 것이다. 리튬 수급이 배터리가 들어가는 전 사업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중요한 사업이기에 이 전쟁에서 누가 승리할지 시선이 주목된다. 하지만 무차별적인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리튬의 지속 가능한 생산을 위한 기술 발전, 환경 문제 해결에 대해 국제적인 고민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리튬 전쟁이 환경과 산업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지구와 우리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방향으로 끝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