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적으로 공부하고 열심히 노세요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열심히 노세요
  • 조원준 기자
  • 승인 2023.03.01 2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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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유니 Do Danh Cuong 교수
▲빈유니 Do Danh Cuong 교수

빈유니와 뜻을 함께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빈유니는 포스텍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포스텍은 포스코가 사회 발전과 인재 양성이라는 큰 목표를 가지고 설립했고, 실제로도 그 목표를 이루고자 많은 재정을 투자해 끊임없이 달려나가고 있다. 빈유니도 민간 기업에서 비슷한 목표로 만든 대학이다. 빈유니는 계속해서 포스텍을 따라가고 있고, 20~30년 안에 포스텍을 따라잡기를 희망하고 있다. 내가 빈유니를 선택한 이유는 그렇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빈유니가 포스텍만큼 큰 야망을 품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베트남인으로서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베트남 사람들은 대부분 삶의 질을 높이고 자신도 더욱 성장하고자 하는 야망이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같은 이상을 가진 빈유니라면 큰 재정적인 지원을 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해 선택하게 됐다.

 

다양한 국가의 여러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인가요?

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한국은 베트남과 달리 좋은 인프라와 체계적인 업무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특히 대학의 좋은 연구실과 실험 장비, 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기숙사가 기억에 남는다. 양질의 결과를 위해 사람들이 밤낮없이 연구하던 모습과 수학 분위기 또한 인상적이었다. 그때 한국에서 지내며 많은 대학이 한국의 모습처럼 가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 대학에서의 경험은 이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한국 사람들은 베트남 사람들과 일하는 방식이 달라서 처음에는 한국 생활이 아주 힘들었다. 베트남에서는 보통 8시부터 일하고 6시에는 퇴근한다. 반면, 한국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는 교수님이 오전 9시에 연구실에 오시고 자정에 퇴근하셔서 내 출퇴근 시간도 9시에서 자정으로 맞춰야 했다. 연구실에 오래 머무는 탓에 가끔 피곤해서 쉬고 싶을 때나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싶을 때, 집에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싶을 때 그런 시간을 보내지 못해서 힘들었다. 이를 해소하고자 일요일에는 늘 친구들과 베트남 음식을 요리해 먹고 축구를 하러 나갔다. 이후 한국을 떠나 연구하다 보니 비로소 한국에서 겪은 내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평소에 열심히 연구하고, 쉬는 날에는 열심히 놀아서 다시 일할 원동력을 얻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인처럼 열심히 일하고 연구하는 태도는 학문의 세계에서 살아남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연구 분야에 관해 간략한 소개 부탁합니다

미세 전기 시스템(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 이하 MEMS)은 미세한 3차원 구조물로, 다양한 입력과 출력 신호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보통 실리콘, 세라믹 등의 재료로 만들어지며 회전이나 가속도를 감지하는 센서로 이용된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상보적 금속 산화물 반도체(Complementary Metal-oxide Semiconductor, 이하 CMOS)는 마이크로프로세서나 정적 램(SRAM)과 같은 디지털 회로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집적회로의 한 종류이다. 나는 CMOS를 이용해 전력 절감을 최소화하는 MEMS를 만드는 연구를 했다. 매우 높은 다리나 건물에서 MEMS 센서를 사용하려면 전원을 연결해야 하는데, 전원을 높은 곳에 연결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CMOS를 이용한 MEMS 센서는 별도로 전원을 연결하지 않아도 10년 동안 배터리만으로 작동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MEMS 센서에 비해 몇천 배의 전력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산업에 바로 적용하려면 전력과 센서의 민감도를 높이는 대신 센서의 감지 반경을 줄이는 등 센서의 내부적인 기능을 조금 포기해야 한다. 아무래도 산업계에 적용하려다 보니 한계가 있지만, 후대의 연구자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리라 생각한다.

 

연구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합니다

학부를 졸업하기 전에 휴식을 충분히 취하길 바란다. 뛰는 시간이 있으면 쉬는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유능한 동료와 일하고 열심히 공부할 기회를 얻겠지만, 그만큼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친구, 가족과의 시간을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전문 지식뿐만 아니라 소통 능력, 발표 능력과 같은 소프트 스킬을 기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베트남과 한국을 포함한 많은 아시아 사람들이 콘퍼런스에 좋은 연구 결과를 가져오지만, 소통에 어려움을 겪거나 생각을 전달하지 못해 난감해하는 상황이 종종 있었다. 연구실에서만 열심히 일하면 좋은 과학자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 삶이 온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을 수 있다. 길게 보면 여러분은 교수가 돼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산업계에서 다른 동료들과 협력할 가능성이 크기에 이런 능력을 잘 길러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