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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만평 | times | 2023-11-07 20:31

부조리가 판치는 이 세상에 우울해져 갈 때면, 나는 언젠가 진실을 보증하는 엄밀한 과학이 우리를 구원해 줄 것이라는 그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 본다. 일찍이 라이프니츠는 이 세상을 바로잡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오류가 없는 총체적인 추론체계인 ‘보편과학’을 구성하는 것이라 믿었다. 오직 하나의 명료한 의미만을 가지는 보편기호와 이들을 타당하게 조합하는 보편법칙들. 이들로 이 현실 세계와 언어를 체계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면, 옳고 그름은 단지 이 체계를 분석하는 기계적인 일로 깔끔하게 환원된다. 이제 사람들 사이에 논쟁이 있을 때면 우리는 이렇게 외칠 것이다. “누가 옳은지 한번 계산해보자!” 라이프니츠의 이 담대한 기획은 생전에 진전을 보지 못했지만, 그 후계자들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역사 속에 부활해 이어져 왔다. 하지만, 여전히 이 세상은 그가 꿈꾸었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예상치 못한 세계의 기이한 진실 앞에 이러한 도전들은 번번이 좌절돼 왔기 때문이다. 과학이 발전할수록 웬일인지 자연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면모들은 깊어져만 가고, 인간이 지닌 지능과 의식의 실체는 여전히 안개 속에 머물러 있다. 또한, 우리가 판단해야 할 중요한 문제들은 사

사설 | times | 2023-09-27 07:13

만화/만평 | times | 2023-09-27 07:12

아기들이 늘 쌍둥이로 태어나 평생 한 ‘켤레’를 지어야만 하는 마을에서 고고는 홀로둥이로 태어났다. 고고는 다른 홀로둥이인 노노와 함께 살게 되지만, 병을 앓던 노노가 마을을 떠나면서 고고 또한 마을을 떠나야만 했다. 그런데도 ‘홀로’라는 두려움에서 서로를 구했다는 이유로 고고는 그 엉망을 이해해보려 노력한다.책 ‘고고의 구멍’은 빠른 호흡으로 고고의 강단 있는 여정을 서술한다. 북반구의 습지와 협곡, 남반구의 지도리, 마지막으로 새들의 땅까지. 드넓은 세상으로 나아간 고고는 처음 느껴 본 변화의 범위와 세기에 압도됐다. 낯섦에 대한 고고의 깨달음은 두려움이 되고, 두려움은 고향에 가고픈 그리움을 일깨우기도 했다.더 큰 시련은 ‘어느 날 가슴에 난 구멍’이었다. 처음에 고고는 구멍에 꼭 맞는 무언가를 찾으려 조바심을 냈다. 구멍이 자신을 끝나지 않을 법한 울음과 증오에 차오르게 만든다고 생각했기에, 상처뿐이 남았다. 그러다가 땅에 뚫린 크레이터를 보고 자신의 구멍을 떠올리며 ‘망울’의 크레이터를 메우는 협곡인들을 찾아간다. 협곡에서 고고는 비비낙안을 만나 ‘어떤 상처도 남의 도움으로만 아물지는 않으며, 스스로 아무는 것’임을 배운다. 지도리에서는 소인족인 금

포스테키안의픽 | 손유민 기자 | 2023-09-06 11:54

누군가에게 내 소개를 할 때 “저는 열유체를 연구하는 기계공학과·원자력공학과 소속의 교수입니다”라고 소개한다. 여기서 나의 전공을 대표하는 말은 ‘열유체’인데, 솔직히 말하면, 20년 전의 나는 저런 단어가 세계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다. 지금의 내가 20년 전의 내게 답하자면 ‘열유체’라는 건 ‘열이라는, 우리가 흔히 느끼는 뜨겁다 혹은 차갑다의 기준이 돼주는 에너지를 전달하는 액체 혹은 기체 상태의 유체 전달’을 의미한다고 이야기하겠지만, 이런 추상적인 설명이 20년 전의 내게 이해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 참고로 나는 20년 전에 우리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고등학생이었고, 몇 년 후에는 실제로 그 목표를 이뤄 아주 만족스럽게 대학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본인이 고등학교 때까지 원하던 어떤 목표가, 대학에 들어와서 실제로 배워보니, 그저 존재하던 그 분야에 나 자신이 무언가 판타지를 만들어 좇아온 허상이었다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말이다.사람들이 깨는 순간이 가끔 있다. 책상에 엎드려 자다가 책상을 발로 차면서 깨듯이, 적당한 습도와 시원한 온도를 만끽하면서 귓속에서 나오는 리듬을 타고 달리던 가운데에 갑자기 멈춰 서듯, 그렇게 갑자기 깰 때가 있다. 아주

노벨동산 | 조항진 / 기계 부교수 | 2023-09-06 11:52

‘여러분의 꿈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한 번쯤 들어봤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나를 소개하는 항목에서 흔하게 봤던 문장이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돈을 많이 벌어서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는 것’이라고 적어왔다. 그런데 이번 여름방학에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일이 있었는데 질의응답 시간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선생님은 꿈이 어떻게 돼요?” 초등학교 아이들의 순수하고 호기심 많은 수많은 질문 중 가장 나의 말문을 막히게 하는 질문이었다. 평소와 같이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것을 꿈으로 말하기에는 아이들이 실망할 것 같았고 기대하는 답변이 아닐 것 같았다. 나도 거창하고 멋있어 보이는 꿈을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문득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급하게 “유명한 공학자가 돼 돈을 많이 버는 것이야~”라고 마무리를 지었다. 집에 가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어렸을 적에는 방송 PD, 작가, 연예인, 의사, 사육사 등 되고 싶었던 것도 많고 하고 싶었던 것도 많았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미래에는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어쩌면 답

지곡골목소리 | 박지윤 / 전자 21 | 2023-09-06 11:51

학교에서 생활하다 본가에 가면 큰 변화를 체감하는 생활 습관 중 하나가 쓰레기 배출이다. 학교에서는 가까운 쓰레기통에 버리면 그만이지만, 집에서는 쓰레기통이 가득 차면 밖에 나가서 분리배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 쓰레기 배출 문화는 집보다는 편하고 너그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를 넘어 ‘끓는 지구’ 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만큼, 쓰레기 배출은 어디에서나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배달 음식 쓰레기로 뒤덮인 우리대학, 분리배출 문제 심각’을 읽고 주요 쓰레기 배출 장소의 지저분한 모습이 떠올랐다. 나 또한 쓰레기 더미 위에 젠가를 올리듯 쓰레기를 얹은 적이 종종 있다. 전날 밤에는 넘치던 쓰레기통이 다음날 마법같이 비어 있으니 정말 편리하지만, 매일 아침 쓰레기를 분리하시는 청소노동자분들을 보면서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 뒤에는 보이지 않는 노고가 있음을 되새기게 된다.대학 측에서 쓰레기통 포화 지역에 추가 쓰레기통을 비치한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기사 설문조사에서 언급됐던 학생 이용시설의 분리배출 정보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기사에 사용된 사진에도 나타나듯이, 플라스틱류 쓰레기의 대부분은 페트병이나 카페

독자리뷰 | 정유진 / 컴공 21 | 2023-09-06 11:50

지난 7월 21일부터 대한민국에는 칼부림사태가 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우석대 배상훈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칼부림 사태를 “심리적으로 불안한 개인이 억누른 자신의 분노를 이번 계기로 모방 범죄화한 것이다”라며 원인에 대해 분석했다. 칼부림 사태의 첫 사건이 도화선이 되긴 했으나 그 본질적인 원인은 ‘심리적으로 불안해진 개인’에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빠른 발전은 편리함을 비롯한 많은 이점을 가져오지만, 이를 누리는 사람에게도 빠름을 요구한다. 풍요로워진 만큼 성공의 기준은 높아졌고, 소통이 원활해진 만큼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살게 됐다. 통계청에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경제가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청년에게는 생계에 대한 고민이 더 많이 나타났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요즘 사회에서 20대는 불안함의 가운데 있다. 스스로 설 자리가 불안하다 보니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 아닌 나만을 위해 사는 것을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게 다수가 스스로만을 위하게 되면 개인은 심리적인 고립감과 불안감을 느껴 더욱 자신만을 위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커진 불안함은 급박함과 과격함으로 이어지기 쉬우며 이것이 표현, 행동으로 드러난 결과가 지금의 사

78오름돌 | 고평강 기자 | 2023-09-06 11:48

자존감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이는 나를 사랑하는 정도라 하고, 어떤 이는 내가 나를 대하는 자세라 한다. 저마다 다른 자존감의 기본적인 차이는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달려 있다. 자존감은 우리의 인생을 아울러 우리가 하는 △말 △행동 △판단 △선택 △감정 등 모든 방면에 영향을 준다. 어떻게 보면 ‘정신 건강의 척도’라고 할 수도 있겠다.나는 살아오면서 수많은 좌절을 겪었지만, 지금도 기억에 남는 일들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중학교 1학년 첫 시험과 고등학교 입시 실패다. 중학교 1학년 때는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첫 정기고사가 실시됐는데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초등학생 때는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고 중학교 공부도 비슷하겠거니 생각했던 나는 그 당시 처음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의심이 생겼다.이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은 단순하게도 그 다음에 본 시험, 즉 2학년 1학기 중간고사였다. 이전과 달리 한 달의 기간 동안 계획을 세워 시험을 대비했다. 그 결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고, 이후 시험공부에 필요한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점점 효율적으로 공부해 3학년 때는 고등학교 입시 준비로 거의 시험 준비에 시간을 들이지 못하

78내림돌 | 이이수 기자 | 2023-09-06 11:48

올여름 영화 흥행의 압도적 1위는 미국의 이론물리학자이자 ‘원자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을 다룬 ‘오펜하이머’다. 영화의 원작은 2006년 출판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이다. 프로메테우스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올림포스의 신들 이전에 존재했던 티탄족으로 ‘먼저 보는 자’라는 이름만큼이나 완벽한 예지력을 가졌다. 그는 신들의 불을 훔쳐 인간들에게 가져다준 걸로도 모자라 미래를 알려달라는 제우스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은 죄로 영원히 바위에 묶인 채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았다. 프로메테우스는 이러한 자신의 운명을 미리 내다보고도 인류의 생존을 위해 기꺼이 자기 간을 내주었을 것이다.평전의 저자들은 미국인들에게 핵무기를 안겨주고도 소련 간첩으로 몰려 온갖 수모를 겪어야 했던 오펜하이머를 프로메테우스에 비견했다. 하나 프로메테우스는 신으로부터 처벌받은 대신 인간들로부터는 숭배받았지만, 오펜하이머를 처벌한 건 그로부터 핵무기를 받은 인간들이었다. 그러나 어쩌면 그를 영원히 괴롭혔던 진정한 형벌은 공직을 박탈한 청문회나 그의 등 뒤에서 벌어진 배신과 암투가 아니라 형언할 수 없이 무거운 죄책감과 무력감이었을 것이다. 1945년

사설 | times | 2023-09-06 11:46

만화/만평 | times | 2023-09-06 11:44

누구나 자신의 허위적이고 가식적인 면을 자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책 ‘인간 실격’은 이런 인간의 지극히 ‘인간적’이면서도 ‘비인간적’인 면을 고발하고 있다. 그런 인간의 특성을 지니지 못한 채로 태어난 주인공 ‘요조’는 타인의 의중과 속마음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며 살아가고, 결국 자신이 인간으로서 실격되었음을 깨닫는다.요조의 삶은 서문에서 세 장의 사진을 통해 직관적으로 표현된다. 첫 번째 사진은 요조의 유년 시절 사진으로, 그를 원숭이가 웃는 얼굴이라 묘사하며 그가 사람들을 웃기는 광대로 살아왔음을 암시한다. 두 번째 사진의 요조는 인간의 모습을 갖췄으나 여전히 가식적인 모습이다. 이때 요조는 세상에 섞여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이방인으로서 존재하고 있다. 세 번째 사진은 ‘안개처럼 사라져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 얼굴’이라고 서술하고 있는데, 이는 마침내 요조가 인간의 자격을 박탈당했음을 뜻한다.우리는 언제든지 이방인이 될 수 있다. 타자와의 불확실한 관계 속에서 신뢰를 기반한 교감을 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공동체에 소속됨으로써 삶의 원동력을 얻을 수 있다. 그렇기에 인간은 운명적으로 고독과 불안을

포스테키안의픽 | 정유현 기자 | 2023-06-15 09:37

예전부터 일상에서 낭만을 찾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필수적인 일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힘들고 지치더라도 가끔은 소소한 일탈의 시간을 가지며 삶의 원동력을 얻었다. 고1 때는 동네를 산책하며 보이는 꽃들의 꽃말을 조사하는데 하루를 다 보낸 적도 있었고, 고3 때에도 힘들 때면 한강 다리 위에 있는 카페에서 공부하며 생각을 환기하곤 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놀러 다닌 것과 다름이 없지만, 그것이라도 없었다면 일상을 살아갈 힘이 부족했을 것이다.대학에 와서도 내 몸은 낭만을 잊지 못했다. 포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바쁜 와중, 쏟아지는 과제와 꼬여버린 인간관계는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이 와중에 술은 내 정신을 더 빠르게 갉아먹었고, 게임은 좋지 않은 실력으로 나에게 좌절감만 안겨주었다. 정신력을 회복하기 위해 하루빨리 ‘낭만’이라는 연료를 어디선가 공급해 와야만 했다.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형산강을 산책하는 것이다. 강가 주변의 식물과 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상쾌함을 얻을 수 있었다. 자연 속에 있는 느낌이 일상과 분리된 느낌을 주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주었다. 특히 혼자서 산책하다 보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지곡골목소리 | 조영찬 / 무은재 22 | 2023-06-15 09:35

지난달 10일, 오랜 리모델링 기간을 거쳐 학사주점 ‘통나무집’이 재개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무기한 휴업에 돌입한 후 4년 만에 돌아온 통나무집인 만큼 우리대학 구성원 모두의 기대가 컸다. 특히 필자는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회의 문화기획 국원으로서 통집맥주파티 행사 기획을 맡았다. 그렇기에 ‘새로운 오래된 것, 부활한 통집 2.0’ 기사가 가장 인상 깊었다.더욱 나은 콘텐츠, 더욱 인상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고민은 4월 초부터 시작됐다. 10명 남짓의 문화기획국 국원들과 매주 월요일마다 3시간씩 회의하며 통집맥주파티의 계획을 조금씩 쌓아나갔다. 회의의 부제는 ‘바쁜 학교생활의 쉼표가 될 수 있는’이었다. 많은 수업과 과제로 지쳐있는 포스테키안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대학 시절을 떠올리면 기억의 한 칸에서 떠오를 통나무집의 시작을 열고 싶었다. 그래서 바쁜 와중에도 행사 준비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재개점 당일에도 필자는 축제 진행 담당자로서 활동했다. 질서유지, 무대 행사 진행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 비록 행사를 온전히 즐기진 못했지만, 진심으로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큰 뿌듯함을 느꼈다.이번 행사를 준비하며, 누군가에게

독자리뷰 | 김태윤 / 무은재 23 | 2023-06-15 09:34

옛말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낮말이든 밤말이든 모두 들린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언제 어디서든, 그저 휴대전화 하나만 있으면 지구 반대편 소식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편리함만 존재하는 것 같은데, 어찌 이런 세상의 불편함을 논할 수 있을까. 우리는 분명 편리한 사회를 살고 있다. 당장 공부할 때를 생각해 봐도 우리는 이전에 누릴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다. 전문가처럼 답변해 주는 인공지능 챗봇과 과제를 함께하고, 무거운 전공책 대신 아이패드를 쓸 수 있으며, 녹화 강의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속도로 돌려보며 수준에 맞게 배울 수 있다. 그 이외에도 일상생활에서 과거에 비해 직접 움직이기보다는 자리에 앉아서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편리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불편한 시대에 살고 있기도 하다. 아무리 비밀을 지키려 해도 개개인의 일상이 노출되기가 너무 쉬운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모습은 CCTV에 찍히고, 말들은 녹음기에 담긴다. 주고받은 전화 통화와 메시지들은 고스란히 누군가의 휴대전화에 저장된다. 페이스북, 구글, 유튜브 등 대부분이 사용하는

78오름돌 | 최대현 기자 | 2023-06-15 09:33

지난 5월 22일부터 6월 9일까지 현재 3학기 이상 재학 중인 무은재학부생을 대상으로 전공학과 신청이 진행됐다. 무은재학부라는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하니 아쉬움도 많고,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기도 한다. 우리대학에서 무은재학부생의 지위는 가히 막강하다. 전공에 대한 책임 없이 자유를 양손 가득 쥐고 모든 전공 선택의 가능성을 저울질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무은재학부라는 따스한 품을 떠나 다소 험난할지 모르는 학과생활에 한 발 들어설 때다. 전공 선택 자유의 이면에 암묵적인 부담감이 공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대학 학부생 중에는 과학고등학교 출신 조기졸업생이 많고, 학부 중에 군대를 다녀오는 경우가 많지 않아 빠르게 학과에 진입해 8학기 내 졸업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같은 학번이면서 한 살 어린 동기들을 볼 때면 마치 내가 재수생이 된 것 같아 대학 생활의 여유를 느끼지 못할 때가 많았다.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나 사실은 빠르게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는 압박도, 중도 포기 없이 졸업해야 한다는 압박도 느낄 이유가 없다. 학과에 진입해서도 전과가 자유롭고 복수전공과 부전공의 기회가 모든 학생에게 열려있기 때문이다. 선택한 전

78내림돌 | 김윤철 기자 | 2023-06-15 09:32

지난달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연구중심의대 설립’ 토론회가 개최됐다. 그리고 다음 날 지역의 일간지에는 ‘포스텍 의대 설립, 지역 의료서비스 개선 우선 고려를’이라는 사설이 실렸다. 의대 설립을 통해 우리대학이 추구하는 방향과 지역사회에서 희망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우려의 사설이었다. 포스텍이 지향하는 연구중심대학은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고 바이오헬스 기술과 바이오의약품의 상용화를 통한 산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지역사회의 일각에서는 의대와 병원 신설을 통해 지역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의료서비스가 개선되기를 우선적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업을 추진할 때 다양한 요구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1986년 포스텍이 설립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포스코는 첨단과학기술 개발과 소수정예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세계적인 대학 설립을 목표로 하였지만, 당시 4년제 대학이 없던 지역사회에서는 지역의 우수인재가 굳이 서울로 가지 않고 진학할 만한 좋은 대학의 설립을 희망했다. 당시로서는 둘 다 좋은 목표였지만 현시점에서 바라본다면, 첨단과학기술 개발과 신산업 창출을 통해 지역사회의 ‘격(格)’과 ‘부(富)’를 높이는 지금의 포스텍이 훨

사설 | times | 2023-06-15 0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