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115건)

‘난 왜 뽑힌 거야?’바보처럼 멍하니 합격통지서를 확인한 순간부터 그 고민은 시작됐다. 나보다 학교 성적도 좋고 착하고 재능 있는 친구들도 많은데 이렇게 좋은 학교에 내가 뽑혔다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 입학사정관 선생님, 교수님 가리지 않고 여쭈어 보며 돌아다녔지만, 그 누구도 속 시원한 답변을 내주시진 않으셨다. 결국 지쳐서 내가 그렇게 인상 깊었던 학생은 아니었겠거니 생각하면서 풀리지 않는 고리타분한 고민을 밀어두고 꿈같이 행복했던 학교생활을 잠시 동안 만끽했었다.그런데 힘든 순간들마다 그 고민이 떠올라 나를 괴롭혔다. 과제와 퀴즈점수가 형편없이 바닥을 치던 날, 첫 중간고사를 앞둔 날, 진로 때문에 고민하던 날, 심지어 농구를 하다 사정없이 블로킹을 당했던 날에도 무의식적으로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넌 도대체 왜 뽑힌 거냐고. 뭐가 그렇게 잘나서 이렇게 좋은 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는 거냐고. 그럴 생각이 들 법도 한 것이 생활을 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수록 다들 멋있고 매력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항상 나보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가, 진로를 확실하게 정한 친구가, 키가 커서 농구를 편하게 잘하는 친구가 있기 마련이었다. 어렸을 때부

지곡골목소리 | 윤진혁 / 기계 14 | 2015-09-09 19:29

많은 학우들이 봤듯이 겨울부터 해서 지금도 우리대학 곳곳에서 까치가 보인다. 특히 이른 봄 즈음에 해 지기 전에 폭풍의 언덕과 국제관을 바라보면 수십 마리의 까치들이 풀 주위에 모여 있거나 줄을 이루어서 서있는 등의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도 최근에도 화학관 입구에서 까치둥지가 있는 것만 같은 아기 까치의 소리를 들으면서 마치 우리 학교의 상징인 듯 익숙해짐을 느낀다. 포스테키안 대부분이 학업 등으로 여러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까치처럼 자유로우면 어떨까 생각을 해보았다.우리학교에서 볼 수 있는 까치는 대부분이 배가 통통하게 나와 있고 배 부분이 하얗고 검은색을 띄고 있다. 까치의 색채부터 보면 하양과 검정의 극과 극의 색이 이루는 고전적인 조화로 평온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누구도 까치의 검은 색을 보고 죽음을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음의 안정을 줄 뿐만 아니라 까치의 배를 보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생존을 하면서 사는데 배부르게 산다는 것이 부럽다는 느낌을 준다. 우리 학교가 자연적이어서인지 먹이가 많아 까치들에게는 좋은 환경일 것이다. 반면에 우리는 학생 시절을 지나면 수많은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대비가 된다.사회적으로도

지곡골목소리 | 박태수 / 화학 14 | 2015-06-03 11:15

2015년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은 높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오늘도 급여가 높은 아르바이트를 찾아 서성인다. 그러나 사회 초년생들에게 수백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마련하기란 도무지 쉬운 일이 아니다. 등록금을 마련하려다 벌써부터 신용불량자가 되어버린 학생들도 적지 않다. 여기저기서 현실을 비관하며 자살기도를 하거나 학업을 포기해버리는 학생들이 속출한다. 교육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등록금은 사립대학이 734만 원, 국·공립 대학이 403만 원 정도이며, 이는 사실상 OECD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학비의 제도적 지원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며, 대학 재정의 등록금 의존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은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등록금 부담감을 떠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비싼 대학 등록금은 저소득 계층의 삶의 질을 하락시킨다. 대학에 다니려면 매년 1천만 원이 넘는 등록금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저소득 계층을 위한 학비 지원 제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나도 열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취업난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학업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감당

지곡골목소리 | 양운 / 신소재 13 | 2015-05-06 14:04

소년기에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게임은 언제나 인기 있었고 주된 이야깃거리가 됐었다. “축구 한 판 하러가자.”, “농구 한 판 하러가자.” 라는 말보다 “PC방 가서 게임 한 판 하자.” 라는 말이 더 큰 호응을 얻었다. 이제 게임문화가 놀이문화에서 주요한 입지를 차지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게임을 향한 사회의 시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따갑다. 게임을 많이 하면 퇴폐와 환락에 빠진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내몰면서 다른 놀이문화에 빠진 사람들은 열정적인 사람으로 추대를 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과연 게임 문화가 인간을 나쁜 길로 유혹한다는 사탄처럼 부정적인 문화일까?게임의 순기능 중 하나는 바로 의사소통을 통한 정신적 만족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온라인상에서 사람들과 현실보다 쉽게 이야기를 나눈다. 이는 현실에서 쓰고 있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가면을 벗음으로써 얻는 해방감에서 비롯된다. 즉, 게임을 통해 융의 심리학에서 말하는 페르소나를 벗어내면서 더 이상 남이 보는 나를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연다.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 해소를 통해 정신적인 만족감을 얻어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온라인 게임은 의

지곡골목소리 | 장원종 / 컴공 14 | 2015-04-08 17:15

한결 얇아진 옷과 분홍빛 벚꽃으로 물든 지곡연못은 봄이 왔음을 알린다. 이러한 학교 전경에서 돋보이는 것은 당연 신입생들, 대학생활에 들뜬 새내기들의 모습에 학교가 활기를 띤다. 그러한 새내기들의 모습에 반해 고학번으로 들어선 요즘의 나는 학교생활에서 예전과 같은 기대감이나 활기를 느끼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학교에 활기를 주는 신입생 친구들을 볼 때마다 서로 모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고마운 감정을 느끼곤 한다.그런 만큼 신입생들의 캠퍼스 로망을 조사한 기사가 지난 호 에서 가장 눈길을 끈다. 여느 대학 신입생과 마찬가지로 연애나 문화생활이 큰 부분을 차지했고, 공부와 학업에 뜻을 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 특이점이었다. 기사를 읽고 나는 신입생 시절 어떠한 로망을 가지고 포스텍에 왔는지 되돌아보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연애나 여행과 같은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기도 했고 새로이 만나는 친구들, 선배들과 두터운 친분을 쌓고 싶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다른 대학에서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다른 학교가 아닌 포스텍을 택한 이유는 학교에서 가장 열심히 하고 싶은 활동으로 학업을 꼽은 신입생들처럼 학업에 대한 열정이었

지곡골목소리 | 이지수 / 산경 13 | 2015-04-08 17:14

영화의 흥행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감독의 명성, 배우의 인기, 극장의 화려함. 모두 중요치 않은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영화의 흥행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관객들이 영화에 흥미를 느끼는 것 아닐까.이는 비단 영화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게임, 스포츠, 영화, 책 등 모두에 해당되는 이야기이며, 공부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수강했던 과목들 중 한 과목의 교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공부와 과제가 싫은 것은 그것들을 강제적인 의무로만 생각하고 즐겁다고는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묻고 싶다. 아무리 맛있게 먹겠다고 다짐해도 맛없는 요리를 맛있게 느낄 수 있는지.대학 진학 전까지만 해도 난 공부하는 게 즐거웠다. 물론 모든 과목이 다 내 마음에 들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내가 좋아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명확했다. 그리고 난 대학에 진학해서 배울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많이 기대했다. 내가 좋아 하는 것들을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니까. 하지만 막상 대학에 진학해보니 현실은 내가 꿈꿔왔던 것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었다. 오히려 수업에 대한 집중도도 떨어졌고, 만족감도 없다. 정말 재미없었다.교수님들이 훌륭한 연구자임은 틀

지곡골목소리 | 김도형 / 단일 14 | 2015-03-18 11:13

오는 3월부터 시행 예정인 기숙사 지역 게임 규제는 현재 교내의 가장 큰 이슈다. 그간 체육시설 사용료 징수나 식권 300원 인상, 실천선택 이수 Unit 기준 완화 등 큰 정책 변경이 여럿 있었으나, 게임 규제 정책에 학생 사회가 분노한 가장 큰 이유는 게임을 규제한다는 사실보다도 학생 대표와 학술정보처 간 회의록에서 나타난 소통의 부재 때문이다. 학생들은 회의록을 통해 학생 사회가 대학의 정책 구상에 있어 파트너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게임을 하지 않는 이들조차 이러한 소통의 부재를 규탄하고 있다. 리더십은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뛰어난 리더십을 위해서는 리더 개인의 능력, 확고한 자세, 굳센 신념과 더불어 리더가 구성원과 소통하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만약 리더가 하고자 하는 일이 구성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면, 자신의 신념을 다른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사회 통념 내에서 구성원들을 설득할 수 없다면 그것은 잘못된 형태로 굳어진 신념일 뿐이며, 그것을 관철하는 것은 한 개인의 아집일 뿐이다. 이는 일개 동아리부터 하나의 기업에 이르기까지 동일하게 통용되며, 소통의 부재는 결국 집단 내의 갈등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지곡골목소리 | 김철형 / 수학 11 | 2015-03-04 19:19

2학년을 마친 겨울 방학, 슬슬 밀려오는 심심함과 함께 학교생활이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RC, 생명과학관, 화학관, 동아리방, 그리고 특히 아직 사람들에게 ‘청암’이라고 불리는 박태준학술정보관에 참 정이 간다. 그래, 나는 1학년 1학기 말쯤부터 청암에서 모습을 자주 나타내는 청암돌이가 되었다. (본인이 여학생임을 잊지 않기 위해 청암순이라는 말을 쓰고 싶긴 하지만 이 말은 뭔가 입에 붙지 않는다.) 나의 청암돌이 인생에 큰 역할을 한 것은 전공 서적들의 묵직함이다. 전공 책부터 노트북까지 무거워서 들고 다니기 싫은 것들을 죄다 청암 전자사물함에 쌓아놓고 살아가는 터에 청암에 안 가는 것이 가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아침 일찍 청암에 가면 정말 아무도 없어서 마치 그 커다란 건물을 혼자 쓰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을 맛보며 터줏대감처럼 앉아있을 수 있는데 이는 정말 신기한 경험이다. 종종 밤새고 책상이나 소파를 침대 삼아 잠을 청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나의 즐거운 기분엔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하지만 진짜 재미는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또 다른 청암돌이들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오후 어중간한 시간에 청암에 들어서면 친한 사람 몇 사람쯤은 항

지곡골목소리 | 김다솜 / 생명 13 | 2015-02-13 13:18

서점에 가면 효율성과 스펙의 중요성, 그리고 알찬 인생을 살기 위해 준비해야 할 일들을 설명하는 자기개발서들이 보인다. 꼭 서점뿐만이 아니라도 언제 어딜 가든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과 갖추고 가져야 할 것들이 수없이 많다. 이렇듯 빈틈없는 현대사회에서 대학생들은 미래를 위해 다방면으로 준비해야 한다. 특히, 우리대학은 학업을 위해 해야 할 공부의 양이 많은데다가, 학생들 사이에서도 전체적으로 학업에 큰 비중을 두는 분위기가 깔렸다. 또한, 학생들은 학업 외에 몇 가지 학생활동들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주위에서 할 일에 치여 다니는 학생들을 꽤 자주 볼 수 있다. SNS에서도 빈틈없이 채워진 시간표와 자신이 하는 활동을 과시하듯 알리는 학생들도 종종 보인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시간을 활용함에 효율적이어야 하고 후회가 있어선 안 되며 매 순간 경험하고 발전해나가야 한다는, 다짐을 넘어선 일종의 강박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을 효율적으로 쓴다 한들, 욕심은 언제나 자신이 가진 것보다 많으므로 하고 싶은 일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그 결과로 매 순간 할 일들에 가치를 매겨 더 중요하고, 얻어갈 것이 많은 것을 택할 수밖에 없다.

지곡골목소리 | 이인호 / 화학 11 | 2015-01-01 12:07

포스텍은 명실상부한 ‘엘리트 집단’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우수한 학업적 역량을 보인 학생들, 혹은 성장 가능성이 높아 기대되는 학생들을 선발하여 모아 놓은 곳이니 엘리트라는 말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엘리트가 긍정적인 어감만 갖고 있는 말이 아니듯이, 엘리트들이 모인 곳에서는 항상 고질적인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그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하향평준화 문제다.이런 곳에는 좌절이나 실패보다는 칭찬과 성공에 더 익숙한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서도 경쟁이나 평가가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에, 학업 성적이나 각종 실적 등의 면에서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는 없는 구조다. 그런 경우 적응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자신감 및 자존감의 상실도 동반된다. 사실 이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일을 겪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 그것이 전체 집단의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다.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을 때 자기 자신을 믿고 끝까지 고민하며 스스로 해답을 찾아내려는 의지가 점차 무뎌진다거나, 도전보다는 안전을 찾게 되는 등, 그런 현상은 다양한 형태로 드러날 수 있다. 물론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지곡골목소리 | 윤태호 / 수학 14 | 2014-12-03 07:04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며 집안일과 자신의 아들 교육을 친구‘멘토’에게 맡겼었다. 이후 오디세우스가 돌아오기까지 10년 동안 왕자에게 멘토는 친구이자 선생, 상담가였다. 이후 이 사람의 이름은 인생을 이끌어 주는 사람을 뜻하는 멘토(mentor)라는 단어가 되었다.나는 학창시절을 보내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의지했고 고민을 털어 놓았다. 내 중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은 내가 자칫 학교에 적응할 수 없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나를 바로 세워주신 분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2, 3학년 담임선생님들은 나의 고등학교 학창시절 모든 고민을 들어주셨고 나를 이끌어 주셨던 분들이다. 나는 이 분들에게 학창시절의 고민을 토로했고 많이 의지했다. 이분들이 있기에 나는 방황하지 않고 무사히 학창시절을 보냈다.나는 현재 ‘가치배움’이라는 지식봉사단체에 소속돼 주말마다 경주의 한 중학교를 찾아간다. 작년에는 포항 기계중학교를 찾아갔다. 두 학교 모두 교육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다. 그곳의 아이들은 도시 아이들보다 순수하다. 정말 착한 아이들이다. 나는 이런 아이들의 멘토의 역할을 해왔다. 처음에는 낯설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나는 아직 미성숙했고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일이

지곡골목소리 | 이성환 / 생명 13 | 2014-11-05 20:08

한 번쯤 이 작은 세상 포스텍에 갇혀있는 느낌을 받은 적 있을 것이다. 문명의 집결지 서울과는 먼 거리에서 흡사 유배를 받은 귀양나리처럼, 조국과 민족의 학문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닿기도 힘든 이곳 포항에 와 있다. 그래서 어찌 보면 당연하게, 우리 학교는 학생 전원에게 기숙사를 제공한다.나는 방학 한 번을 빼고 3년 가까이 학교에서 뿌리를 내렸다. 지박령이라 해도 이상함이 없다. 더욱이 올해 영광스럽게도 동장으로 당선되기도 해 기숙사는 나와 늘 함께했다. 그 동안 묵혀왔던 기숙사에 대한 소상한 감성도 적지 않다.사람이 자고 싸는 ‘住’를 해결하는 곳이다 보니, 기숙사엔 늘 천태만상이 그득하다. RA선배의 자애로운 지도 아래 시행착오가 가능하던 RC동 생활과는 다르게 우리를 케어하기 위해 구사에는 엄격하게 적용되는 사생 수칙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대로 쌓인 구사의 룰도 각 동마다 존재한다. 이를 존중하기 위해 기숙사 자치회는 언제나 물심양면으로 돕고, 사감실은 학생을 보호한다. 모든 동민이 안락을 풍유하고자 하는 동장의 노력은 ‘비누’를 통해서 우리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었다.그런데 이에 비해 학생들의 참여는 낸 돈이 아까울 정도로 저조하다. 한 학기 최

지곡골목소리 | 김민정 / 기계 12 | 2014-10-15 07:09

저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에 울림을 준 사건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 울림은 생각지도 못한 때에 나타난다는 것이 특징이다.나는 내 입장을 말한다는 것에 매우 어려워한다. 왜냐하면 나는 나의 뚜렷한 주관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자장면이냐 짬뽕이냐 같은 일상적인 생활에서의 주관은 충분하지만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일반적인 이야기에 대해 딱히 한 편을 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특별한 정치적인 입장을 가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나는 정치적인 면에서 주변 사람들의 말에 쉽게 흔들렸다. 그러다보니 불편한 점이 너무 많았기에 나는 그때부터 자신만의 뚜렷한 입장을 고수하자고 다짐했다.한편 몇 년 전만 해도(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자기관리와 강연에 많은 사람들이 의지하고 있던 때가 있었다.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었는데, 나의 삶에 대한 확실한 주관의 근거를 나는 이런 자기관리에 대한 강연과 책에서 얻었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20대 인생을 즐기라는 말과 함께 뭔가 듣기만 해도 내 자신이 업그레이드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말들에 나는 현혹되었다. 그리고 나는 금전적인 부담과 현재의 즐거움 사이에서 뚜렷한 주

지곡골목소리 | 이석현 / 화학 13 | 2014-09-25 19:45

법인본부에서는 2013년부터 QSS 활동을 추진하여 왔다. 도입 초기에는 5S 활동에 중점을 두어 클린데스크를 구축하고, 문서 정리를 통해 남는 공간을 활용하는 등 사무환경 개선을 위해 모든 임직원이 적극 참여하였으며, 나름 알찬 성과를 거두었다. 이를 바탕으로 2014년은 그 범위를 조직문화 혁신활동으로 확대해 기존의 5S는 유지 발전시키고, 새로이 감사나눔 운동을 전개하여 긍정적인 직장문화를 조성하고, 업무혁신 과제 추진을 통해 낭비요인들을 발굴, 제거하는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감사나눔 활동으로 1일 5감사 운동을 실시하고 있으며 또한 사무실에 조성된 인조화단에 감사열매를 다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는 매주 목요일 한 사람이 감사노트 작성 사례를 발표한 뒤 다른 사람을 지명하면 그 사람이 바통을 이어 받아 차주 목요일 감사노트 작성 사례를 발표하는 감사릴레이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시간에는 가족에 대한 감사, 동료에 대한 감사, 청소하시는 아주머니에 대한 감사, 조직에 대한 감사를 들으며 모두 가슴 따뜻한 시간을 나누고 있다. 사실 모든 조직이 비슷하겠지만 처음에는 선뜻 참여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듯하였다. 하지만 지속적인 감사노트 사례 공

지곡골목소리 | 윤민수 / 학교법인 포항공과대학교 행정팀 | 2014-09-25 19:44

나는 고등학교 3년 동안 수염을 깎지 않았다. 1학년 때 제법 거뭇했고 2학년 때는 제법 히틀러 같았다. 나를 지나쳐 간 사람들은 항상 내 수염 얘기를 했다. 나를 마주하는 사람들은 웃으며 당혹스러워했다. 다들 수염을 깎지 않는 이유를 물어왔다. 그때마다 나는 웃기만 하고 답을 주지 않았다. 사실은 나도 몰랐다. 멋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사연이 있지도 않았다. 그냥 수염을 자르고 싶지 않았다. 처음에는 부끄러웠던 수염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자르라는 선생님들도 있었지만 그때도 말없이 웃기만 했다. 웃기만 하는 나를 어쩔 수 없이 넘어 가셨다.하지만 고삼 막바지에 엄격하신 담임 선생님께서 학습 분위기에 저해된다며 추천서를 볼모로 내세워 수염을 깎으라 하시었다. 나는 선생님께 반박하려 했지만 말보다 울음이 먼저 나왔다. 집에 와 울먹이면서 얘기하던 나에게 아빠가 말하셨다. “관형아, 마음은 아프지만 이젠 수염 없이도 너를 표현하는 법을 배울 때도 됐지 않았니.” 울며 헐떡이던 나는 이 말을 듣자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나는 그때까지 나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해 본적이 없었고 나도 모른 새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따라 수염이 나의 정체성이 되어 있었다. 주변 사람

지곡골목소리 | 박관형 / 물리 12 | 2014-09-03 18:27

6월 5일, 감사나눔신문 유지미 기자님의 ‘내 인생을 바꾸는 소중한 체험 감사쓰기’ 강연을 들었다. 연예인 노홍철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겁니다.’ 감사쓰기를 전파하고 계시는 유지미 기자님의 메시지도 거의 똑같았다. ‘감사하면 감사할 일이 생깁니다.’ 나는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기보다는 내가 누리지 못하는 것을 불평하는 것에 익숙했다. 유지미 기자님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나는 왜 부잣집에서 태어나지 못했을까?’ ‘짜증나게 왜 나만 시키는 거야?’ 그러던 중 감사쓰기 강연을 듣고 강연에서 하라는 대로 하루 100감사를 100일 동안 꾸준히 실천하고 난 후 인생이 극적으로 바뀌어 그 긍정적인 변화를 책과 강연을 통해 전파하고 계신다. 강연 중에서도 특히 어머니께 드리는 100개의 감사가 인상 깊었다. 기자님은 원래 어머니와 사이가 굉장히 안 좋았지만 이 100감사가 끝나고 나서는 어머니께서 ‘싸가지’로 저장했던 딸의 핸드폰 번호가 ‘퍼스트 레이디’로 바뀔 정도로 모녀 사이가 가까워졌다고 한다. 나는 감사쓰기를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이 강연 이후 생각해보니 새삼 엄마께 감사할 게 참 많았다. 딸 둘 아들 하나 총 세

지곡골목소리 | 설원준 / 산경 11 | 2014-09-03 18:27

포스텍은 차량 출입을 특별히 제재하고 있지 않다. 이에 많은 차량들이 교내에 돌아다니고 있고 이에 이어 교내 불법 주차 역시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그리고 이러한 교내 불법 주차는 어느새 공공연한 풍경이 되어버렸다. 한 때 교내 불법 주차는 PosB의 단골 논쟁 화두였으나, 이제는 당연한 풍경이 되어버린 것인지 잠잠하기만 하다.우리 학교에서 불법 주차가 가장 빈번한 곳은 바로 국제관과 학생회관 앞, 기숙사 RC동, 그리고 지곡 연못 주변일 것이다. 이 모든 장소들이 배달 음식 차량, 학생들의 스쿠터, 혹 그 외 기타 차량들의 통행이 아주 빈번할 뿐 아니라, 보행자들의 통행량 역시 아주 많은 곳이다. 하지만 이러한 불법 주차들 때문에 많은 차들이 좁아진 구석 길을 도는데 애를 먹고, 어쩔 수 없이 중앙선을 넘기도 한다. 보행자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인도에 반쯤 걸쳐 주차된 차량을 피해 인도를 벗어나 차도로 통행을 해야만 할 경우가 있다. 심지어, 불법 주차된 차량들에 의하여 길을 건너거나 나서는데 충분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교통사고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기도 한다. 이렇게 불법 주차는 안전이라는 방면에서만 해서도 다분한 문제가 있다. 분명히 학교 측도 이

지곡골목소리 | 허정환 / 생명 11 | 2014-05-21 14:39

수년 전만 해도 다수의 지지를 얻기 어려웠던 ‘북한 붕괴론’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곧 통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확언할 수 없다.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 그 방법은 어떠해야 하는지도 불확실하지만, 기회주의자들은 이미 북한의 부동산 및 잠재적 부를 겨냥하여 개인적인 수익을 올리려는 계획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지식의 요람에 선 우리는 통일에 대해서도 지난번 반값등록금처럼 강 건너 불구경으로 넘어가야 할까.유럽연합과 각종 해외원조단체에 심지어 일본도 동참하여 북한의 인권유린 사태를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지적하고 지속해서 개선을 요구해오고 있다. 반면 한 혈통임을 자처하는 남한에서 대북정책은, 위로는 어지러운 정치 활동 속의 텔레클라시(telecracy-정치인들이 정책의 내용보다 미디어를 이용한 인기영입에 주력하는 것)로 변질되었고 아래로는 난잡한 이념의 갈래에 기가 질려 스펙 쌓기 위한 해외봉사보다 더 요원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만성적인 기아와 이에 대한 ‘형제로서의’ 원조에 대해서도 남한은 하나로 모아진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이렇게 분열된 모습에 대한 변으로서 동족상잔의 기억을 이유로 들기엔 영면하신 이들 또한 이

지곡골목소리 | 유온유 / 산경 11 | 2014-04-30 17:03

2004년에 처음으로 포항생활을 시작하면서 2014년에도 포항에 있을 것이라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나는 여전히 포항에서 공부하고 있다. 남들이 흔히 하는 휴학 한 번 안 하고 학교에 있다 보니 10년간 학교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변화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지금 학부생들에게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포스코 국제관과 인조잔디가 깔린 대운동장은 원래 휑한 주차장과 모래 먼지가 날리는 모래 운동장이었고, 지금은 공강 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카페 쎄리오는 삭막한 실내장식에 컴퓨터 몇 대가 비치되어 있던 공간이었다. 많은 학생이 즐기는 버거킹은 시골동네에서나 볼 수 있는 실내장식에 동네 아줌마들의 전용 공간이었던 다방(물론 우리는 이를 카페라고 불렀지만)이었다. 그리고 모네 카페가 있던 자리에는 전공서적보다도 유아/청소년 교재가 더 많았던 평범한 서점이 있었다.하지만 가시적인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는 포스테키안만의 아름다운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은 큰 자랑거리라 생각한다. 입학할 당시 자리 정리에 대한 선배들의 의식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금도 포스텍은 ‘청소중심대학’이라 불릴 정도로 여러 직원분들이 청결유지에 많은 도움

지곡골목소리 | 이승규 / 박사 11 | 2014-03-19 13:39

남산가이(南山可移)란, 남산을 옮길 수 있다는 뜻으로 굳게 다짐한 결정이 흔들리지 않음을 의미한다. 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는 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쇼핑할 때라든지 밥을 먹을 때라든지 우리는 쉬운 결정부터 어려운 결정까지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결정이 어려울 경우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끼게 되며 지인들에게 조언을 듣게 된다. 그리고 이 조언을 기준으로 삼으며 자기 자신의 의견을 없애고 합리화하며 결정하게 된다. 필자는 대학생활 1년간의 선택과 결정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남산가이 자세의 중요성을 말하려고 한다.비록 1년의 세월일지라도 대학교에 입학하고, 사회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필자는 고등학교 때보다 많은 선택을 맞이했다. 1학년 때의 나를 되돌아보면 단일계열이였기 때문에 과를 선택했고, 동아리 선택과 대외활동 선택 등 수많은 선택을 해야 했다. 나는 하고 싶었던 것을 모두 할 수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지인들의 경험을 듣고 결정하기로 했다. 그 때 지인들의 조언은 ‘운동 동아리에 여자가 매니저로 들어가면, 남자랑 친해지려고 그러는 것이라 소문이 난다’, ‘OO동아리는 심적이고 체력적으로 힘든 동아리이다.’ ‘OO동아리는 다른 사람과 어울

지곡골목소리 | 지유미 / 화공 13 | 2014-03-05 1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