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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새해가 밝았다. 언제나 새해가 오면 이전을 되돌아보며 액운을 떠나보내고 희망찬 미래를 이야기한다. 매해 반복되는 일이라 다소 식상하거나 작심삼일이 돼 겸연쩍은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계획을 짜고 다짐을 새로 하는 일의 의미는 크다. 우리대학은 작년 대학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글로컬대학30’에 선정됐다. ‘글로컬대학30’은 최근 정부가 의욕적으로 시작한 사업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지역과 대학 혁신을 선도할 대학을 지원한다. 특히 그간 정부 주도의 획일적 기준을 제시하던 방식을 탈피해, 각 대학이 주도하는 자율적 혁신을 후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대학 내외부의 벽을 허물고 산학과 지역 협력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대학을 만든다. 이를 위해 대학들은 각자의 특성에 맞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하여 정부에 제안하고, 이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다.우리대학은 ‘지역에 뿌리내려, 세계로 뻗어나가 열매 맺는 글로컬대학’을 비전으로 새로운 대학 발전의 모습을 제시했다. 우선 전공과 시공간의 경계를 없애는 3무(無) 수요자 중심의 교육 혁신을 내세웠다. 지역과 산업, 대학 간의 경계를 없애는 것이 첫 번째 ‘무’이다. 이를 위해

사설 | times | 2024-01-01 19:58

만화/만평 | times | 2024-01-01 19:56

삶은 모순으로 가득하다. 누군가에게 삶은 행복의 절정이고, 누군가에게는 행복해지려 애를 써야 하는 부담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마땅히 지탱해야 할 순간이기도 하다. 그런 모순 속에서 주인공 안진진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결단코 ‘나’를 장악하며 한 생애를 살아야 할 사람”이었다고.부유하지만 평온함이 무덤 속과 같다는 이모와 쌍둥이지만 정반대로 팍팍한 시련에 강해지는 엄마를 보며, 안진진은 모순이 빚어내는 불편한 상황들을 대면한다. 그러나 ‘인생의 부피를 늘려주는 것은 우리가 그토록 피하려 애쓰는 불행’ 그 불편 덕분이라는 걸 깨닫고서 제 살길로 향해가겠다고 다짐한다. 남들이 보기에 술주정과 가출을 일삼는 무책임한 아버지는 한편으로, 생각하는 행위가 사람을 살아가게 만든다는 것뿐 아니라 그 용량을 초과하면 곤란해진다는 교훈을 남긴다. 그녀의 삶은 누가 봐도 평탄하지 않았다. 쌍둥이인 이모와 엄마의 모순된 운명을 떠올리자면 그녀는 누구보다도 세상을 원망하기 쉬웠다. 그런 안진진에게 가장 큰 힘은 모순된 세상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한편 무조건 옳지 못한 존재란 없다고 자신을 북돋우는 긍정이었을 테다.책 ‘모순’은 1980년대 여름, 시끌벅적한 세상에 용기를 잃은

포스테키안의픽 | 손유민 기자 | 2023-12-05 20:52

“제가 어떤 분야 연구를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요… 교수님은 언제부터 지금의 진로를 정하셨어요?”학부생들과의 면담에서 항상 듣는 말이자, 나를 난처하게 만드는 말이다. 솔직하게 말할 순 없다. “저도 제가 어떤 연구를 좋아하는지 몰라요”라는 대답은 너무 멋이 없다. 학생들 앞에서 ‘확실한 이상을 가지고 뚝심 있게 나아가는 교수’처럼 보이고 싶다는 욕심이 내 입을 막는다.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으니, 나는 보통 차선을 택한다. 학부 연구참여 시절부터 지금까지 연구 분야를 계속해서 바꿔온 역사를 얘기해주는 것이다. 나도 모른다는 말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우아한 방법이라 자평한다. 단점은 말이 길어져서 상담 때마다 반복해서 들려주기 피곤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지면에서 짧게 소개하고, 앞으로는 이 기고문을 읽으라고 말해줄 예정이다.나는 학부 전공을 결정하는 것부터 힘들었다. 고등학교 때는 물리를 좋아했는데, 남들보다 잘할 자신은 없어서 포기했다. 다른 학과에서 어떤 걸 공부하는지 잘 모르니까 무학과 기간에 고민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무학과 기간은 MT에 몇 번 다녀오고 나니 정말 쏜살같이 끝났고, 전공 선택의 시간이 코앞으로 닥쳐왔다. 아직도 내

노벨동산 | 이재호 / 전자 조교수 | 2023-12-05 20:51

대학생이 되면 미성숙했던 학창 시절의 내 모습은 사라지고 마땅히 성숙한 어른으로 바뀔 줄 알았다. 그러나 실상은 곧장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제야 어른이 되는 출발점을 밟고 있던 것이다. 그 출발 과정에서 내 정체성을 돌이켜 봤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 인생은 어디로 향하는가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홀로 고민하는 과정에서는 명쾌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교수님들과 고민을 나누다 보면 고민의 가닥이 잡힐 듯싶어 김진택(융공) 교수님과 백승태(생명) 교수님께 개인적으로 면담을 요청했다. 두 교수님과 면담하니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됐고, 고민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가치와 삶의 동력은 모두 인류애(人類愛)로 귀결됐다.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인류애의 가치를 드높이고, 여러 사람이 서로 배려하고 아끼며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결론지었다. 이런 인생의 방향성을 정한 뒤로 현재 나는 장애아동 시설 봉사, 멘토링 등 삶 속 작은 인류애의 가치를 키워가고 있고, 더 따뜻해질 세상에서 내가 맡을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젊은 연령층의 인류애가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한때 성인들만의 평온한 분

지곡골목소리 | 서우현 / 무은재 23 | 2023-12-05 20:51

작년에 이어 올해 리빙랩 활동단 2기가 학교 안팎에서 활동하고 있다. 리빙랩 활동단은 미래도시연구센터와 대학혁신사업팀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학생 참여형 사회 혁신 활동이다. 우리의 실생활을 하나의 연구실(Lab)로 보고, 지역사회의 문제를 직접 정의하고 대안을 찾아 나가는 프로젝트형 문제 해결 활동이다. 최근 교내에서도 리빙랩 활동단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고, 에브리타임(대학생 커뮤니티), 포스텍 라운지 등에서도 관련 홍보 글을 접할 수 있었다. 학생들이 직접 문제 상황을 정의하고, 부딪혀 가며 방향성을 찾아 나가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연구 프로그램이나 공모전과는 새롭게 느껴진다. 필자는 작년 2022 리빙랩 활동단 1기 활동단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기에 해당 기사가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활동을 결심할 당시에, 처음 들어보는 리빙랩 활동단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의 지원을 받아 문제를 해결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프로젝트 팀 활동 경험이 있고, 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과 모여 팀을 결성했다. 우리 팀의 주제는 기사에 언급돼 있는 ‘박태준학술정보관(이하 도서관) 좌석예약 문화 개선 표어 공모전 및 홍보 진행’

독자리뷰 | 김소현 / 컴공 21 | 2023-12-05 20:50

눈이 말했다. “나 없으면 너넨 아무것도 못 봐.” 그러자 귀가 대꾸한다. “못 듣는 건 괜찮고?” 옆에서 손과 발이 귀찮다는 듯이 말한다. “어차피 행동은 다 내가 담당해. 다 앉아.”어렸을 때 읽었던 책 내용이다. 감각기관들은 끊임없이 서로의 중요성을 어필하며 누가 더 중요한지에 대해 겨뤘다. 누가 더 중요한가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감각기관은 뭘까? 초등학생 때의 나에게 이 질문은 꽤 어려운 질문이었다. 눈을 고르자니 귀가 중요해 보였고, 귀를 고르자니 코도 중요해 보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감각기관들은 한 아이 아래 도토리 키재기였다. 이 아이의 이름은 뇌다. 뇌는 명령을 하는 ‘주체적인’ 기관이다. 반대로 나머지 감각기관들은 명령을 수행하는 ‘수동적인’ 기관이다. 뇌는 감각기관들의 싸움이 얼마나 하찮아 보였을까? 조선시대 사람들의 대다수였던 서민들은 감각기관처럼 살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먹고 사는 것만을 목표로 뇌가 시키는 대로 ‘생존’이라는 ‘수동적인 삶’을 살아야만 했다. 이들은 물건과 음식을 팔며 돈을 벌었다. 또 그날 번 돈으로 그날을 살았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이 건국됐고, 산업화가 시작됐다. 기업과 공장이 만

78오름돌 | 조원준 기자 | 2023-12-05 20:50

나는 내년 초에 입대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기분이 좋다. 그동안 하늘에 제발 군대에 보내달라고 빌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사람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됐는지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나는 1학년 때 카투사 모집에 떨어지고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가 2학년 여름방학 말이 돼서야 다시 입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입대 시기를 맞춰 바로 복학해 시간을 최대한 아끼는 것이었다. 원하는 날짜에 입대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원하는 보직에 지원하는 모집병과 수강 신청하듯이 입대 날짜를 선착순으로 잡는 방법이다. 나는 또한 최대한 실속 있는 군 생활을 위해 원하는 보직으로 가고 싶어 모집병을 알아봤는데, 그만 충격을 받고 말았다. 준비할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가산점을 위해 헌혈이나 봉사활동을 해야 했고, 자격증을 따고 면접 준비도 해야 했다. 내 머릿속에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입대가 힘들 줄은 몰랐던 나는 너무 늦게 입대를 준비하기 시작했던 것이다.나는 흔들리는 정신을 다잡고 조사를 계속한 끝에 SW개발병이라는 보직을 발견했다. 헌혈이나 봉사활동 점수가 없었기에 지금 준비해도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가산점을 받을

78내림돌 | 정원형 기자 | 2023-12-05 20:49

만화/만평 | times | 2023-12-05 20:46

뮤지컬 ‘그날들’이 올해 10주년을 맞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지난 7월 12일부터 9월 3일까지 공연을 진행했다. 지금은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뒤 지방 공연이 한창 이뤄지고 있다. ‘그날들’은 고(故) 김광석이 불렀던 명곡들을 모아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인 만큼, 그의 노래를 즐겨듣는 일반 대중과 뮤지컬 입문자가 보기에도 좋은 작품이다. 경호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안무에 다양한 액션이 가미돼 있으며, 전반적인 극의 분위기가 진중함에도 중간중간 재미있는 요소들과 배우들의 애드리브가 어우러지며 공연의 완성도를 높인다.극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청와대에서 주인공들이 겪는 이야기를 밀도 있게 그리고 있다. 20년 전, 정부가 덮으려 하는 한중수교의 비밀을 알고 있는 통역사인 ‘그녀’, 그리고 그녀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게 된 청와대 신입 경호원 ‘정학’과 ‘무영’은 선택의 기로 앞에서 각자 다른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현재, 대통령의 딸 ‘하나’와 정학의 딸 ‘수지’는 서로에 대한 우정과 경쟁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다.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두 남녀의 실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잘 맞물리면서 20년 전에 있었던 일들의 전말이 점차 밝혀진다.작가

포스테키안의픽 | 오유진 기자 | 2023-11-07 20:34

정교한 기계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자 인간만이 가진 삶의 특권이다. 나는 매년 학부생들에게 추상적인 자동기계를 만들고 그 특성을 탐구하는 계산이론 과목을 가르친다. 수업 시간에 다루는 기계는 형식적인 기호들로 부품과 동작이 정의되는 추상적인 기계일 뿐이지만, 주어진 법칙하에서 사용 가능한 부품들을 조립하고 기계를 만드는 원리는 현실 세계의 물리적인 기계와 원칙적으로 다를 게 없다. 이런 정교한 기계를 탐구하는 작업이 우리 삶과 세계를 돌아보게 만드는 어떤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을까? 20세기 중반에 이 순수한 이데아 세계 속에서 어떤 보편 계산 기계 하나가 발견됐고, 그것이 다양한 몸을 입고 이 땅에 내려와 우리 앞에 존재하는 컴퓨터가 되었다는 이야기. 이 역사적 신화를 들려줄 때면, 나는 어느새 관념론자가 돼, 학생들에게 ‘정신’과 ‘물질’ 중에 어느 것이 더 근본적이라 생각하는지를 던지듯 물어보곤 한다. 이때, ‘당연히 물질이 근본적이고 모든 것들을 환원적으로 설명한다’는 통속적인 답변을 마음속에 담아두었을 학생들을 위해, ‘기계’에 관련한 몇 가지를 끄적여 본다. 기계의 기능은 ‘개별부품의 기능이 무엇이었는지’와 ‘그들이 어떤 구조로 결합돼있는

노벨동산 | 조민수 / 컴공 부교수 | 2023-11-07 20:34

2023년 7월 1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한 분의 선생님께서 세상을 떠났다. 사회를 유지하는 원동력은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있어 충격적이면서도 슬픈 일이었다. 그때 나는 대처랍시고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내놓은 교육부에, 자극적인 타이틀만을 보여주며 누군가를 상처입히는 것에는 무신경한 언론에 화를 냈다. 그리고 그 슬픔과 분노를 엉뚱한 방향으로 표출하지 않도록 내 생각을 글로 정리했다. 신문에 글을 써보겠느냐는 제안을 들었을 때 나는 그 글을 정리해서 올리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읽어보니 정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지금은 생각이 바뀐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제대로 짚어가며 글을 써보려 한다.학교만이 아니라 어딘가의 음식점에서, 어딘가의 회사에서, 어떤 SNS에서 폭력과 폭언, 모욕과 비난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들은 이전부터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도 자주 일어나는 일들이다. 나는 이런 일들이 모두 비슷한 맥락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타인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최근에는 권리라는 단어를 여기저기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모두가 자신의 권리를

지곡골목소리 | 최세현 / 물리 22 | 2023-11-07 20:33

지난 9월 22일부터 양일간 POSTECH-KAIST 학생대제전(이하 포카전)이 진행됐다. 포카전은 지난 20년간 이어져 왔으며, 포스텍과 카이스트 학생들 간의 교류와 친목을 도모하는 화합의 장으로서 큰 역할을 해왔다. 경기는 △축구 △농구 △야구 △e-sports △AI △해킹 △과학 퀴즈 총 7가지 종목으로 진행됐으며 결과는 아쉽지만 6대1로 패배했다. 누군가는 그 점수 차에 초점을 둘 수도 있겠지만, 나는 1이라는 숫자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이 하나의 승리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응원했는지 알기 때문이다.선수들의 땀과 열정으로 이뤄진 많은 경기 중에서도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e-sports 경기를 본 것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대전 e-sports 경기장에서 경기를 진행하다 보니 마치 LCK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아 정말 몰입하며 볼 수 있었다. 유독 탑에 자꾸만 눈길이 갔는데, 대회라는 중압감이 컸을 텐데도 자신 있게 ‘다리우스’를 뽑아 라인전뿐만 아니라 교전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우리대학 선수의 모습에 롤 유저 중 한 사람으로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다시 한번 출전한 우리대학 선수단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재밌는 경

독자리뷰 | 장익진 / 무은재 23 | 2023-11-07 20:33

왜 우리는 슈퍼히어로에게 열광하는가. 처음 슈퍼맨이 등장한 시기는 미국 대공황 시대인 1938년이었다. 많은 슈퍼히어로가 1930년대에 유독 큰 인기를 얻은 것에는 잦은 전쟁과 대공황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있었다. 혼란스러운 세상의 많은 문제 상황, 그러나 발전 없이 그저 대립하는 구도의 연속에서 사람들은 이를 타파할 위인을 찾게 된다. 영웅물의 대가인 마블 코믹스의 스토리 작가 마크 밀러는 “경제 호황기에는 히어로의 죽음이 잦아지고, 불황기에는 히어로의 인기가 급상승한다”라며 불황기 시대 사람들이 슈퍼 히어로를 통해 위안과 즐거움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에 영화 ‘조커’의 제작자 제리 로빈슨은 다시 영웅이 돌아왔다며 “요즘 시대가 그리 좋지 않다. 우리는 영웅을 다시 찾고 있다”라고 덧붙였다.현실에서 우리는 어떤 영웅을 기다리고 있는가. 우리 곁에는 영화 속의 슈퍼맨도, 스파이더맨도 없다.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를 구성했으며 정치를 통해 정의를 구현하고자 한다. 정치가는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할 수 있도록, 국가의 권력을 양도받아 유지 및 행사하는 주체들이다. 국민은 매번 선거를 통해 나라를

78오름돌 | 강민영 기자 | 2023-11-07 20:32

어린 시절 기억이 하나 떠오른다. 유치원을 다니는 동안 노란색 통원버스를 타고 내릴 때 우리 어머니를 비롯한 이웃 아주머니 중 아이의 가방을 대신 들어주는 분은 아무도 없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누구보다 자상한 분들이었는데 말이다. 아이들도 어머니가 가방을 대신 들어주지 않는다고 떼쓰지 않았다. 그때 다니던 유치원 원훈이 ‘스스로 하는 어린이’였기 때문이다. 어느 날 어머니 대신 외할머니가 배웅을 나오셨는데 가방을 들어주시려 했다가 내가 “제 가방은 제가 드는 거예요”라며 가방을 양보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어릴 적이지만 내 물건을 스스로 책임지는 기분은 꽤 뿌듯했던 것으로 기억한다.우리 조상들은 아이를 키울 때 ‘서푼앓이’를 실천했다고 한다. ‘서푼앓이’란 ‘열 푼 중 서 푼 정도를 앓게 한다’는 뜻이다. 한 푼은 대략 600원 정도로, △한 푼 △두 푼 △세 푼 식으로 세는데 발음하기 좋게 세 푼은 서 푼이라고 했다. 열 푼 중 서 푼은 3분의 1 정도를 의미한다. ‘서푼앓이’라는 표현을 보면 우리 조상들은 아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해주기보다는 셋에 하나 정도는 부족함을 느끼게 하며 키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다수의 부모는 아이

78내림돌 | 강호연 기자 | 2023-11-07 20:32

최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을 넘어 지구촌 전반의 국가·진영 간 갈등의 확산 속 우리나라와 세계는 경제·기술 안보와 글로벌 공급망 등 기존 과학기술 협력 체제와 국제 질서에 대해 새롭고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미국과학진흥협회(AAAS)에 따르면 “오늘날 세상에서 어떤 나라도 과학기술 없이 혼자 존립하거나 번영할 수는 없다.” 사실 글로벌 무대에서 펼쳐지는 세상의 엄청난 미래 변혁의 기저에 과학기술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후변화 △에너지 △우주 △해양 등 분야에서는 글로벌 무대에서 활발한 협력과 치열한 경쟁이 교차하는 가운데 과학기술과 외교·안보 측면이 자연스럽게 융합되면서 최근 과학기술 외교와 경제 안보가 부각되고 있다.기술 패권 경쟁의 심화는 중국의 부상에 따른 미국의 견제 강화와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에 기인한다. 하지만 최근 기존 무역 제재 범위를 넘어 기술 및 첨단산업생태계의 제재로 진화함에 따라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더불어 첨단·신흥 기술과 국제 정치가 결합하는 기정학이 떠오르고 있다.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들은 과학기술과 △경제 △외교 △안보의 융합에 주목하고, 통상정책뿐 아니라 공급망

사설 | times | 2023-11-07 2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