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늘 변화의 정점에 서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던지며 미지의 학문 분야를 개척해 왔고, 끊임없는 문제의식으로 사회가 논의하고 토론해야 할 의제들을 설정하는 능력을 보여 줬다. 생각의 폭을 넓혀 줬고,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왔으며, 정치, 경제, 사회, 산업 시스템의 선순환이 가능하도록 새로운 사고의 틀, 도구들을 제공해 왔다. 그러한 변화의 정점에 서 있으면서, 동시에 대학은 가장 변하지 않는 집단으로 버텨 왔다. 몇 년째 바뀌지 않는 강의, 정량적 목표가 최우선이며 언제나 그 목표를 달성하는 연구, 수직적인 상하관계만 존재하는 경직된 문화 등 다양한 이슈들이 존재한다. 대학의 사명인 교육, 연구, 봉사의 측면에서 현재의 시스템이 최선인가 늘 묻지 않을 수 없다.변화에는 대부분 고통이 수반된다. Status Quo(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선호하는 집단과 더 나은 미래를 요구하는 집단과의 충돌 또한 불가피하다. 그러나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모든 구성원의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쉬워진다. 현재의 대학은 그런 변화의 요구에서 자유로운 안정적인 시스템인가? 학령인구의 감소는 대학의 뿌리를 흔드는 문제이다. 우수한 학부 신입생의 지
사설 | . | 2018-04-18 16:54
과학자들은 항상 새로운 진리의 가능성에 열려 있어야 하기에 어떤 신념에도 치우치지 않는 냉철한 합리성을 늘 유지하고 있으리라는 것이 우리 대부분의 생각이다. 하지만, 토마스 쿤은 과학자들도 ‘패러다임’이라는 신념 체계를 고집하고 있다 본다. 과학자들은 자신의 패러다임과 충돌되는 실재 사례가 제시될 때에도 이를 중요하지 않은 ‘예외(Anomaly)’로 간주하며, 늘 자신의 패러다임을 수정하기보다는 정교하게 세우는 일, 곧 ‘정상과학’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 쿤의 주장이다.하지만, 일반적으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하여 굳은 신념을 갖는 일은 중요하다. 그 일에 담긴 가치와 그 일의 성취를 위해 동원한 수단의 정당성과 합리성에 대해 믿음 없이 큰일을 이루어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메달을 다투는 올림픽 국가 대표 선수들을 응원할 때나, 혹은 자신의 중요한 일을 앞에 둔 순간, ‘신념을 가져라’ ‘너 자신을 믿어라’라는 격려나 응원을 보내거나, 스스로 마음의 다짐을 하게 되는 것은 극히 당연한 일이며 마땅한 일이 아닐 수 없다.그렇기에 자신의 신념 체계에 대한 비판보다는 충성이, 과학자들의 활동 동력이 된다는 쿤의 주장은, 물론 이론적인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것
사설 | . | 2018-03-07 13:45
이 글에서 “그물에 잡힌 고기”는 우리 포항공대 캠퍼스에서 함께 얽혀 살아가고 있는 학생, 직원, 연구원, 교수 등 모든 구성원을 의미한다. 우리 구성원 대부분 포항 출신이 아니고, 포항공대가 가진 매력의 그물에 사로잡혀 포항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항상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오고 나가는 대학으로서 우리 포항공대는 항상 좋은 고기를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의무이다. 여기에서 환기하고자 하는 주제는 우리 “이미 잡힌 고기”는 포항공대에서 과연 행복한가라는 질문이다. 우리는 “이미 잡힌 고기”의 행복한 삶을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이를 행동에 옮기고 있는가? 아니면 “새로 잡을 고기”를 어떻게 낚을지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있는가? 혹은 고기를 담고 있는 “포항공대”라는 배의 안전, 성능 향상 등에만 관심이 있는가? 2017년 대학 통계에 따르면 우리대학 캠퍼스에는 학부생 1,449명, 대학원생 2,139명, 연구원 611명, 교수 281명, 직원 250여명, 모두 합쳐서 4,730명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 작은 대학이라고 하지만, 약 5천 명의 인원은 절대 적은 수가 아니다. 또 대학의 특성 상 매년 많은 수의 구성원이
사설 | . | 2017-10-11 01:21
사랑은 참으로 묘한 것이어서, 사랑에 빠지는 날엔, 누구든 그 사랑에 눈멀고, 귀먹게 된다. 닐 포스트만은 “미국 대중은 과학기술에 대한 사랑에 빠졌다”라고 진단한다. 그는 “과학기술은 파우스트의 거래(Faustian bargain)”와 같아서 늘 “주는 것이 있으면, 가져가는 것이 있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니, 과학기술을 잘 사용하려면, 꼼꼼히 손익을 따져 거래하는 것처럼 깨어있어야 하는데, 미국 대중은 과학기술에 대한 사랑에 빠져, 눈멀고 귀먹어 현명한 거래를 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한데, 돌아보면 오늘날 우리가 처한 사정도 그리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YOLO!”, “Carpe diem!”, “묻지도 따지지도 말자”, “지금 이 순간!”, “부러우면, 지는 거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첨단 과학기술 제품 광고의 끊임없는 권고,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 속 PPL 광고, 이 모든 것들의 무차별 폭격 속에서, 알게 모르게 우리는, 현대 과학기술의 산물들에 대한 사랑에 빠진다. 그래서 우리는, 늘 채워지지 않은 갈망 때문에 굶주린다. “Hunger for love!” 사랑에 빠진 연인 간에서 이 말은, 그래도, 그 허기가 채워지는 날, 그 꿈이 이루어지는
사설 | . | 2017-09-20 07:41
연구자로서 우리의 사명은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일이다. 가치의 형태는 다양하다. 전혀 새로운 과학적 원리의 발견일 수도 있고, 이미 알려진 과학적 원리를 활용한 새로운 응용일 수도 있으며, 이미 나와 있는 해법을 획기적으로 절감된 비용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아이디어일 수도 있다. 다양한 분야의 과학과 공학의 성격에 따라 연구자로서 우리가 만들어내는 가치는, 탁월한 논문으로 세상에 나올 수도 있고, 학회에서의 훌륭한 발표가 될 수도 있으며, 벤처 투자자들이 탐내는 스타트업이 될 수도 있다. 가치의 형태는 다양하나, 궁극적인 목표는 유용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가치의 정의에 따르면 뭔가 쓸모 있고, 중요한 의미가 있어야 한다. 그 가치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제한적이라면, 바꾸어 말해 나에게만 유용하거나,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만 의미 있는 일이라면, 좀 더 솔직하게 말해 나의 학문적 업적, 내 연구실의 실적에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소소한 가치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가치의 크기가 클수록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반응한다. 우리의 목표는 이런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드는 데 두어야 하지 않겠는가.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사설 | . | 2017-04-07 10:45
2017년 정유년(丁酉年이) 밝았다. 우리대학 구성원이라면 2016년 병신년(丙申年)이 지나가기 전에 꼭 끝내야 할 “숙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이수였다. 해당 교육은 약 2시간에 걸쳐 온라인으로 이뤄졌고 소주제가 끝날 때마다 간단한 퀴즈도 통과해야 했다. 해당 교육의 가장 처음 부분에서 주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존엄하게 대우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자명함 (self-evidence)이 인권의 출발점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비단 성희롱·성폭력 등 젠더에 국한된 논의에서 확장되어, 인권의 경우 개인의 명예, 프라이버시권 등을 포함한 인격권, 노인·어린이/청소년·이주민/외국인·장애인·성적 소수자 등의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등을 포함한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성별은 물론 나이, 종교, 용모, 결혼 여부, 임신, 사회적 소수자 등등이라는 이유로 차별이 이뤄져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은 어떠한가? 우리는 얼마나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갖추고 있는가를 스스로 질문하고 성찰해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인권에 대한 존중은 결국 나와
사설 | . | 2017-01-01 17:19
2016년 12월, 병신년 마지막 달이다. 명사 초청 특강, 대학 총장 포럼, 오케스트라 공연, 30년사 편찬 등 개교 30주년 여러 행사들이 끝났거나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대학은 지난 30년간 이룩한 국내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이라는 가시적 성과들을 바탕으로 향후 다가올 30년에는 실질적으로 산업적·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세계적 가치창출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18년부터 모든 신입생 단일계열 선발, 대학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산학 일체 교수 임용, 학생들의 하계 사회경험 프로그램, 교수들의 하계 집중 활동 제도, 학제간의 융합 교육 및 이를 통한 창의적 연구 등 획기적인 학교 발전 프로그램들을 즉각적으로 실시하거나 시작할 계획이다.올해는 국내외적으로 정치적·사회적 사건들이 유난히도 많은 혼돈과 격변의 시기이다. 소외된 서구 대중들은 개방과 경쟁으로 상징되는 세계화에 대한 반발, 첨단 디지털 기술 및 정보의 홍수에 따른 혼란, 과거 좋았던 시절에 대한 막연한 향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세대·인종 간 경험의 차이에 따른 반목과 갈등, 경제적·정치적으로 고착화된 특권 엘리트층에 대한 극도의 반감과 분노 등
사설 | . | 2016-12-07 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