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뭐든지 기록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다. 달력에 매일 할 일을 빼곡히 정리해놓는 것은 기본이고, 몇 년째 수업 필기 자료와 과제를 빠짐없이 보관하고 있다. 책, 영화, 공연, 전시회를 보고 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감상문을 쓰고, 여행을 가면 카메라로 보이는 모든 것들을 찍기에 바쁘다. 내가 이렇게 기록에 대한 강박을 느끼기 시작한 계기는 꽤 단순하다. 나의 경험, 생각 따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잊힌다는 사실이 너무 아쉬웠다. 과거의 내가 무엇을 보고 듣고 느꼈는지를 영원히 기억에 남기고 싶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꼬박꼬박 그것들을 기록하는 것뿐이었다.그런 나의 보물 1호는 언제나 일기장이었다. 매일매일 나의 글씨로 채워나간 일기장들을 펼쳐보면, 과거의 내가 했던 사소한 생각들이 가득하다. 대수롭지 않아서 더 좋다. “매점에 새로 들어온 과일 음료수가 정말 맛있다”, “밤에 산책하다가 달을 봤는데 유난히 밝았다” 같이 시답잖은 이야기들을 거르지도, 고치지도 않고 적어댔다. 심심할 땐 그림도 자주 그렸고, 자습시간에 친구들이 보내온 쪽지 조각들을 구석에 붙이기도 했다.그 무수한 티끌 같은 기록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나
78내림돌 | 박민해 기자 | 2018-03-28 13:14
“미래는 이미 여기에 와 있다. 단지 균일하게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 (The future is already here. It’s just not very evenly distributed.)Cyberspace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캐나다의 소설가 William Ford Gibson이 한 말이다. 21세기의 전반부에 살고 있는 우리는 AI와 로봇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을 이미 체험하고 있으며, 조만간 현재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2018년 신년기획으로 중앙일보가 현대 정몽구재단과 공동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미래사회의 인재가 갖추어야 할 역량으로 상상력, 인성, 융복합 능력, 협업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순으로 응답했다고 한다. 전문지식은 순위에 들지 못하였는데, 지식은 인공지능이 공급할 수 있으므로 좋은 성품 및 남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이 미래사회를 살아가는 데 더욱 중요한 핵심 능력이라는 것이다.포스텍은 30년 전에 연구중심대학으로 출발하였으며, 대학의 중요한 기능으로 연구를 제시하며 한국 대학의 발전을 선도해왔다. 그러나 강의와 연구, 그리고 논문 출판으로 구성되는 현재의 대학교육은, AI가
노벨동산 | 이건홍 / 화공 교수 | 2018-03-07 13:53
식당에서 음식을 시켰을 때, 조금이라도 늦으면 종업원을 불러 왜 안 나오는지 묻고, 인터넷 로딩이 길면 왜 이렇게 느린지 짜증을 낸다. 이와 같은 ‘빨리빨리’ 문화는 이미 생활화됐다. 새벽 늦게까지 과제를 하다가 잠이 들고, 아침 일찍 일어나 9시 반 수업을 여유 있게 가는 것이 매우 어렵다. 9시 반 수업을 나갈 때, 친구들은 9시 20분에만 나가도 충분히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걸음이 느려, 달리지 않고서야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항상 생활관 21동에서 나와 뛰어서 수업을 갔고, 정확히 수업 시작 즈음에 도착해서 땀을 닦곤 했다. 여느 날처럼 힘들게 수업을 가던 중, 느린 걸음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느린 것보다, 빠른 걸음으로 수업을 빨리 가고, 빠르게 졸업하고, 취업하고, 인생의 성공을 맞이하는 것을 원할 것이다. 나 또한 우스갯소리였을지라도 대학 생활 목표는 ‘4년 졸업’이라고 말하곤 했다. 무의식중에 나도 ‘빨리, 빨리!’를 외쳤던 것이다. 우리는 빠른 목표 실현만을 위해 성실하게 살아왔다. 꾸준히 노력하기만 하고 여유 없는 나날을 보낸 것이다. 누군가는 빠른 성공
78내림돌 | 정유진 기자 | 2018-03-07 13:46
만화/만평 | . | 2018-03-07 13:46
과학자들은 항상 새로운 진리의 가능성에 열려 있어야 하기에 어떤 신념에도 치우치지 않는 냉철한 합리성을 늘 유지하고 있으리라는 것이 우리 대부분의 생각이다. 하지만, 토마스 쿤은 과학자들도 ‘패러다임’이라는 신념 체계를 고집하고 있다 본다. 과학자들은 자신의 패러다임과 충돌되는 실재 사례가 제시될 때에도 이를 중요하지 않은 ‘예외(Anomaly)’로 간주하며, 늘 자신의 패러다임을 수정하기보다는 정교하게 세우는 일, 곧 ‘정상과학’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 쿤의 주장이다.하지만, 일반적으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하여 굳은 신념을 갖는 일은 중요하다. 그 일에 담긴 가치와 그 일의 성취를 위해 동원한 수단의 정당성과 합리성에 대해 믿음 없이 큰일을 이루어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메달을 다투는 올림픽 국가 대표 선수들을 응원할 때나, 혹은 자신의 중요한 일을 앞에 둔 순간, ‘신념을 가져라’ ‘너 자신을 믿어라’라는 격려나 응원을 보내거나, 스스로 마음의 다짐을 하게 되는 것은 극히 당연한 일이며 마땅한 일이 아닐 수 없다.그렇기에 자신의 신념 체계에 대한 비판보다는 충성이, 과학자들의 활동 동력이 된다는 쿤의 주장은, 물론 이론적인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것
사설 | . | 2018-03-07 13:45
만화/만평 | . | 2018-02-09 13:48
읽히지 않는 리포트, 저조한 투표율, 그리고 참여가 저조한 행사. 사람은 ‘무관심’에 가장 크게 상처를 받는다. 특히 참여가 저조한 행사는 들인 노력이나 소요된 예산도 문제지만, 회원들은 회비를 납부할 이유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행사를 마련할 동기를 잃게 되면 최종적으로 단체가 회원들에게 기여할 기회 자체가 줄어들 수 있어 큰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지난해 생명과학과는 두 가지의 큰 학생 사업이 참여 부족으로 취소되고 말았다. 취소된 생명과학과의 사업은 크게 가을 산행과 생쇼(신입생들의 장기자랑 행사)로, 학우들의 참여 없이는 유지할 수 없는 행사였다.이러한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주최 측은 기획 과정에서 회원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변화하는 수요를 파악하여 회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행사를 만들곤 한다. 다만 지난 391호 신문의 지곡골목소리는 생명과학과 일부 행사들이 취소된 원인에 대하여 색다른 의견을 제시하였는데, 일부 오해의 여지가 있어 지면을 통해 덧붙이고자 한다. 가을 산행의 경우, 2017년뿐만 아니라 2015년과 2016년에도 1차, 2차 수요조사에서 참가인원이 매우 부족했다. 이에 학과 선배들이 저학년생들에게 ‘앞으
지곡골목소리 | 강한솔 / 생명 15 | 2018-02-09 1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