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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타인과 매 순간 마주하며 살아간 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까운 타인에 대해선 전부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수 년, 수십 년 동안 친분을 유지한 사람에게 도 낯선 면모가 존재한다. ‘가장 가까운 타 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기 자신도 마찬가 지다. 이 작품은 내면이 성장함에 따라 다 른 이가 보여주지 않던, 내가 보지 못했던 모습을 발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주인공 소유는 일본인 교환학생 쇼코와 인연을 맺는다. 대학을 졸업한 뒤 영화감독 을 희망하던 소유는 실패를 겪고 가까운 사람들과 거리를 두며 고립된다. 서른에 이 르기까지 그러한 생활을 지속하다 할아버 지를 간병하는 두 달가량의 시간 동안, 소 유는 그동안 보지 못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마주한다. 할아버지의 임종을 맞이한 후, 소유는 다시 만난 쇼코와 지난날 소유의 할아버지가 주고받은 편지로 늘 무뚝뚝하 던 할아버지의 속마음을 접한다. 한편 쇼코 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주는 지나친 사랑을 견디지 못해 고향을 떠나고 싶어 한다. 하 지만 그녀는 도쿄의 대학에 합격하고도 고 향을 떠나지 못한다. 책의 중반부에 들어 쇼코의 나약하고 불안정한 모습은 그녀가 오히려 그런 할아버지에게 의존하고 있었 다

포스테키안의픽 | 이이수 기자 | 2024-06-12 16:16

우리는 일평생 얼마나 많은 마음을 상상 하고 읽어내게 될까. 가까운 대인관계부터 복잡한 사회생활까지 나를 둘러싼 인생의 미션을 완수하는 데는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 두 가지를 모두 이루려면 자신과 타인의 ‘마음 읽기’가 원활해야 한다. 그러나 마음은 불투명하고 시시각각 바뀌는 성질을 가져서, 뚜렷한 속을 콕 집어내기가 어렵다. 책 ‘나주에 대하여’는 뾰족한 구석과 예민한 영역, 불안정한 순간으로부터 나오는 못생긴 마음들을 솔직하게 쓴 단편집이다. △질투 △부러움 △열등감 △합리화 △비굴함처럼 누구나 가져봤던 못생긴 마음, 앞으로 가지게 될지도 모를 단편적인 마음이 담겼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부끄럽고 못생긴 내 마음을 읽어내 시원하게 하는 힘이 있다. 단편 ‘꿈과 요리’에는 대학 시절 멀리, 또 가까이서 서로를 바라보던 수언과 솔지가 등장한다. 영화를 좋아한다는 점을 매개로 미묘한 신경전을 잇던 두 친구는 ‘쟤가 보기에 나는 어떨까?’라는 생각에 얽매여 있었다. 서로에 대한 부러움은 너를 무시하고 싶다는 심술과 맞닿아 있어서, 수언과 솔지는 각기 다른 이유로 진짜 마음을 숨긴다. 누구보다도 능동적으로 영화를 사랑했던 솔지는 졸업 후 은행원이 되며 꿈보다 현

포스테키안의픽 | 손유민 기자 | 2024-05-22 16:01

지난 1월, 쓸쓸한 바람이 부는 미국 뉴욕 센트럴 파크를 걸었다. 조용히 색이 바랜 나무들 사이로 활개를 치며 뛰어다니는 강아지들, 놀이터에서 모여 노는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이르게 된다. 그저 발 도장에 그치지 않고 마음에 아로새기는 의미를 붙잡기 위해 나는 방문 전 이 책을 읽었다.저자는 세상을 버틸 힘을 잃었을 때 그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이곳의 경비원이 돼 미술관을 지켜왔다. 그는 10년간 많은 미술품을 바라봐 온 방식과 그로부터 힘을 얻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15세기 작품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에 대해 그는 오랜 시간을 견뎌온 그 단단하고도 거친 나무판 위로 템페라가 입혀진 모습, 그리고 시간에 잘게 갈라진 금박 아래로 엿보이는 붉은 진흙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한 작품을 정말 오래 봐야만 알 수 있는 사소한 모습과 선명히 느낀 슬픔까지, 그의 진실한 감상이 부러웠다. 나는 반나절 동안 도장 깨기를 하듯 둘러봐야 하는 여행객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 긴 시간과 관찰로부터의 감상을 공유받을 수 있음에 안도를 느끼기도 했다.나는 짧은 시간 동안 영유하듯 빠르게 그림들을 훑다가도, 인상적인 그림 앞에서는 의자에 몸을 기대고서

포스테키안의픽 | 강민영 기자 | 2024-03-22 18:42

이 영화는 크리스 워싱턴이라는 한 흑인 남성이 여자친구의 가족인 아미티지 집안에 초대받아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영화는 극의 초중반 내내 알 수 없는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초대된 후에도 계속해서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며, 주인공과 관객들의 긴장 수위를 높인다. 이는 극의 말미에 가서야 해결된다. 다시 말하자면 극의 초중반은 서스펜스로 관객들의 긴장 수위를 조절하고, 극의 후반은 클리셰로 느껴질 수 있는 스릴러의 문법을 따르고 있다. 영화가 다루고 있는 소재는 참신하다. 기존의 사회 문제와 관습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점은 다른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점이다. 감독은 새로운 소재를 영화에 사용하기 위해 극이 진행되는 동안 영화의 설정을 정당화한다. 이는 점차 쌓이다가 숨겨진 전말이 드러날 때 그 효과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이 영화는 미국 작가 조합이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각본’에서 이터널 선샤인을 제치고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화를 다시 볼수록 숨겨진 부분이 눈에 보이며 완성도가 매우 높은 영화임을 느낄 수 있다. 여러 번 반복 관람을 하면 보이지 않던 미장센이 보이며 감독이 전하는 숨겨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인이라서

포스테키안의픽 | 이재현 기자 | 2024-02-29 20:06

모든 사람은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중간에 갈림길을 만나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지언정 뒤로 걸어갈 수는 없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기도 하고 추억하기도 한다. 만약 그 길을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떨까?여기 다시 돌아가는 것을 저주처럼 느꼈을 한 여자가 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 여자를 중심으로 사건은 흘러간다. 초능력자들의 복잡한 이해관계 사이에서 죽을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그녀는 몇십 번, 몇백 번이고 시간을 되돌린다. 하지만 언제나 그녀의 이야기 끝에는 그 사람의 죽음이라는 결말만이 존재한다. “이쯤 되니 내가 하는 짓이 그 사람을 살리기 위한 도돌이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죽음을 위한 연주처럼 느껴져”라고 말할 만큼 자괴감과 무력감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포기하지 못한다. 작가는 결말을 알면서도 돌아가는 그녀의 비참한 심정을 대사로 처절하게 표현한다. 그러나 마침내 그녀는 모두가 살 수 있는 결말에 도달하게 된다.문목하 작가의 데뷔작인 ‘돌이킬 수 있는’은 초능력물과 첩보물을 겸비한 장편소설이다. 책에서는 주인공의 능력을 초반에 밝히지 않고 작품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독자가 자연스레 알아 가도록 이

포스테키안의픽 | 이주형 기자 | 2024-01-01 20:03

삶은 모순으로 가득하다. 누군가에게 삶은 행복의 절정이고, 누군가에게는 행복해지려 애를 써야 하는 부담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마땅히 지탱해야 할 순간이기도 하다. 그런 모순 속에서 주인공 안진진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결단코 ‘나’를 장악하며 한 생애를 살아야 할 사람”이었다고.부유하지만 평온함이 무덤 속과 같다는 이모와 쌍둥이지만 정반대로 팍팍한 시련에 강해지는 엄마를 보며, 안진진은 모순이 빚어내는 불편한 상황들을 대면한다. 그러나 ‘인생의 부피를 늘려주는 것은 우리가 그토록 피하려 애쓰는 불행’ 그 불편 덕분이라는 걸 깨닫고서 제 살길로 향해가겠다고 다짐한다. 남들이 보기에 술주정과 가출을 일삼는 무책임한 아버지는 한편으로, 생각하는 행위가 사람을 살아가게 만든다는 것뿐 아니라 그 용량을 초과하면 곤란해진다는 교훈을 남긴다. 그녀의 삶은 누가 봐도 평탄하지 않았다. 쌍둥이인 이모와 엄마의 모순된 운명을 떠올리자면 그녀는 누구보다도 세상을 원망하기 쉬웠다. 그런 안진진에게 가장 큰 힘은 모순된 세상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한편 무조건 옳지 못한 존재란 없다고 자신을 북돋우는 긍정이었을 테다.책 ‘모순’은 1980년대 여름, 시끌벅적한 세상에 용기를 잃은

포스테키안의픽 | 손유민 기자 | 2023-12-05 20:52

뮤지컬 ‘그날들’이 올해 10주년을 맞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지난 7월 12일부터 9월 3일까지 공연을 진행했다. 지금은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뒤 지방 공연이 한창 이뤄지고 있다. ‘그날들’은 고(故) 김광석이 불렀던 명곡들을 모아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인 만큼, 그의 노래를 즐겨듣는 일반 대중과 뮤지컬 입문자가 보기에도 좋은 작품이다. 경호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안무에 다양한 액션이 가미돼 있으며, 전반적인 극의 분위기가 진중함에도 중간중간 재미있는 요소들과 배우들의 애드리브가 어우러지며 공연의 완성도를 높인다.극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청와대에서 주인공들이 겪는 이야기를 밀도 있게 그리고 있다. 20년 전, 정부가 덮으려 하는 한중수교의 비밀을 알고 있는 통역사인 ‘그녀’, 그리고 그녀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게 된 청와대 신입 경호원 ‘정학’과 ‘무영’은 선택의 기로 앞에서 각자 다른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현재, 대통령의 딸 ‘하나’와 정학의 딸 ‘수지’는 서로에 대한 우정과 경쟁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다.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두 남녀의 실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잘 맞물리면서 20년 전에 있었던 일들의 전말이 점차 밝혀진다.작가

포스테키안의픽 | 오유진 기자 | 2023-11-07 20:34

아기들이 늘 쌍둥이로 태어나 평생 한 ‘켤레’를 지어야만 하는 마을에서 고고는 홀로둥이로 태어났다. 고고는 다른 홀로둥이인 노노와 함께 살게 되지만, 병을 앓던 노노가 마을을 떠나면서 고고 또한 마을을 떠나야만 했다. 그런데도 ‘홀로’라는 두려움에서 서로를 구했다는 이유로 고고는 그 엉망을 이해해보려 노력한다.책 ‘고고의 구멍’은 빠른 호흡으로 고고의 강단 있는 여정을 서술한다. 북반구의 습지와 협곡, 남반구의 지도리, 마지막으로 새들의 땅까지. 드넓은 세상으로 나아간 고고는 처음 느껴 본 변화의 범위와 세기에 압도됐다. 낯섦에 대한 고고의 깨달음은 두려움이 되고, 두려움은 고향에 가고픈 그리움을 일깨우기도 했다.더 큰 시련은 ‘어느 날 가슴에 난 구멍’이었다. 처음에 고고는 구멍에 꼭 맞는 무언가를 찾으려 조바심을 냈다. 구멍이 자신을 끝나지 않을 법한 울음과 증오에 차오르게 만든다고 생각했기에, 상처뿐이 남았다. 그러다가 땅에 뚫린 크레이터를 보고 자신의 구멍을 떠올리며 ‘망울’의 크레이터를 메우는 협곡인들을 찾아간다. 협곡에서 고고는 비비낙안을 만나 ‘어떤 상처도 남의 도움으로만 아물지는 않으며, 스스로 아무는 것’임을 배운다. 지도리에서는 소인족인 금

포스테키안의픽 | 손유민 기자 | 2023-09-06 11:54

누구나 자신의 허위적이고 가식적인 면을 자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책 ‘인간 실격’은 이런 인간의 지극히 ‘인간적’이면서도 ‘비인간적’인 면을 고발하고 있다. 그런 인간의 특성을 지니지 못한 채로 태어난 주인공 ‘요조’는 타인의 의중과 속마음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며 살아가고, 결국 자신이 인간으로서 실격되었음을 깨닫는다.요조의 삶은 서문에서 세 장의 사진을 통해 직관적으로 표현된다. 첫 번째 사진은 요조의 유년 시절 사진으로, 그를 원숭이가 웃는 얼굴이라 묘사하며 그가 사람들을 웃기는 광대로 살아왔음을 암시한다. 두 번째 사진의 요조는 인간의 모습을 갖췄으나 여전히 가식적인 모습이다. 이때 요조는 세상에 섞여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이방인으로서 존재하고 있다. 세 번째 사진은 ‘안개처럼 사라져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 얼굴’이라고 서술하고 있는데, 이는 마침내 요조가 인간의 자격을 박탈당했음을 뜻한다.우리는 언제든지 이방인이 될 수 있다. 타자와의 불확실한 관계 속에서 신뢰를 기반한 교감을 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공동체에 소속됨으로써 삶의 원동력을 얻을 수 있다. 그렇기에 인간은 운명적으로 고독과 불안을

포스테키안의픽 | 정유현 기자 | 2023-06-15 09:37

프랑스 작가인 아니 에르노(Annie Thérèse Blanche Ernaux)의 소설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는 한 사람의 인생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누구나 굴곡진 인생을 살아가기에, 각자의 방식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과정은 한편의 긴 서사 영화 같다. 나는 가끔 누군가의 인생을 담백하게 담아낸 책이 있다면 꼭 읽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런 측면에서 누군가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책을 접하는 것만큼 숭고한 경험은 없을 것이다.이 책은 자전적 성격을 띤다. 누구나 겪을 법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는 과정을 일기의 형식으로 써 내려간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어머니의 언행은 달라져 가고, 작가는 어머니를 볼 때마다 느끼는 죄의식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마치 우리가 똑같은 일을 겪은 것처럼, 작가의 인생에 초대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흔히 아름답고 환상적인 것을 볼 때 우리는 이를 ‘낭만적’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낭만은 도달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치매와 죽음으로부터 지켜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작가의 낭만

포스테키안의픽 | 이재현 기자 | 2023-03-01 21:20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로맨스 드라마인 도깨비와 태양의 후예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두 작품은 탄탄한 이야기,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연출, 오글거리면서도 감각적인 대사와 이를 완벽히 소화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합을 맞춰 완성된 드라마다. 해당 작품들의 각본을 쓴 김은숙 작가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장르의 복수극 ‘더 글로리’로 복귀해 이번에도 어김없이 성공했다.‘더 글로리’는 학창 시절 학교폭력으로 삶이 망가진 한 여자의 치밀한 복수를 다룬다. 주인공 동은은 가해자 5인방에게 고데기로 화상을 입는 등 잔인하고 모진 학교폭력을 당했다. 그러나 선생님은 이를 외면하고 동은의 어머니는 딸에게 무관심한 태도로 상처를 주는 등, 동은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이후 그녀는 오랜 시간에 걸쳐 복수를 준비하고, 계획을 서서히 진행한다. 가해자 5인방의 독특한 설정은 드라마에 재미 요소를 가미한다. 이들 간에는 서열이 존재하며 △악 그 자체인 연진 △연진과 바람피우는 재준 △마약에 의존해 예술 활동을 하는 사라 △5인방 내에서 무시당하면서도 어울려 다니는 혜정과 명오로 구성된다. 이들은 다른 드라마와 달리 서사를 부여받아 악행을 합리화하지 않는다.

포스테키안의픽 | 조원준 기자 | 2023-02-17 22:31

흔히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아야 한다”라고 말하곤 한다. 즉 자신의 기분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이 되지 말자는 이야기인데, 이런 말을 인지하고 있더라도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나는 감정 기복이 있고,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티 내지 않으려 노력해도 티가 나는 성격이다. 이런 내게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으려면’이라는 제목과 꿍한 표정의 책 표지 삽화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이 책은 제목대로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여러 방법을 제시해준다.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다스릴 수 있을지에 관한 내용을 담았는데, 처음에는 솔직히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뻔한 얘기들만 늘어놓는 게 아닌지 의구심을 품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작가의 경력에서 나오는 새롭고 실용적인 여러 방법이 녹아들어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방법은 생각이 많은 성격이라면 그런 생각을 글로 담아보는 방법이었다. 거창하게 글을 쓰기보다는, ‘날씨 노트’라는 콘셉트에 맞춰 그때그때 겪은 감정과 떠올린 생각들을 적어보라는 것이 신선했고, 앞으로 실천해볼 계획이다.갓 스무 살을 지난 학생들에게 감정을 완벽히 다스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한 학기 동안 열심히

포스테키안의픽 | 최대현 기자 | 2023-01-07 00:09

다들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말을 흔하게 들어봤을 것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유행한 신조어 ‘금수저’는 영국의 속담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다’에서 유래했으며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각색한 드라마 ‘금수저’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더불어 입체적 연출로 몰입감을 높여 지난달 12일 호평 속에 종영했다.‘금수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아이가 우연히 얻게 된 금빛 수저를 통해 부잣집에서 태어난 친구와 운명을 바꿔 후천적 금수저가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금수저가 되기 위해 가족을 버린 흙수저 출신 승천과 금수저이지만 돈보다 사랑과 자유를 원해 가족을 선택한 금수저 출신 태용의 상반된 선택과 후회, 주변인과의 갈등이 생생하게 전달돼 흥미를 고조시킨다. 이 드라마는 돈과 자본주의에 관한 이야기를 꾸려나가면서 시청자에게 돈에 휘둘리는 인생이 아닌, 사랑의 소중함을 느끼고 삶의 의미에 관해 고민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주인공 승천을 둘러싼 갈등과 해결 과정에서 입체적으로 묘사되는 감정을 느낄 때면, 행복을 돈으로만 재단하려는 일차원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게 된다. 또한 자본주의에 물든 사회에 순응하기보다는 긍정적인 사고

포스테키안의픽 | 강민영 기자 | 2022-12-10 01:43

지금은 프로그래밍의 시대다. 많은 사람이 프로그래밍을 시작하지만,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문법에만 집중할 뿐, 어떤 코드가 좋은 코드인지는 고민하지 않는다. 좋은 코드에 대해 고민해 본 적 없는 모든 프로그래머에게 이 책을 권한다.책 ‘클린 코드’는 제목처럼 깨끗한 코드를 작성하는 방법론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프로그래밍을 처음 시작한 아마추어들이 쉽게 착각하고 가볍게 넘기는 부분들을 다시금 짚어준다. 변수나 함수 이름 하나를 짓는데 몇 분씩 고민하는 게 시간 낭비라고 느낄 수 있지만, 이름만 보고 그 변수 또는 함수의 역할을 유추할 수 있다면 전체 과제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든다. 또한, 각 함수는 오직 한 가지 작업만 수행도록 작성하는 것이 가독성을 높이고, 오류가 발생했을 때 어떤 함수를 수정해야 하는지 바로 알 수 있다.책의 내용은 어렵지 않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만 봐도 어떤 독자는 너무 당연한 말을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들으면 당연한 이야기를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사람과 이를 생각하는 사람의 차이는 매우 크다. 이 책을 읽고 프로그래밍을 하게 된다면, 내 코드 말고도 인터넷에 공개된 수많은 다른 사람의 코드를 읽어보길 권한다. 좋은

포스테키안의픽 | 장유진 기자 | 2022-11-13 01:16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미디어에서 한 번쯤 이 독특한 자기소개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평소 드라마나 영화를 잘 보지 않던 나도 계속해서 들리는 우영우 이야기가 궁금해 보다가 어느새 드라마에 푹 빠져 저 인사말을 외우게 됐다.이 드라마는 변호사 법률 사무소 한바다의 변호사 우영우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우영우는 어릴 적부터 형법을 외우는 등의 천재성을 보이며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했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인해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바다 법률사무소에는 송무 팀 직원 이준호와 같이 우영우에게 호의적인 인물도 있지만 우영우에게 과한 경쟁의식을 보이는 권민우처럼 부정적인 인물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서 여러 사건을 풀어나가며 우영우는 사회로 한 발짝 나아간다. 또 우영우의 성장에서 그치지 않고, 우영우의 주변인 또한 그녀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위로를 받는다.‘우영우를 정말 자폐인으로 볼 수 있는가’와 같이 스토리가 사회적인 이슈와 밀접한 만큼 많은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우영우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흥미진진한 사건 진행 방식은 이 드라마를

포스테키안의픽 | 고평강 기자 | 2022-09-14 20:18

“바람에 날려 꽃이 지는 계절엔”. 자우림의 노래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 소절로 시작하는 노래를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전달해오는 아련한 멜로디는 많은 사람의 마음에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평소 드라마를 잘 찾아보지 않지만, 우연히 접하게 된 동명의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제목에 꽂혀 1화부터 정주행을 시작했다.드라마는 90년대 말을 배경으로 10대와 20대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나희도는 어릴 적 펜싱 신동이었지만 슬럼프를 겪으며 펜싱을 계속할지에 대해 어머니와 다투고 어려움을 겪는다. 남자 주인공 백이진은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명문대에 입학했지만 1998년 IMF로 인해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대학을 중퇴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처지로 전락한다. 어려운 시기 만난 두 사람은 늘 서로의 진심에 가서 닿으며 서로를 위로하고, 공감하고, 사랑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두 인물은 한층 성장하고 꿈을 이뤄나간다. 특히 주인공과 어머니의 갈등, 두 주인공 사이의 갈등을 사실적으로 그려 쉽게 공감할 수 있게 하고,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하나의 축이 된다.매회 현실과 과거를 잇는 액자식

포스테키안의픽 | 박준우 기자 | 2022-06-20 00:12

“불완전한 신체 속에 담긴 내 영혼은 액체처럼 유동하고 있다.” 묘하게 지금의 자신을 가리키는 듯한 문장이 나를 이슬라에 빠져들게 만든다. 여느 나날들 사이, 한순간에 시간이 멈추고 죽음은 사라졌다. 세상을 굴러가게 하던 질서는 금세 흐트러져 거리에는 강한 감정만이 존중받아 살아남는다. 질서와 상식을 거스르는 혼돈과 마주하게 된 열다섯의 소년은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알기 전부터 그 단어에 속해 있었다.시간이 멈춘 이슬라의 세상은 흔한 판타지 소설이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멈춘 세상이라는 클리셰 속에서 소년의 미성숙함은 백 년간 많은 모험과 도전, 실패와 헛된 시간을 거쳐 후회를 맛보게 한다. 작은 머릿속에서 수십 번 엎치락뒤치락하는 소년의 가치관을 지켜보다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죽음이 없어진 세상은 온갖 가시들로 가득하다. “네 몸에서 빼낸 가시들이 도로 자라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다 없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야. 네 마음이 슬픔에 삼켜지지 않도록 조심해라. 살 뿌리가 단단한 땅을 으스러뜨리는 것처럼 언제든 너를 파괴할 가시가 자라날 수 있으니까. 슬픔을 좋아하는 것은 나쁜 버릇이란다.” 자칫 굴레에 빠질 수 있는 부정적인 감

포스테키안의픽 | 손유민 기자 | 2022-05-02 22:59

스튜디오 지브리의 영화 중에는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명작이 많다. 그중에서도 ‘귀를 기울이면’을 소개한다. 보통 지브리 하면 ‘이웃집 토토로’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은 판타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데, ‘귀를 기울이면’은 현실을 배경으로 한 풋풋한 사랑 이야기다. 주인공 시즈쿠는 문학을 좋아하는 중학생으로 바이올린 제작자가 꿈인 소년 세이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시즈쿠는 세이지가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라 바이올린 제작을 배울 계획이라는 말을 듣고 자신도 세이지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제자리걸음인 자신과 달리 꿈을 향해 앞서 나가는 그의 모습에 불안을 느낀다.그러한 불안감으로 인해 시험이 코앞인데도 자신을 입증하고자 소설 쓰기에 매진하는 장면이 있다. 이에 시즈쿠의 아버지는 “남들과 다른 길을 가면 누구의 탓도 할 수 없기에 나름의 힘듦이 있다”라고 하면서도 시즈쿠를 응원한다. 흔히 학생 때는 공부가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한 힘듦은 무엇을 위해 공부를 하는지를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미래는 막연하기 때문에 지금 하는 공부가 무엇을 위해서인지 알기는 쉽지 않다. 공부 외에 다른 길로 가더라도 이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대학 학생

포스테키안의픽 | 조민석 기자 | 2022-03-27 17:13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고, 부유하고, 건강한 사람들은 어떤 습관을 갖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신의 분야에서 최정상에 오른 그들을 거인이라는 뜻의 ‘타이탄’이라고 칭하며, 그들의 강점과 습관에 대해 다룬 ‘타이탄의 도구들’을 소개하고자 한다.한두 개의 강점을 극대화하면 모두가 타이탄이 될 수 있다는 서문의 메시지가 마음에 들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 문화에서는 못하는 것을 보완하려 한다. 이는 남에게 주는 피해를 줄이고 예의를 차리는 데 중요하다. 그러나 자신이 발전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점을 보완하는 것 외에도 강점을 극대화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특히 필자는 강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세상을 혁신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빌 게이츠, 래리 페이지, 마크 주커버그와 같은 세계를 바꾼 기술을 만들어낸 유명인을 나열하며, “당신이 그들을 멋지게 모방했다는 건 그들에게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어떻게 혁신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혁신할 수 있을지’다.페이팔의 창업자인 피터 틸은 인생을 걸어볼 목표를 찾고, 나이가 젊을수록 기다릴 필요 없이 이를 실행하라고 한다. 또한,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

포스테키안의픽 | 탁영채 기자 | 2022-02-26 21:40

잘생기고 젊은 사업가였지만 불의의 택시 사고 이후 사지 마비 환자가 된 윌 트레이너. 자신이 일하던 작은 시골 마을의 하나뿐인 카페가 문을 닫는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고 직장을 잃은 루이자 클라크. 두 남녀가 간병인과 환자의 관계로 만났다.루이자가 맡은 역할은 말이 간병인이지 사실은 삶의 의욕을 잃은 윌이 자살을 감행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자살 감시인’에 가까웠다. 게다가 윌은 시종일관 비꼬는 말투였고 매사에 불만투성이였기에 일은 힘들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돈이 급했던 루이자는 솔직하게 불쾌감을 표하며 6개월을 버텨내겠다고 선언하는데, 윌은 오히려 이런 당당함에 놀라고 서서히 루이자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6개월 동안 그들은 점점 교감하며 사랑의 감정을 키워나간다. 루이자는 휠체어를 탄 채로 밖을 나가기 싫어하던 윌을 정원으로, 집 밖으로, 다른 세상으로 데리고 나가며 함께 로맨틱한 경험을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윌은 비뚤어지고 현실을 개탄하기만 하던 예전 모습에서 벗어나 점점 웃음과 삶의 행복을 되찾게 된다.이 책은 필자가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은 유일한 소설이다. 로맨스 특유의 재미와 가벼운 문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토록 감동적이고 울림을 주는 책

포스테키안의픽 | 이태훈 기자 | 2022-01-07 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