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2,101건)

난 아이언맨이 못마땅하다. 군수업자 재벌이 자경단 노릇을 하고 다니는데, 시민들은 아무 불만이 없다니 말이 되는가? 한 번이라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해봤다면 이 드라마가 마음에 들 것이다. ‘더 보이즈’는 짧게 말하면, 히어로에게 피해를 본 사람들의 복수극이다. 메인 플롯은 고전적이지만, 서브 플롯의 메시지는 어떤 사회고발물보다 깊다. 초능력자가 존재하는 공상과학 세계지만 우리의 삶과 소름 끼치게 닮아있다. 이 드라마에서 제일 재밌는 설정은 ‘보우트(Vought)’사다. 보우트는 일종의 슈퍼 히어로 소속사로, 슈퍼히어로들의 활동을 관리 및 홍보하고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대기업이다. ‘바디 포지티브’라며 여성 히어로에게 노출을 강요하는 장면은 현실의 영화 제작사가 생각나 쓴웃음을 짓게 된다. 사고를 앞세워 군대가 히어로와 계약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히어로가 “나는 우월하다”라며 막말을 뱉으면 대중들은 솔직하다며 열광한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 은 장면 아닌가? 그래서 주인공들은 결국 슈퍼히어로가 아닌 대기업에 맞서게 된다. 빠른 전개와 깔끔한 선악 구분을 좋아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점점 커지기만 하고, 주인공들은 지긋지긋하게 안 뭉친다. 하

포스테키안의픽 | 김수진 기자 | 2024-09-06 19:24

올해 1월, 우리대학 기계공학과에 부임하게 돼 17년간의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이사했다. 이 소식을 들은 지인들은 제일 한국으로 안 올 것 같았던 내가 한국에 온 것에 놀라움을 표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한국이라서 온 게 아니라, 포스텍이라서 왔습니다”라고 답했다. 오늘은 그 이유와 한 학기를 보낸 현재의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포스텍에 오기 전, ‘좋아하는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삶’과 ‘무한한 경쟁을 통해 연구에서 성취감을 얻고 세계적인 과학 발전에 기여하는 삶’은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 가지 삶 중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살자니 연구에 미련이 남을 것 같았고, 치열하게 연구만 하는 삶을 살자니 나중에 나이 들면 후회할 것 같았다. 이렇게 갈팡 질팡하는 와중에 먼저 손을 내밀어준 건 포스텍이었다. 한국에서 대학에 다녀본 적이 없는 나는 포스텍이라는 학교가 익숙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포스텍과 관련 있는 일화는 미 일리노이 대학교 어바나-샴페인 (UIUC)에서 대학원 생활을 할 때 만났던 선배가 포스텍 학부 출신이었다는 것뿐이었다. 이 형은 현재 스위스 로잔

노벨동산 | 김진태 / 기계 조교수 | 2024-09-06 19:21

다양성, 나에게는 학창 시절 도덕 시간에 가볍게 들었던 단어에 불과했다. 그 당시에는 그저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여겼던 이 단어가, 최근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소수자에 대한 갈등, 이주 노동자에 대한 배척,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 등 다양성과 관련된 문제들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이 문제들은 단순한 사회적 갈등으로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잃을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다양성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가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사실 나조차도 다양성의 중요성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모든 교육 과정을 한국에서 마쳤다.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한국인이었고, 같은 언어를 사용했으며, 동일한 문화를 공유했다. 심지어 남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대에 진학하며 군대를 다녀오는 과정에서 성별 역시 동일한 환경에 익숙해져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나에게 다양성은 그저 도덕적으로 존중해야 할 가치 혹은 배려를 위한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마도 많은 한국 학생이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며 자라왔기에, 다양

지곡골목소리 | 제태호 / 컴공 20 | 2024-09-06 19:20

왜 우리가 대학에 다니는지 묻는다면 대다수의 학생은 취업과 같이 미래에 직업을 가지고 일반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라고 답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대학이 하나의 수단으로 변질돼 버렸고 결국 자신이 나온 대학을 하나의 경력으로만 여기게 됐다. 필자 역시 오랜 시간동안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생활했었다. 우리대학에 오기로 결정하기 전 필자는 여러 선택지가 있었다. 타 대학의 컴퓨터학과에 동시에 붙었기에 어떤 곳을 가야 할지 굉장히 고민이었다. 그 당시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학점도 잘 받아 좋은 대학원을 가고 최종적으로 그 분야의 권위자가 되는 것이 남는 것으로 여겼다. 그런 이유로 서울보다는 포항에서 대학을 다니는 것이 놀거리도 적을 것이고 공부에 열중하기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필자는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우리대학에 왔고 한동안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생활하였다. 하지만 여러 선배를 만나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동아리 활동이나 친구들하고 노는 것 등 공부와는 정반대의 활동들이었지만 이런 활동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대학 생활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의 변화에 쐐기를 박은 것

독자리뷰 | 안동현 / 무은재 24 | 2024-09-06 19:19

52년 전통을 가진 문예지 ‘문학사상’이 지난 4월호(통권618호)를 끝으로 휴간에 들어갔다. 문학사상에서 1977년도부터 제정·운영해온 국내 대표 문학상 중 하나인 이상문학상 또한 경영난을 이유로 운영권이 매각됐다. 한국 문학을 대중에 알리고 여러 작가를 등단시킨 ‘문학사상’에 전례 없는 위기다. 출판 문학의 뼈대가 하나둘씩 조용히 스러져가고 있다. 이른바 ‘출판 문학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사실 출판 문학의 위기설이 돈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2010년대 웹소설로 전환점을 맞은 장르문학과 달리 출판 문학에서 제힘을 내는 순수문학 시장은 90년대를 기점으로 서서히 그 빛이 바래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아날로그의 쇠락이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아날로그 산업이 사장되고, 사람들은 종이에서 디지털 매체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종이책보다 접근성이 월등히 높은 매체들의 파급력은 예상보다도 훨씬 컸다. 그렇게 종이책은 점점 잊혀갔다. 그 사이에 있었던 굵고 작은 사건들은 도화선이 돼 종이책을 붙들고 있던 독자들마저 한둘씩 떠나갔다. 그때마다 많은 이들이 출판 문학은 위기에 빠졌다고 이야기해 왔다.‘우리나라 성인 6할 가량은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문화체육

78오름돌 | 김태린 기자 | 2024-09-06 18:47

‘할 수 있다, 실패해도 럭키비키잖아’외면하고 싶은 순간조차 긍정적으로 사고하자는 뜻의 말이다. 평소에는 나도 웃으며 럭키비키라는 단어를 사용하곤 한다. 그러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 우연히 이 말을 들으니, 할 수 없는 걸 왜 자꾸 하겠다는 건지, 실패가 어떻게 럭키라는 건지, 싶더라.문득 고등학교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던 ‘피로사회’라는 책이 떠올랐다. 책은 21세기 현대사회가 과거 ‘~하면 안 된다’가 대전제였던 규율사회에서 벗어나 ‘할 수 있다’라는 조동사가 만연한 성과사회로 변모했다고 주장한다. 무한정한 ‘할 수 있음’과 긍정성이 사회 곳곳에 만연했던 수직적 구조와 지배적 규율로부터 우리 사회를 더욱 자유롭게 하며 개인의 기회를 확대한다는 것이다.기회와 자유의 바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점점 피로해지는 동시에 OECD 자살률 1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도한 긍정이 초래한 강박과 탈진 때문이라고 한다. 주어진 자유의 총량은 증가했지만, 역설적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말은 오히려 부담으로 돌아와 자기 착취를 불러온다. 자신의 한계를 악착같이 이겨내고 생산적인 사람이 되고자 애쓰는 과정에서 마음은 점점 병들게 되는 것이다.스물이 된 올 한 해

78내림돌 | 양지윤 기자 | 2024-09-06 18:46

개교 이래 포스텍은 세계의 정상을 향해 달렸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포스텍은 글로벌 대학이 됐다. 그런 포스텍 앞에 이제는 글로컬 대학으로의 전환이라는 시대적 임무가 놓여 있다. 글로컬이라는 수식어는 상반되는 두 단어, 글로벌과 로컬이 모순어법적으로 합성된 옥시모론이다. 글로벌은 보편성을, 로컬은 특수성을 가리키는 말이니 글로컬은 ‘보편적 특수성’ 정도를 의미하는 논리적으로는 모순된 말이다. 시대적 요청들은 종종 글로컬이라는 단어처럼 논리적 모순으로만 들리는 옥시모론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환경 파괴의 주된 원인이 되는 성장이라는 단어 앞에 환경을 생각하는 녹색이란 수식어를 더한 녹색 성장이 그랬다. 또한, 경제 민주화, 기업 사회책임, 사회적 기업과 같은 말들도 논리적으로 대립하는 사적 이익과 공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일종의 옥시모론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환경과 성장을 동시에 그리고 사적 이익과 공적 가치를 모두 함께 추구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씩 이해해 가고 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의 저자 짐 콜린스는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Built to Last)’이라는 책에서,

사설 | times | 2024-09-06 18:45

만화/만평 | times | 2024-09-06 18:32

우리는 타인과 매 순간 마주하며 살아간 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까운 타인에 대해선 전부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수 년, 수십 년 동안 친분을 유지한 사람에게 도 낯선 면모가 존재한다. ‘가장 가까운 타 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기 자신도 마찬가 지다. 이 작품은 내면이 성장함에 따라 다 른 이가 보여주지 않던, 내가 보지 못했던 모습을 발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주인공 소유는 일본인 교환학생 쇼코와 인연을 맺는다. 대학을 졸업한 뒤 영화감독 을 희망하던 소유는 실패를 겪고 가까운 사람들과 거리를 두며 고립된다. 서른에 이 르기까지 그러한 생활을 지속하다 할아버 지를 간병하는 두 달가량의 시간 동안, 소 유는 그동안 보지 못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마주한다. 할아버지의 임종을 맞이한 후, 소유는 다시 만난 쇼코와 지난날 소유의 할아버지가 주고받은 편지로 늘 무뚝뚝하 던 할아버지의 속마음을 접한다. 한편 쇼코 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주는 지나친 사랑을 견디지 못해 고향을 떠나고 싶어 한다. 하 지만 그녀는 도쿄의 대학에 합격하고도 고 향을 떠나지 못한다. 책의 중반부에 들어 쇼코의 나약하고 불안정한 모습은 그녀가 오히려 그런 할아버지에게 의존하고 있었 다

포스테키안의픽 | 이이수 기자 | 2024-06-12 16:16

‘나의 사춘기에게’. 이것은 이미 지나간 나의 사춘기에 대한 다소 새삼스럽고 때늦 은 호명이 아니라, 내가 대학에서 처음 강 의하게 됐을 때 한 학생이 자신의 ‘인생 노 래’라며 추천해 준 곡의 제목이다.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곧 보컬 안지영의 매력적인 보이스 톤과 어우러지며 ‘볼빨간사춘기(BOL4)’ 특유의 감성을 만들 어낸다. 그러면서 다들 아름다운 시절이라 고 입 모아 말하는 청년기의 시작이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그럼에 도 언젠가는 그 아픔을 딛고 밝게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담담하게 이야 기한다. 가사에 담긴 진솔함 때문일까. 이 곡은 발표된 지 7년여가 지난 지금도 마치 자기의 이야기 같다는 이유로 대중에게 꾸 준히 사랑받고 있는 듯하다. 내게 이 노래 를 처음 알려준 학생도 자신이 대학에 와서 도 뚜렷한 목표가 생기지 않아 상상했던 것 만큼 멋진 대학 생활을 보내지 못하고 있으 며, 아직 사춘기에서 방황하고 있는 것 같 다며 이 곡을 떠올린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청년기는 실로 반짝이고 아름다운 순간들로만 가득 찰 수 있는 것일 까? 혹은 그래야만 온당한 것일까? 나와 함 께 글쓰기 과목을 들

노벨동산 | 김지윤 / 인문사회학부 대우조교수 | 2024-06-12 16:15

2022년 우리대학에 입학하고, 이전에는 상 상조차 하지 못했던 범위의 수많은 선택지 가 내 눈앞에 펼쳐졌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대학 입시 자체가 나의 목표였다면, 이제는 △학과 △진로 분야 △직업을 모두 내 손으 로 결정해야 했다. 물론 내가 직접 나의 삶 을 선택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모든 것을 다 경험해 보고 선택할 수는 없기에 △어떤 기준으로 △어느 시점에 △무엇을 골라야 할지 쉽사리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다 양한 교수님들과 상담할 기회가 있을 때마 다 항상 같은 질문을 했다. “어떻게 지금의 연구 분야를 정하게 되셨 나요?”라는 질문이었는데, 삶을 걸고 평생을 도전할 분야가 그냥 정해졌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교수님들과 같은 한 분야의 대가는 더더욱 어떤 터닝 포인트 로부터 지구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심을 하셨다거나, 암에 걸린 아이들을 도 와야겠다는 사명 의식을 얻으셨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놀랍게도 ‘우연히’ 였다. 우연히 학회에서 들은 발표가 흥미로 워서, 이 분야를 하는 연구실인 줄 모르고 들어갔는데 사실 다른 분야를 하고 있어서 등 거창한 이유와는 거리가 먼 대답이었다. ‘우연히

지곡골목소리 | 사수현 / 화공 22 | 2024-06-12 16:13

얼마 전, 해당 기사를 통해 제1기 대학원 대통령과학장학금에 우리대학 대학원생이 16 명이나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25대 1이 라는 매우 높은 경쟁률 속에서 우리대학 학 생들이 16명이나 선발된 것은 매우 자랑스러 운 소식이었다. 이런 긍정적인 소식을 통해 우리대학 구성원으로서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본론에 앞서 장학금 혜택을 받게 된 16명의 선배님께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대학원 대통령과학장학금 도입의 목적은 이공계 학생들이 금전적인 걱정 없이 학업과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현재 대학원생들의 환경을 살펴보면 한국 대학원생의 인건비는 박사 기 준으로 약 300만 원 정도이며, 참여율을 곱한 실제 급여는 그보다 적다. 이마저도 등록금 을 지불하는 데 사용되므로, 금전적 부담 없 이 생활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우 리대학이 개교 초기 모델로 삼았던 캘리포니 아공과대학의 인건비를 보면 등록금 지원과 더불어 연간 약 45,000달러, 한화 약 6,000만 원의 생활비가 주어진다. 물가 차이를 고려 해도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주변 학우들이 대학원 진학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도 낮은 소득 수

독자논단 | 김우진 / 기계 21 | 2024-06-12 16:12

카페에 앉아 넓은 통유리 창문 너머로 보이는 푸르고 광활한 하늘과 따스한 햇살 아래 반짝거리면서 살랑이고 있는 언덕 위의 나무들을 보고 있자니 갑작스레 울적해졌다. 이 감정을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조용하고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시끌벅적한 카페에서 느껴지는 평화로움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최근에 읽은 이언 매큐언의 ‘속죄’에서 묘사된 전쟁의 참혹함을 보았기 때문일까.지구 반대쪽에선 두 개의 큰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그곳 사람들에겐 저 푸른 하늘이 미사일이 떨어지는 천장으로 보일 거다.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하기 위해 길거리에 나가면 시끌벅적한 일상적인 장면보다는 사람들은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총알들을 두려워하며 뛰어다닐 거고, 모든 건물의 문은 닫혀 있을 것이며, 약탈과 쟁취가 넘쳐나는 원시적인 공간일 거다. 전쟁터에서 군인들은 오랫동안 제대로 씻지도, 자지도 못한 채 걸으면서 잠을 보충하고, 맨정신으로는 볼 수 없는 끔찍하고 잔인한 광경들 속에서 오로지 생존만을 목표로 버티고 있으리라. 간호사, 의사들은 쉬지 않고 들어오는 환자들과 그 환자들이 누워있던 침대가 빠르게 갈아치워지는 모습을 보며 처음에는 우울감과 공포감에 휩싸였다가 나중에 무감각해지지 않을

78오름돌 | 조원준 기자 | 2024-06-12 16:11

최근 입시의 최대 이슈는 단연코 의대 정원 확대일 것이다.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인 수험생부터 재수생, 다니던 직장을 쉬고 의대에 도전하는 사람까지 생겨 지난달 5월 치러진 모의고사 응시인원은 지난해 5월보다 15,000명가량 증가했다. 27년 만에 1,509명의 의대 정원이 증가한 지금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대(大)의대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나는 의대 관련 소식을 들을 때마다 과연 의대를 지망하는 사람 중에 정말 환자들을 살리고 의학을 연구하는 일에 열정을 보이는 사람은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든다. 물론 환자를 위하는 마음으로 의사를 지망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다만 요즘에는 사회적 지위나 안정적이고 높은 수입이 의사라는 직업을 대변하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소신 있게 산다는 것은 점점 어려워져만 가는 것 같다.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는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이다. 나 역시도 고등학교를 입학하며 우연히 접한 천문학에 한동안 빠져 있다가 지금은 반도체라는 관심사를 가지고 있다. 나 역시도 나의 길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대학 입시 결과나 다른 사람의 말이 자신에게 맞는 대학이나 진로를 정해주지는 않는다는

78내림돌 | 유영주 기자 | 2024-06-12 16:10

우리는 모두 다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주변에서 떼를 쓰는 아이들을 본 경험이 있다. 우리 자신들도 그렇게 떼를 쓰면서 자랐지만, 성인이 된 후에 기억을 못 하는 것이다. 물론 떼쓰는 것도 필요하고, 떼쓰는 아이로서는 무엇인가 불편하고 필요한 것이 있으니 들어 달라고 울거나 관심을 받을 수 있게 고집을 피우는 것이다. 누구나 어렸을 때 떼쓰는 아이들을 보고 자랐고, 형제자매들이 고집을 부려서 자신들이 원하던 것을 얻어갈 때 주변에서 바라보며 느낀 경험은 다양할 것이다. 이미 성년이 된 후에도 사회나 직장에서 동료나 선후배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부탁하거나 고집을 부리는 것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한, 나도 한번 나의 욕심을 위해서 떼를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한 번씩은 가져봤을 것이다. “다른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은 원하는 것을 위해서 떼쓰고 고집도 피우는데, 가만히 있는 나는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너무 순진한 것일까?”라는 생각도 가져봤을 것이다. 이렇게 자신들의 이익이나 목적만을 위해서 큰 목소리를 내거나 떼쓰는 사회 분위기가 당연한 것처럼 경험한 우리는 자신의 분야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자신의 모습을 한 번쯤은 뒤돌아보기도 한다. 과학고를 졸업

사설 | times | 2024-06-12 16:09

만화/만평 | times | 2024-06-12 16:05

우리는 일평생 얼마나 많은 마음을 상상 하고 읽어내게 될까. 가까운 대인관계부터 복잡한 사회생활까지 나를 둘러싼 인생의 미션을 완수하는 데는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 두 가지를 모두 이루려면 자신과 타인의 ‘마음 읽기’가 원활해야 한다. 그러나 마음은 불투명하고 시시각각 바뀌는 성질을 가져서, 뚜렷한 속을 콕 집어내기가 어렵다. 책 ‘나주에 대하여’는 뾰족한 구석과 예민한 영역, 불안정한 순간으로부터 나오는 못생긴 마음들을 솔직하게 쓴 단편집이다. △질투 △부러움 △열등감 △합리화 △비굴함처럼 누구나 가져봤던 못생긴 마음, 앞으로 가지게 될지도 모를 단편적인 마음이 담겼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부끄럽고 못생긴 내 마음을 읽어내 시원하게 하는 힘이 있다. 단편 ‘꿈과 요리’에는 대학 시절 멀리, 또 가까이서 서로를 바라보던 수언과 솔지가 등장한다. 영화를 좋아한다는 점을 매개로 미묘한 신경전을 잇던 두 친구는 ‘쟤가 보기에 나는 어떨까?’라는 생각에 얽매여 있었다. 서로에 대한 부러움은 너를 무시하고 싶다는 심술과 맞닿아 있어서, 수언과 솔지는 각기 다른 이유로 진짜 마음을 숨긴다. 누구보다도 능동적으로 영화를 사랑했던 솔지는 졸업 후 은행원이 되며 꿈보다 현

포스테키안의픽 | 손유민 기자 | 2024-05-22 16:01

우리대학이 개교 이래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다른 학과에도 비슷한 형태의 강좌가 있겠지만, 작년에 첫 입학생으로 출범한 반도체공학과의 학부 커리큘럼에는 신입생들을 위한 ‘새내기연구참여’라는 것이 있다. 학부 졸업 후 32년 만에 돌아온 모교에서 앞길이 창창한 후배들에게 연구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해 주면 좋을까 고민이 많았다. 이공계 분야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해야 최대한 흥미를 유발 할지 고민이 많던 찰나, 연구참여를 하는 한 학생의 소개로 이렇게 지면을 빌려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영광이다. 이 기회로 평소 연구에 대한 나의 지론과, 내가 지금껏 관심을 가져왔던 칼코제나이드 반도체 (Chalcogenide Semiconductor)에 대한 소개를 중심으로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연구란 무엇일까? 요즘 유행하는 ChatGPT에는 아직 물어보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익숙한 사전들을 통해 먼저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어떤 일이나 사물에 대해서 깊이 있게 조사하고 생각하여 진리를 따져 보는 것’으로 말하고 있다. 한자로는 연마할 연(硏)과 끝을 다할 구(究)로 그 뜻을 함축하고 있다. 영문

노벨동산 | 강대환 / 반도체 기금교수 | 2024-05-22 1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