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의 안전성·경제성·사용후핵연료 둘러싼 갑론을박
탈원전의 안전성·경제성·사용후핵연료 둘러싼 갑론을박
  • 박준현 기자
  • 승인 2017.11.01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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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정말로 안전한가?
탈원전 찬성: 우리나라 국토면적 대비 원전 개수는 세계 1위다. 게다가 인구밀집도도 높아 고리원전의 경우 주변 30km의 거주인구가 382만 명에 달한다. 또한, 과거와 달리 원전 지역 주변에서 활성단층의 존재 가능성이 파악돼 .지진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밖에도 원전은 홍수, 화재, 산사태, 정전 등의 사고에 자유롭지 않으며, 우리나라는 북한의 공격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원전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매우 낮다 하더라도 모든 상황에 사람이 완벽하게 대처할 수도 없고, 한 번 일어나게 되면 그 피해가 엄청나다. 이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탈원전 반대: 우리나라 원전은 한반도에서 발생 가능한 지진 규모를 훨씬 웃도는 수준의 안전 설계기준이 적용됐고, 그 외의 비상상황 시에도 안전을 위한 격납건물, 해안방벽, 이동형 발전차량 등의 설비를 갖췄다. 특히, 우리나라의 원전 시공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기준뿐만 아니라 까다로운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기준도 통과한 바 있다.
또한, 핵무기와는 달리 원전 사고 시 핵연료가 폭발하는 것이 아니기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석탄, LNG 등 화력발전의 화재 및 폭발사고, 태양광발전의 화학물질 누출 사고 등과 비교하면 원전은 오히려 안전한 편이다.

전기요금 폭탄, 대정전 실현 될까
탈원전 반대: 우리나라 원전 발전원가는 49.58원/kWh로 LNG 발전(147.41원/kWh), 신재생에너지(약 200원/kWh)에 비해 매우 싸다. 따라서 원전을 LNG발전 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대체한다면 전기요금이 상승하게 될 것이다. 이는 생산 시 전기를 필요로 하는 농·공산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 경쟁력 약화 및 소비자 물가 상승을 수반하게 될 것이다.
원전은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에너지 비축 기간(18개월)도 가장 길고, 발전원가 중 연료비 비중(10.4%)도 가장 낮다. LNG 발전의 경우, LNG 자체를 전량 수입해야 함은 물론이고 LNG 비축도 어려우며(비축기간 48일), 국제유가에 따른 LNG의 가격 변동성도 매우 높다. LNG발전소로 원전을 대체한다면 전쟁, 오일쇼크 등의 유사시에 LNG를 충분하게 확보하지 못해 대정전과 같은 사태를 겪을 수 있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 부지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리, 새울 지역의 원전 발전량을 대체하려면 부산, 울산 두 광역시의 면적을 모두 합친 면적의 부지가 필요하다고 추산된다. 그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산지와 장마 등의 특성으로 안정적인 태양광 발전에 매우 부적합하다.

탈원전 찬성: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모든 원전을 한꺼번에 가동 중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원전은 기대 수명까지만 가동하고, 신규 원전을 증설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기요금 폭탄이나 대정전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또한, 태양광 발전 분야의 기술 혁신으로 에너지 효율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부지 문제의 경우 주택 혹은 공장의 옥상에 설치하는 소규모 태양광 발전이나 저수지 등에 설치하는 수상 태양광 발전 등의 대안이 이미 확보돼 있다.
원전은 상시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야간과 같이 전력 수요가 적을 때에는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버린다. 반면 태양광 발전의 경우, 발전량이 최대가 되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가 우리나라의 전력 피크타임과 일치하기 때문에 전력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또한, 이미 피크타임의 전기료는 기본 전기료의 16배로, 만약 태양광 발전의 확대로 피크타임 전기료가 감소한다면 오히려 전기료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한울 사용후핵연료 저장소의 습식저장시설 모습 (출처: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사용후핵연료, 미래세대에 무거운 짐 될까
탈원전 찬성: 원전을 깨끗한 에너지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사용후핵연료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40년간 배출된 사용후핵연료 1만 5천 톤은 임시저장 중이며 이젠 저장부지가 포화된 상태이다. 특히, 방사선을 내뿜는 고준위 핵폐기물의 경우 세계 어느 나라도 처리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사용후핵연료를 계속 생산하는 것은 미래세대에 무거운 짐을 떠넘기는 것이다.

탈원전 반대: 현재도 사용후핵연료는 격납용기에 싸여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다. 게다가 현재 인간활동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을 깊이에 심층처분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부패하거나 분해되지 않아 별도의 처리가 필요한 다른 폐기물들과는 달리 핵폐기물은 안전하게 보관하기만 하면 반감기를 지나 자연물로 돌아오며, 다른 발전원들이 내뿜는 온실가스나 기타 부산물에 비해 양도 매우 적다.

포항공대신문에서는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엄우용(첨단원자력공학부·환경공학부) 교수를 인터뷰했다. 엄 교수는 이번 공론화위원회에서 자료검토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본인의 의견은?
개인적인 의견은 반대이다. 국가의 에너지 정책에서는 다양한 에너지 분야가 균형을 이루어져야 할 것인데, 탈원전 정책은 이러한 균형을 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탈원전 정책은 궁극적으로는 원자력 관련 산업뿐만 아니라 원자력의 비발전 분야인 핵융합, 소형원자로 개발, 방사성 응용 등과 같은 분야에 대한 연구 개발 및 투자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어떠한 에너지도 100% 안전하고 완벽하지는 않다. 현시점에서는 탈원전 정책이 아니라, 원전의 안전성을 더욱 높이기 위한 연구 및 기술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교수님의 전문 분야인 방사성폐기물 문제에 대한 의견은?
방사성폐기물 관리의 문제는 원자력계에서도 현재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기존에는 원자력에너지 정책이 발전 분야에 집중됐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방사성폐기물 관리를 포함하는 원자력 후행주기에 관한 연구와 기술개발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더욱 안전한 원자력에너지 사용을 위한 폐기물 처리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공론화 과정에 대한 의견은?
국가의 에너지정책과 같은 중요한 사항을 상대적으로 짧은 3개월간의 토의 끝에 비전문가 집단이 결정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공론화라는 방법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정책결정을 공론화로 해결할 수는 없다. 다만, 국내에서 어떠한 이유로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신뢰받지 못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소신 있는 전문가들이 공정한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고, 정책결정 과정의 투명성이 부족했으며, 이들이 타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했던 결과인 것 같다. 이/공학도로서 우리대학 학생들은 소신 있고 책임감이 있는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