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왜 거기서 나와… 예능에 몸담은 정치인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예능에 몸담은 정치인
  • 이승호 기자
  • 승인 2017.11.0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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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에 출연했던 이재명 성남시장 (출처:SBS)
타 업종의 예능 프로그램 진출은 이전부터 있었다. MBC의 ‘나는 가수다’, KBS2의 ‘불후의 명곡’ 등은 가수들의 예능 프로그램으로의 영토 확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또한, 2013년 영화배우 김승우가 진행을 맡았던 KBS2 ‘김승우의 승승장구’는 영화배우의 예능 진출을 보여준다. 방송인 외 일반인들의 예능 출연도 돋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요리사이자 사업가인 백종원이 있다. 그는 2015년 출연자들이 직접 요리를 하고 레시피를 공개하는 쿡방(Cook+방송)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을 시작으로 tvN의 ‘집밥 백선생’, SBS의 ‘백종원의 3대 천왕’, 현재는 SBS의 ‘백종원의 푸드트럭’의 진행을 맡으며 여전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이들 외의 새로운 얼굴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보인다. 바로 정치인들이다.
정치인과 예능 프로그램은 짝이 맞지 않아 보인다. 보통의 정치인들은 깔끔한 정장 차림에 근엄한 모습으로 국회를 드나드는 모습이 더 어울린다. 이들이 몸을 던져가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그림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예로부터 정치인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있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009년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16.6%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대중적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이후 2012년 대선에 앞서 당시 후보자였던 문재인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바 있다. 당시 대선으로 인해 국민의 정치적 관심이 높아져 있는 상태에서 각 10.5%, 12.2%, 18.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기존의 ‘힐링캠프’ 시청률이 두 자릿수를 넘지 못한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성과였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시청자들은 뉴스 외의 프로그램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정치 인사들을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나볼 수 있어 신선했다는 긍정적인 평을 내놓았다.
이후 정치인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대선과 같은 특정 시기의 간헐적 출연에 그쳤다면, 이제는 고정 출연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2013년 첫 방송을 시작한 JTBC의 ‘썰전’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대중들에게 쉽게 시사 이슈를 설명해주는 ‘정치 예능’이라는 새로운 포맷을 시도한 썰전은 두 명의 정치인 패널(강용석, 이철희)과 한 명의 방송인 사회자(김구라)가 진행을 맡았다. 정치인들이 직접 들려주는 정치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정치인들도 자신의 전문 분야로 방송을 하니 물 만난 고기 격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고, 현재 정치인 패널들은 교체됐지만 지난 9월 한국갤럽이 조사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조사에서 2위를 차지했다. ‘썰전’ 외에도 TV조선 ‘강적들’, 채널A ‘외부자들’에서도 다양한 정치인 패널들이 활동하고 있다.
2017년 정치인들의 예능 출현은 더욱더 진화했다. 기존의 정치인들이 출연한 프로그램들은 정적인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 앞서 다룬 ‘무릎팍 도사’, ‘힐링캠프’, ‘썰전’, ‘강적들’, ‘외부자들’ 모두 토크 위주 구성의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올해부터 리얼리티 예능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리얼리티 예능은 현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꾸밈없는 연출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기에 출연자들의 인간미 담긴 모습이 방송에 나가곤 한다. 정치인의 리얼리티 예능 출연의 대표적인 예로 이재명 성남시장(이하 이 시장)을 들 수 있다. 그는 SBS의 ‘동상이몽2-너는 내운명(이하 동상이몽)’에 출연해 화제가 됐다. 동상이몽은 부부 혹은 연인들의 일상생활을 가까이에서 관찰해 보여주는 방식의 예능이다. 동상이몽 속 이 시장은 평범한 중년과 다를 바 없다. 편안한 잠옷 차림으로 집 청소를 하고, 산발인 머리로 아침을 먹으며 아내와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방송에 나간다. 그가 얼마 전까지 대선 후보였던 것이 잘 믿기지 않는 장면들이다. 얼마 전 하차한 그는 출연료 전액을 동물보호시민단체에 기부한 사실이 밝혀지며 마지막까지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정치인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대중들의 정치적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들은 정치를 멀게만 느끼는 국민에게 정치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하지만 일부에선 정치인들의 이미지 정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정치인들의 본분이 잊혀지고 그저 TV 속 웃긴 사람, 호감 가는 사람들이 좋은 정치인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심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권위를 내려놓고 국민에게 다가간 정치인들은 칭찬할만하지만, 시청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