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만 국외 반출 문화재, 언제쯤 환수될까
16만 국외 반출 문화재, 언제쯤 환수될까
  • 공환석 기자
  • 승인 2017.11.0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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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전용기에 실려 들어온 문정왕후어보(출처: 한겨레)
올해 7월, 한국전쟁 당시 미국으로 불법 반출됐던 ‘문정왕후어보’가 60여 년 만에 국내로 환수됐다. 이는 2014년 대한제국 국새 ‘황제지보’, 2016년 ‘송광사 오불도’의 반환에 이은 보물급 이상의 문화재 환수라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2017년 기준 여전히 해외 반출 상태이거나 돌려받지 못한 약탈 문화재는 총 16만 8,330점으로 이제는 정부와 국민이 하나 되어 좀 더 적극적으로 문화재 환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조선 시대 이후 문화재 관리의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임진왜란을 시작으로 19세기 후반 제국주의 세력의 조선 침략에 의해 이전까지 체계적으로 관리되던 조선왕조의 국가 기록물과 문화재가 상당수 반출되고 약탈당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해외로 반출된 한국문화재는 일본, 미국 그리고 독일 등 20개 국가에서 그 소재가 파악됐으며, 이 중 7만 1천여 점은 일본에서, 4만 6천여 점은 미국에서 발견됐다. 이렇게 국외로 유출된 한국문화재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환수하기 위해 문화재청은 2012년부터 전문기관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박물관, 미술관을 포함해 민간에 흩어진 한국문화재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며, 해당 문화재가 유출된 경로를 조사하여 합·불법의 여부에 따라 각종 지원 사업을 수행할지, 문화재 환수에 힘을 쏟을지 결정한다.
문화재 불법 유출에 대한 여부와 해당 문화재의 소유권이 어디에 있는지는 전적으로 과거 유산의 소유 주체가 누구였는지와 그것을 증명할 법적 근거가 존재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문화재가 현재 소유지로 반출된 과정이 불법인지 합법인지, 그리고 현재 소유자의 문화재 취득 경로가 정당했는지 입증하기가 매우 까다로워 환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국제법에 따르면 문화재가 반출된 시기가 전시(戰時)였을 경우 예외적으로 문화재 유출 과정의 불법 여부에 상관없이 환수가 보장된다. 하지만 문화재 보유국에서 문화재의 전시 약탈을 인정하더라도 문화재는 인류 공동의 유산이라는 보편주의 가치관을 내세워 반환에 응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2002년 프랑스 국립 기메 박물관이 외규장각 고서에 대해 프랑스 제국주의 시절의 약탈품이라는 것을 공식 인정했지만, 보편주의 가치관을 내세워 반환에 응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
문화재 환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국민들의 과도한 감정적 대응과 조급함은 오히려 반환 협상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즉, 무조건 ‘원래 우리의 것이었으니 돌려 달라’는 입장은 고난도 외교전이라 할 수 있는 문화재 반환 협상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이다. 2006년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환수된 국보 제151-3호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의 사례를 살펴보면 문화재 환수에서 양국의 우호적인 관계와 여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실록 반환 당시 일본 측에서는 이를 ‘실록 기증’이라 표현했는데, 이를 두고 국내 일부 단체와 학계에서 용어 선택이 부적절하다는 주장과 일본의 사과를 받고 반환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대부분은 ‘반환’과 ‘기증’이라는 용어가 가지는 명분보다 현실적으로 실록이 우리나라에 하루빨리 돌아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일본 측에서 요구한 실록 반환 후 보관 장소, ‘기증’ 용어 선택에 대해 최대한 그 입장을 수용했고, 결과적으로 반환을 성사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국내에서 기증이냐 반환이냐는 용어 문제로 시간을 끌고 보관처 결정에서도 분열되는 모습을 보였다면 실록의 반환이 어려워졌을 수도 있다. 당시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실록의 반환을 중요시 생각해 국내의 학계, 언론, 여론의 입장이 일치됐기에 가능했던 결과이다.
문화재 반환을 둘러싸고 중국, 프랑스 등 여러 국가에서 수차례의 협상이 오갔지만, 아직은 그 노력이 결실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 양국 간의 견해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문화재를 돌려받는 일은 양국 간의 신뢰와 합의,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에 대한 존중이 충분할 때 가능하며, 해당 문화재가 꼭 필요한 곳이 어디인가에 대한 양국의 이해가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