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의 빛과 그림자
지역축제의 빛과 그림자
  • 황성진 기자
  • 승인 2017.10.11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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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 한 바닷가 앞, 드넓은 모래사장에 지역축제 진행을 위한 무대가 설치돼 있다. 그 앞에는 행사용 의자가 횡렬 종대로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앉아 있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 이는 부산의 한 물고기 행사 상황이다. 해마다 200만 명 이상 오는 보령의 머드 축제와는 정반대다. 행사 구성도 낮에는 물고기 구매를 권유하는 부스 운영, 밤에는 가수를 초청해 공연하는 뻔한 전개로 이루어져 있다. 이처럼 지역축제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지역의 특별한 문화를 즐기게 돕지 못해 지역사회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앞의 사례를 바탕으로 지역축제의 양면성을 살펴보겠다.

차고 넘치는 지역축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역축제 수는 2016년 기준으로 무려 693개다. 이 값은 광역지자체에만 한정한 것으로 기초지자체의 축제 수까지 포함하면 그 이상이다. 일반적으로 축제를 전문적으로 찾아다니지 않는 이상 개인이 500개가 넘는 축제들을 잘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1995년에 활성화된 지방자치제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가 아닌 지방에서 행정을 처리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외부 인구 유입이 필요했다. 이후 전국 곳곳의 지역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축제들이 다수 생긴 것이다. 문체부에 의하면 그 수는 1996년 기준으로 10년 만에 412개에서 1,176개로 약 3배로 뛰었다. 축제로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기초 지자체의 입장은 개최목적별 예산이 어떻게 산정됐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상단의 그래프를 참조하면, 관광 이벤트 목적의 예산이 평균 2억 3,300만 원으로 가장 많다.

지역축제 의미 상실
비슷한 주제의 축제가 많이 주최될수록 축제 본연의 의미는 흐려지게 되고 심하면 축제 간의 분쟁이 발생한다. 지역축제는 주최 지역의 독자적 문화를 반영해, 다른 지역과는 다른 문화적 경험을 제공함에 가치가 있다. 하지만 축제가 많아서 겹치는 주제들도 많아 지역축제만의 특성이 약해지고 있다. 올해 9월 말을 기준으로 ‘등불 축제’를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전국에 걸쳐 시행되고 있는 7개의 등불 축제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연꽃 축제 △해변·강변 축제 △보름달 축제 △벚꽃 축제들도 마찬가지다. 축제 별로 각 7개 이상씩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는 상황이며 지역을 대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주제의 유사성으로 인해 2013년 ‘서울 등축제’가 ‘진주 남강유등축제’를 모방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진주시장이 직접 서울로 가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 등축제’를 중단하라는 1인 시위를 벌였다.

투입된 예산은 많지만, 수입은 적어... 혈세 낭비
이 밖에도, 부실한 행사 구성과 홍보 부족 등의 이유로 흥행하지 못한 축제들이 국가와 지역 예산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내년에 다시 개최되는 ‘제주 세계 섬문화 축제’는 1998년과 2001년에 2회에 걸쳐 총 215억이라는 예산을 들여 개최했다. 하지만 개최 당시 예상했던 참여자 수보다 실제 참여자 수가 적어 실패한 축제가 됐다.
행정자치부에 의하면 2015년 전국에서는 총 1만 6,828건 의 행사 및 축제가 개최됐었다. 이를 위해 8,291억 원이 집행됐지만 총 사업 수익은 1,227억 원으로 집계돼 원금의 15% 정도만 회수됐다. 문제는 축제로 인한 재정 손실이 그대로 국가의 재정 손실이 된다는 점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국의 95.9%의 축제들이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와 같은 재정적 손실이 계속되면 국가의 재정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또한,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의 시·도별 재정자립도가 2000년과 올해를 비교하면 59.4%에서 53.7%로 감소했다. 지자체가 정부에 의존하는 정도가 증가하고 있어 신중한 축제 개최가 필요하다.
반면, 지역의 특색을 살린 콘텐츠를 통해 소위 ‘대박’을 친 지역축제도 있다. 계곡의 맑은 물에서만 서식하는 산천어를 주제로 한 ‘화천 산천어축제’가 대표적이다. 해당 축제는 CNN 등의 외신에서도 언급됐으며, 작년 기준으로 국내·외 154만 명의 사람들이 참가해 992억에 달하는 직접적 경제효과를 거뒀다. 이처럼 성공한 축제로 거듭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비슷한 주제의 축제들을 양산하기보다는 다른 지역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문화적 차별성을 추구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 스스로 끊임없이 자립을 추구해 경제적 자생력을 갖춤으로써 국민의 세금이 더 남용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에 축제를 즐기는 개인과 주최자인 지역 모두에게 공공의 이익이 되는 축제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