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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집사,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오늘도 당신을 스쳐 간 N마리의 칠팔이를 부탁해
[388호] 2017년 09월 20일 (수) 공환석 기자 ghs00706@

▲기숙사 지역에 서식하다가 최근 입양된 '칠팔이'
몇 달 전 페이스북의 우리대학 대나무 숲 페이지(이하 대숲)에서 기숙사 지역 길고양이를 돌보는 것에 대해 학우들 간의 논쟁이 벌어졌다. 익명의 게시글 중에서는 ‘농약을 먹여 죽여버리겠다’는 등 고양이와 다른 동물들에 대한 혐오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글도 있었다. 과연 우리대학에서 동물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방법은 없을까.

당신과 가장 가까이 사는 동물
수년째 교내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는 박인아(화학 통합과정) 씨에 따르면, 지난 8월을 기준으로 우리대학 전체에서 발견된 고양이는 약 60여 마리이다. 보통 한 집단에서 발견되는 고양이의 2~3배 정도가 실제 그 지역에 서식하는 개체 수라고 보기 때문에 우리대학에 서식하는 고양이는 약 100여 마리로 추산된다.
이 중 상당수는 RIST와 대학 정문 부근에 서식하고 있으며, 두 번째로 많이 서식하는 곳은 기숙사 지역이다. 이외에도 고양이들은 지곡연못, 가속기연구소 등지에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
우리대학에는 오래전부터 고양이가 많이 서식하고 있었지만, 학우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칠팔이’의 출몰 이후부터이다. 유난히 사람을 잘 따르고 경계심이 약한 탓에 학우들이 먹이를 주거나 사진을 찍었고, 자연스럽게 우리대학 고양이 생태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 또한 높아졌다.

왜 내 잠을 방해하는 것일까
하지만 고양이에 대한 관심의 증가와 함께 기숙사 지역에 서식하는 고양이들의 울음소리에 대한 학우들의 불만도 대숲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남학생 기숙사 5~8동에 사는 학우들의 불만이 많았는데, 그 주변에 서식하는 고양이들이 한밤중에도 몇 시간씩 계속 울어 잠을 편히 잘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갈등의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문제가 수개월째 지속되자 학우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이르렀고 해결방안의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렇게 장시간 지속되는 고양이 울음소리는 보통 발정음이 확실한데, 영역 싸움 등 다른 이유에서 발생하는 울음소리의 경우 그 정도로 오래 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주기적으로 발정기를 맞는 고양이는 장시간에 걸쳐 울면서 학우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하지만 고양이 또한, 발정기를 거치면서 호르몬의 영향으로 자궁축농증과 같은 질병에 취약해져 생명을 위협받기도 한다. 이 기간은 고양이에게도 사람에게도 힘든 시간인 셈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의사와 동물단체에서는 중성화 수술을 권유한다. 중성화 수술은 현재 길고양이 소음 문제나 개체 수 조절, 건강 유지 등의 목적으로 전국의 여러 시, 도 차원에서 지원 중이며 포항시도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비용을 지원한다.

TNR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TNR은 포획(Trap), 중성화 수술(Neuter), 방사(Return)의 약자로 길고양이의 개체 수 급증을 막고, 발정음이나 영역 싸움으로 인한 소음 때문에 발생하는 민원을 줄이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현재로서는 TNR이 길고양이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제시된다. 우리대학의 고양이 문제도 TNR에서 답을 찾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기숙사 지역에 서식하는 고양이 일부는 지역 캣맘과 박인아 씨의 도움으로 TNR을 거친 상태이다.

더불어 살아간다는 인식
2015년부터 우리나라 대학가에서도 대학 내에 서식하는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려는 인식이 퍼지면서, TNR 사업을 추진하는 단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대학가의 첫 고양이 보호단체는 국민대의 ‘고양이 추어오’이며, 이외에도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등의 대학에서 관심을 가지고 TNR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생태계에서 단순히 내가 불편하다고 다른 생명체를 죽이거나 몰아낸다고 해서 문제의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 그 대신 조금만 더 동물의 생태를 이해하려고 노력을 기울여보자. 만약 그것을 이해하게 된다면 고양이가 울면서 당신의 잠을 방해했던 이유, 그런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들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는지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다.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작은 생명도 소중히 여기는 자세만이 더불어 살아가는 생태계의 모습을 완성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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