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신문의 미래를 묻다, 독자와의 대담
우리대학 신문의 미래를 묻다, 독자와의 대담
  • 김건창 기자, 박준현 기자, 황성진 기자
  • 승인 2017.09.20 0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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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대신문의 현주소
내년이면 포항공대신문은 창간 30주년, 그리고 지령 400호를 맞이하게 된다.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30년은 우리대학 역사의 축소판을 보는 듯 다사다난했다. 그동안 우리대학 신문은 자신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고심케 하는 수많은 난관을 마주했고,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대학 언론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탐구했다. 우리대학 신문에 대한 독자들의 애정 어린 조언과 질타는 대부분 본질적인 의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주었고, 그것이 기자들에게 더욱 정진하는 계기가 되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10년 전, 창간 20주년을 맞아 ‘대학사회를 비추는 밝은 창이 되겠다’, ‘새로운 대학문화 창달의 주역이 되겠다’던 야심 찬 포부가 1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대학 신문에 담겨있다고 볼 수 있는가. 10,000부를 훌쩍 넘기던 우리대학 신문의 발행 부수는 5,000부 남짓으로 줄었으며, 교내에 비치된 신문을 바라보는 학우들의 시선은 냉랭하기까지 하다. 이런 와중에 자체적으로 개선을 추구하지 않는 것은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며,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신문의 존폐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종이 신문 산업은 사양 산업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우리대학 신문 역시 21세기 들어 시작된 ‘인쇄 매체에서 디지털 매체로의 대세 변화’라는 거대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종이 신문의 정기 구독자 수는 69.3%에 달했던 1996년에 비해 2016년 14.3%로 대폭 감소했다. 종이 몇 장으로 여론을 주무르던 거대 종이 신문들은 인터넷, SNS 등을 비롯한 디지털 매체를 통해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며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다가서고 있다. 또한, 신문의 딱딱함을 탈피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대학 신문들은 지난 10여 년간 일간지를 비롯한 기성 언론에서 일어났던 대변혁을 뒤늦게 체감하고 있다. 종이 신문의 쇠퇴는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예견된 것이지만, 대학 언론이라는 방패 뒤에서 이를 외면한 것이다. 우리대학 신문의 기자들 또한 그동안의 흐름을 좇지 못했던 것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하고 있으며, 지금이라도 대대적인 변혁을 추구하고자 한다. 이런 변혁의 하나로 내년부터 판형을 키워 새로운 콘텐츠를 담을 것이며, SNS 등의 매체를 십분 활용해 신문의 신속성과 친근감을 강화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자들의 생각만으로 이뤄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앞서 서술했듯, 우리대학 신문은 독자들의 의견을 자양분 삼아 발전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에 우리대학 신문은 다시금 출발선에 선다는 생각으로 독자들에게 우리대학 신문의 지난 30년을 묻고, 앞으로 우리 신문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 물었다.
인터뷰는 총 다섯 명의 독자를 상대로 진행됐다. △우리 신문의 전 주간 박상준(인문) 교수 △우리 신문의 전 간사 오창선 학사관리팀장 △우리 신문 전 편집장 김상수(생명 13) 학우 △학생 독자 이아름(물리 13) 학우 △PBS 소속 오상호(신소재 15) 학우를 인터뷰했다.

포항공대신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아름 : 포항공대신문에서 오피니언 면의 칼럼을 가벼운 읽을거리로 자주 읽는다. 재미있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우리대학 구성원이 썼기 때문에 친숙하게 다가와서다. 또한, 주위로부터 들어서 알게 된 사건이나 새롭게 바뀌는 우리대학의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면을 가끔 읽는다. 그러다 보면 교내는 물론 지역 사회와 관련된 사실들을 알 수 있어 좋기는 하지만 종합면의 사회나 캠퍼스 기사들의 구분이 어렵게 느껴진다.

오상호 : 나는 포항공대신문을 종종 보는 편이다. 특히, 1면을 자세하게 보고, 기획 기사는 제목이 괜찮다 싶으면 읽는다. 지곡골 목소리나 독자논단 등 독자가 쓰는 글은 내가 관심 있는 주제이면 보게 된다. 이런 내가 생각하는 언론이란, 그 사회를 볼 수 있는 창문 또는 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대표 신문들을 보면 우리나라를 볼 수 있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포항공대신문을 봐서 우리학교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오창선 : 신문은 크게 3가지 속성을 지닌다고 생각한다. 속보성이 있거나, 내용이 좋거나, 여론을 잘 반영해야 한다는 부분들이다. 하지만 포항공대신문은 이런 사항들이 부족한 듯하다. 이번 ‘MT 사건’을 다룬 TOP 기사만 봐도 선고 징계 공고뿐만 아니라 MT의 구조적인 문제, MT 문화에 대한 부분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 우리대학의 아픈 부분이긴 하지만 이를 막기 위해 현재 우리대학은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문화를 바꾸려고 하는지도 충분히 다뤘으면 한다.

박상준 : 포항공대신문은 자신만의 특징을 가지고 30년간 잘 지속해 왔다. 타 대학 신문에서는 보기 힘든 학술 면도 있고 보도 면을 통해 학교 홍보 역할도 충실히 해왔다. 특히, 이런 보도 기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대학이 자랑할 게 많다는 뜻이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신문에서 이해관계가 부딪혀 논란이 많은 사건을 다룰 때는 양측의 이야기를 공정하게 실어 제3의 입장에서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학생 사회, 대학 당국의 입장들을 한쪽으로 기울어지기보다는 양쪽의 입장을 다 같이 담아 쟁점을 소개하는 지금까지의 종합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김상수 : 포항공대신문은 정형화된 기록물로서 가치가 있다. 현대 사회에서 데이터 분석이 대두되는 만큼 신문이라는 꾸준히 빠지지 않고 기록된 자료라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총학생회(이하 총학)에서 일 한 경험 중에 ‘총학 30년사’를 다룰 때도, 총학 자체 자료가 아니라 신문을 참고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또, 신문은 사회문제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언론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지금도 고민하는 신문사들의 주된 질문일 것이다. 하지만 포항공대신문이 매번 이러한 가치를 지니는지는 의문이다.

각 지면에서 개선해야할 점은 무엇인가
김상수 : 학술 면이 죽은 면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학부생들이 접근할 수 있는 학술 정보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학술 면을 재밌게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대학에는 ‘내 연구를 소개합니다’ 같은 대회 수상자들에게 청탁을 해봤으면 한다. 그렇게 하면 전문성을 표현력 좋게 어필할 수도 있을 것 같고 교내 사람들이라 접근성도 높을 것이다.

오상호 : 학술에 대해 교수님들은 어려운 용어를 쓰시고 내용이 어려워 수준이 다른 것 같다. 특이하고 재미있는 주제를 가져오거나, 현재 연구 동향을 가져오는 식으로 진행해서 독자들의 타깃을 잡아야 할 것 같다. 신문사를 졸업한 선배들과도 조언을 들으면서 지속적인 소통을 시도했으면 좋겠다.

박상준 : 학술 면을 살리기 위해서는 기자들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부장 기자 이상급 정도가 학술 면을 맡아 국내외의 연구 동향이 어떻고, 그 분야의 전문가는 누구이며, 그냥 연구만 잘하시는 분이 아니라 설명도 잘해주실 분을 찾아야 한다. 즉, 학술의 판도를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자타가 공인하는 교수님들의 글은 시의성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분들을 일찍이 연락을 드려 신문에 실을 글을 사전에 준비하면 좋을 것이다. 그 밖에 명망 있는 오피니언 리더의 글이 실려 신문에 읽을거리가 많이 생겼으면 한다.

오창선 : TOP 기사와 일반 보도가 명확하게 구분이 안 된다. 소위 TOP 기사가 TOP 기사 같지 않다는 것이다. 신문 조판을 지금의 판형에서 베를리너 판형으로 바꾼다면 탑, 준 TOP, 스트레이트 기사 간 가치 구분이 명확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럴 능력이 우리 신문사에 있는지는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오상호 : 보도 같은 경우 인터넷 기사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기사는 안 보게 된다. 우리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우리 신문에서만 다룰 수 있는 내용을 다뤘으면 좋겠다.

오창선 : 오피니언은 기자가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담아 현재의 포항공대인이 생각하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 본다. 현재의 오피니언면의 기사들이 공식적으로 신문을 대변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 오피니언들이 과연 지금 해당 호에 나올만한 가치가 있는지, 포항공대신문의 목소리라 말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특히, 78 오름돌은 학생 기자의 대표 칼럼인데, 개인의 자기 수필 성의 느낌이 강하다.

오상호 : 기획취재는 훌륭하지만 조금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 뜨거운 감자를 제대로 만지지 못하는 점이 있는 것 같다. 학생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주제를 다뤘다면 어땠을까. 당연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부족한 듯하다. 학생들의 관심을 더 끌게 하려면 ‘이게 우리 얘기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할 것 같다.

독자층을 넓힐 방안으로는 무엇이 있는가
오상호 : 포항공대신문은 학내 언론 3사 중에 30년 동안 제대로 언론 활동을 해온 유서 깊은 언론 단체이다. 다만 그 명성에 맞지 않게 교내에서 수요가 떨어지는 것이 안타깝다. 한 사람이라도 본다면 언론으로서의 가치가 있지만, 한 사람도 보지 않으면 언론이 아니다. 사람들이 외면하면 언론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독자들의 관심을 끌려면 정보 전달도 중요하지만, 여론 형성의 측면에서 우리대학 구성원들이 이슈로 생각하는 주제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게 우리 얘기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상수 : 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논란이 될 만한 민감한 주제라고 하더라도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사에서 인터뷰를 싣고, 논리적인 비약이 없으며, 사실관계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누구도 기자를 욕할 수 없다. 따라서 비판을 두려워하지 말고 시의성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주요 주제들을 신문에 실을 수 있게 공부하며 토론을 계속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논란에 대해 저마다 다양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고, 팬이 생기게 된다.

박상준 : 독자 수의 감소는 포항공대신문뿐만 아니라 대학언론 나아가 일간지와 같은 유력 종이신문들에도 나타나는 전반적인 문제다. 포항공대신문이 PBS, 교지, 대나무숲과 공존하는 상태로 포항공대신문이 할 수 있는 것을 확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사회가 관심을 가질만한 토픽을 찾아서 다각도로 취재하고 정리해 놓으면 당연히 신문을 가져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학생 독자들이 많이 읽어주기 바란다면 히트칠 수 있는 토픽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있는 관심을 따라가서는 신속성 면에서 뒤지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포항공대신문이 관심거리를 선도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오상호 :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일간지도 SNS를 많이 이용한다. 매체 자체가 인쇄 매체에서 급변기를 거쳐 미디어로 넘어왔다. 사람들이 인쇄 매체를 잘 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홈페이지는 디자인은 둘째 치더라도, 분류가 잘 안 돼 있고, 검색 시스템도 조금 불편하다. 그래서 차라리 PDF로 보는 편이다. 개선하면 좋겠다.

김상수 : 총학생회를 하면서 느낀 건데 학생들은 정보에 대한 갈망이 있다. 정보는 이미 인터넷에 있지만, 그것을 알기 쉽게 정리해서 전달해 줄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 보니 보통 정보를 단편적으로 듣고 오해하게 된다. 정보를 심층적으로 취재하고 정리해 전달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고, 학생들이 좋아할 것이다.


박상준 : 신문의 독자층을 넓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신문의 필진을 다양화, 전문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내 교수님들이 쓰신 글을 싣는다면 교수님들과 그분과 가까운 분들은 글을 읽게 된다. 교원 사회가 독자층으로 전환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또한, 교내 또는 교외의 명망 있는 오피니언 리더의 글이 실리면 신문에 읽을거리가 많이 생긴다. 교내외 전문가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가지고 독자들이 인식적인 측면에서 배워가는 것이 있도록 하면 콘텐츠 하나하나가 내용 면에서 좀 더 알차질 것이다.

오창선 : 일간지만 봐도 속보성이 떨어진다고 해서 홈페이지, SNS를 활성화하는 추세다. 포항공대신문은 그보다 다른 학보사들보다도 느린 3주다. 신속성이 아닌 다른 것으로 독자들을 만족하게 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포항공대신문이 노려야 할 부분은 학내 여론을 담아내는 것, 그리고 그것을 공론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앞서 다섯 명의 독자들이 우리대학 신문에 대해 좋은 의견을 많이 주었다. 그중에는 통렬한 비판도 있었으며, 지금까지의 노력에 대한 칭찬도 있었다. 의견들을 종합해보면 보도, 학술, 오피니언 등의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독자들의 관심을 이끌 수 있는 기사 주제 선정, SNS와 홈페이지 활성화, 필진의 다양화 등이 독자 수 감소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이에 우리대학 신문은 독자들의 진심 어린 조언을 받아들여 변화를 추구하려고 한다. 내년 예정돼있는 판형 변경과 동시에 각 면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지고, 각 면의 기사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과 가이드라인이 새롭게 설정될 것이다. 또한, SNS 및 홈페이지 활성화를 위한 내부 TF(Task Force)가 활동 중이며, 이번 학기 중으로 많은 개편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 이전에 신문사 각 구성원의 역할과 권한을 확실히 하도록 내규를 제정해 승인 과정에 있고, 앞서 말한 모든 개선 방안들을 실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자 역량 강화’라는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하며, 자신을 담금질하고 있다.
이번 주제 기획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독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변화를 멈추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대학 신문을 읽고 있는 독자들께서는 신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켜주시고,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될 때는 쓴소리도 아끼지 말아 주었으면 한다. 더욱 발전하고, 영향력 있는 매체로 나아갈 포항공대신문을 기대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