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순간적 환상과 거대한 혁신 중 무엇이 될 것인가?
비트코인, 순간적 환상과 거대한 혁신 중 무엇이 될 것인가?
  • 김휘 기자
  • 승인 2017.09.0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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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단의 주장을 통해 바라본 비트코인의 허와 실


비트코인의 등장과 유명세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가명의 개인 혹은 단체가 만든 암호화폐 개념이다. 그가 2008년에 논문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을 암호학과 관련된 몇몇 사람들에게 메일로 보내면서 비트코인은 첫 모습을 드러냈다.
암호학 마니아들이 심심풀이 땅콩으로 건드려 보던 비트코인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P2P(Peer-to-peer)와 분권화라는 아이디어는 혁신적이었다. 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생기면서 비트코인은 문화지 슬래시닷(Slashdot) 등의 언론에 조금씩 소개됐고, 1년이 지나지 않아 시장 가격이 형성되고 거래소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화폐다운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등장으로부터 채 10년이 지나지 않은 올해, 비트코인은 개당 가격이 약 4,266달러(약 464만 원, 8월 28일 기준)로, 가격이 본격적으로 안정되기 시작한 2012년의 개당 10달러에 비해 400배 이상 치솟아 있다.
또한, 비트코인은 오픈 소스로, 누구나 개발 코드를 열람할 수 있다. 이를 참고해 현재까지 1,100여 개의 암호화폐가 만들어졌는데, 이중 이더리움(Ethereum)의 경우 비트코인의 초기와 마찬가지로 이른바 ‘채굴’을 위한 그래픽카드 수요가 급증해 특정 제품들이 동나고 가격이 급등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비트코인의 장점: 블록체인 구조를 통한 P2P 거래
은행을 통해 타인에게 돈을 송금할 때와 개인끼리 만나 돈을 주고받는 두 가지 거래 상황을 생각해 보자. 후자와 비교하면, 전자의 경우 법적인 보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꽤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비트코인은 거래 시 앞선 두 가지 거래들의 장점들만 가지고 갈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우선, 사용자는 거래 시 ID의 역할을 하는 상대방의 공개 키(key)를 한 번 입력하기만 하면 되는데, 이는 공인인증서 비밀번호와 보안카드 번호를 여러 번 입력해야 하는 현재 인터넷뱅킹 시스템보다 훨씬 간편하다.
더욱 중요한 것이 보증 문제인데, 비트코인은 모든 이용자가 열람 가능한 블록체인(앞선 블록체인 웹사이트와 달리, 개념적인 의미)이라는 회계장부를 이용한다. 블록체인은 블록이라는 거래 기록 묶음을 체인 형식으로 묶은 것이다. 빠르고 정확하게 체인을 이어가기 위해, 기존 블록에 새로운 블록 하나를 추가할 ‘권리’는 이용자 중 가장 높은 계산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용자에게 주어진다.
계산 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은, 이전 블록의 정보가 포함된 해시(hash, 입력에 대해 일정한 크기의 값을 내놓는 단사함수) 함숫값의 특정 조건을 만족하게 하는 논스(nonce)라는 난수(亂手) 값을 맞추게 하는 것이다. 만약 악의적인 세력이 그동안의 거래 내용(블록)을 조작하고자 하면 조작 사실을 숨기기 위해 해시값을 일치시켜야 하므로 이후의 모든 데이터를 변조해야 한다. 다시 말해 계산 문제를 맞혀 블록을 추가하는 것은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고, 문제를 맞힌 단말기는 이에 대한 보상으로 일정량의 비트코인을 가져갈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채굴(mining)이다.
단말기들의 성능이 좋아져 블록이 빨리 생성될수록 해시값의 조건은 강력해진다. 한편, 가장 긴 블록을 항상 옳은 것으로 받아들이게 돼 있다면 악의 세력의 채굴 속도가 정직한 개인(혹은 세력)들보다 빨라야 하므로, 전체 참여 CPU 수의 25% 이상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한 불가능해(Sirer and Eyal, 2014) 현실적으로 조작할 수 없다.

비트코인의 단점과 문제점
반면, 비트코인 이용자들에게 장밋빛 미래보다는 크나큰 시련이 다가올 것으로 생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비트코인이 성공적인 화폐로 거듭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대한 세력의 참여, 투기성, 법적 문제를 꼽는다.
우선, 분권화를 표방하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이론적 토대가 현실과 어긋나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자 마이크 헌(Mike Hearn)은 지난해 1월, ‘비트코인 실험의 결론(The resolution of the Bitcoin experiment)’이라는 제목의 글을 온라인 출판 플랫폼 ‘미디엄(medium)’에  게재했다. 글의 요지는, 비트코인의 블록 크기가 1MB에 불과한 상황에서, 참여자의 증가로 비트코인의 트래픽이 증가하여 거래가 빨리 이루어지지 않음에도, 블록 크기를 늘리면 사용자의 유입으로 채굴 난도가 증가할까 걱정한 중국 채굴 세력들이 이를 거부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개발자들은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전 세계적 확산에 더 관심이 있었다. 이렇게 생긴 개발자와 채굴자의 갈등은 계속되어, 지난달 1일 있었던 하드포크(Hard fork, 블록체인의 원본과 복사본을 분리해 각자 운영하는 것)와 ‘비트코인 캐시’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블록의 크기가 커지면 CPU에 가해지는 부하가 증가한다는 문제나 포크 자체가 화폐로서의 안정성을 떨어뜨린다는 문제도 있지만, 이 사건이 제기한 근본적인 문제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확산이 분권화보다는 세력의 결집을 유도하여, 특정 세력이 기득권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었다.
다음으로, 비트코인 시장이 투기적이며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 주장에는 대부분 경제학자와 기관이 동의하는데, 특히 유럽중앙은행, 독일 분데스방크, 중국 인민은행 등은 비트코인이 유명세를 탄 직후부터 비트코인의 투기성을 지적해 왔다.
경제학자들은 비트코인의 투기성이 화폐의 3가지 기능인 교환의 매개 기능, 가치의 척도 기능, 가치의 저장 기능을 모두 약화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국내와 중국 발(發) 투기성 자본이 단기 수익을 위해 거래에 뛰어들면서 거래자들에게 교환의 매개 기능과 가치의 척도 기능은 안중에 없고, 8월 한 달 동안 시세가 1.5배가 증가할 정도이니 안정성 면에서 가치의 저장 기능은 주식보다도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비트코인은 편법을 통한 탈세의 영역으로 빠질 위험이 높으며, 이 때문에 생긴 규제가 비트코인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그리스 국채 위기와 스페인 금융위기 당시 갈 곳 잃은 현금이 비트코인으로 몰렸다. 또한, 위안화 해외 반출을 연간 5만 달러까지만 허용하는 중국의 법을 피하고자 비트코인을 활용하는 정황이 포착되자 당국이 수사에 들어가고 관련 법이 개정되기도 했다. 미국 증권 당국도 법적 규제와 감독 장치 부재를 문제 삼아, 비트코인을 대상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요청을 거절했다. 발행 주체가 없기에 관련 법이 국가마다 다르다는 점도 지적된다. 비트코인을 상품으로 취급하느냐 화폐로 취급하느냐에 따라 세금이 다르고, 같은 세금이라도 국가에 따라 세율이 다르다 보니 국제 거래가 어렵다.

전망과 비트코인의 의의
비트코인은 발행 주체가 없다는 점에서, 편향되지 않은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발행 총량이 제한됨으로써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을 막고, 모든 거래 기록은 공개돼 정보 비대칭성을 없애준다. 하지만 분권화와 확장성 간의 상충 관계를 극복해야 하며, 시장경제의 법칙을 따르는지에 대해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또한, 국제적인 협약을 통해 합법성이 부여될 때 비로소 ‘화폐’로서의 가치를 지니기 시작할 것이다. 비트코인 생태계 내부적으로도, 기업 친화적이고 제도권 편입을 우선시하는 세력과 급진적이고 원론적인 ‘완전한 화폐’를 만들고자 하는 세력 간의 경쟁이 있다.
비트코인이 최초의 유의미한 전 지구적 화폐가 되기 위해서, 각각의 문제점들에 대한 혁신적인 해결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본다. 현재로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비트코인이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더라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후속 화폐가 언젠가 전자 화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면 비트코인의 등장은 아주 역사적인 사건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