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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하는 안부 전화
[387호] 2017년 09월 06일 (수) 김예슬 / 신소재 15 .
다들 시험 기간에 돌입해서 바빴던 어느 날, 나는 기숙사 휴게실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었다. 대화 상대 없는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일단 TV를 켰다. 시끄러운 배경음악,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나오는 채널을 피해 강의 형식의 프로그램에서 멈췄다. 한 중년의 강사가 사람들 앞에서 ‘용건 없는 안부 전화’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지금껏 나는 특별한 용건 없이 전화를 거는 것은 상대방의 시간은 물론 본인의 시간까지 빼앗는 일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알맹이 없이 대화하는 것 자체가 한량 같다고 생각했었다. 격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사이에게는 휴대폰의 메신저를, 격을 갖추어야 할 사람들에게는 메일을 보내는 것이 익숙해지다 보니 어느새 전화를 걸거나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것이 큰일처럼 느껴질 때도 많았다. 현대 문명의 꽃이라고 부를 수 있는 통신 기술의 발달 덕분에, 손안에 휴대폰을 쥐면 누구든지 쉽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이제 나는 직접 연락해서 물어보는 것 보다 카카오톡의 프로필을 확인하고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을 내려보는 것으로 안부를 확인하는 게 편해졌다. 그런데 용건 없는 안부 전화라니.
곰곰이 생각해보면 ‘용건’ 있는 ‘안부’라는 말은 모순을 가졌다. ‘안부’는 상대방이 편안히 지내는지에 대한 물음을 뜻하는 것에 반해 ‘용건’은 본인과 관련된 특정한 목적이 담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부탁이 있거나 전할 말이 있어서 하는 전화에 익숙해져서인지 이 어구가 어색하지 않다. 전화하면서 오롯이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기보다 나의 말을 전달하는 것에 더 집중할 때가 많아져, 도리어 ‘그냥’이라는 이유로 걸려온 전화에 머쓱함을 느끼게 되었다. 용건 없는 안부 전화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에는 관심, 그리고 사랑이 담겨 있다. 서로 해야 할 일을 하느라 바쁠 것이라는 생각으로 벽을 만들어 나를 가두고선, 나의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내 사랑을 표현할 기회를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이 사람은 나의 갑작스런 연락에 ‘지금은 OO중입니다’라는 문자와 함께 거절 버튼을 누를까 두려워서, 저 사람은 최근 통화 목록에서 한참 내려도 보이지 않을 만큼 오랜만이라서, 나는 나도 모르게 한때 가깝게 지냈다고 생각한 사람마저도 그냥 안부 전화를 거는 것이 어색해져 버렸다.
그냥 건 전화는 어색할 수도 있다. 두서없이 흘러가는 알맹이 없는 대화를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껏 무작정 걸려왔던 순수하고 반가운 목소리는 나에게 향한 사랑이자 위로였듯, 나도 누군가에게 편안한 따뜻함이 될 수 있다. 나는 식탁을 정리하고 TV를 끄면서 나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한 통의 전화를 걸기 위해 용기를 내는 것으로, 그들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내 진심을 전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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