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 현실성과 국내에 미칠 영향은?
트럼프의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 현실성과 국내에 미칠 영향은?
  • 김휘 기자
  • 승인 2017.05.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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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 성향
트럼프 정부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한다. 그는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수입품 혹은 수입자에게 개별적으로 부과하는 반덤핑 관세(Anti-dumpi
ng Duty)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단적인 예로, OECD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의 대(對) 우리나라 반덤핑 조사 연평균 횟수는 1995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1.8건이었는데, 상무부는 트럼프 정부 체제가 올 1월에 출범한 이후 4달 동안 5건을 조사했다. 단순히 숫자로만 보자면, 기간당 조사 건수가 약 13배로 늘어난 것이다.
다음으로, 트럼프 정부는 감세정책을 주장한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27일, 연방 법인세율을 대폭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세제개편안을 내세웠다. 개편안대로라면 법인세율이 현행 35% 이상에서 15% 수준으로 감소할 것인데, 이는 OECD 35개 국가 중 중앙정부 법인세율 1위이던 미국이 단번에 공동 31위로 바뀌는 것으로 매우 파격적인 정책이다. 개인소득세 역시 구간 수를 줄이고 세율도 줄일 예정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외에도, 전임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정부가 시행한 의료보험 개혁 정책, 소위 ‘오바마케어’를 전격 폐지하고 ‘트럼프케어’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케어의 가장 큰 특징은 전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 의무 규정을 폐지하는 것이다. 또한, 석유 등의 전통 에너지산업을 위주로 제조업을 발전시키고, 앞으로 10년 동안 약 1조 달러(1,129조 원)를 노후화된 인프라에 투자해 고용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미 경제 전문가들 “구체적인 계획 부재… 정책 실현 가능성이 작다”
트럼프 정부는 자신의 정책 실행력을 강조하며 낙관적인 시각으로 미 경제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이나 경제전망그룹(Economic outlook gro
up)의 버나드 버몰(Bernard Baumohl)과 같이, 대부분의 미 경제 전문가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실현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명확한 구호와는 달리, 그들의 경제정책 세부안은 그 깊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정부는 감세로 인해 발생하는 세수 부족을 어디서 충당할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작년 9월, 보수 성향의 미국 싱크탱크(Think tank)인 세금재단(Tax foundati
on)은 트럼프 정부의 감세정책이 최소 2조 6천억 달러(2,935조 원)의 세수 부족 상황을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이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정책으로 인한 3% 경제성장률이 이를 상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3% 성장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기에, 현재로서는 해당 주장이 근거 없는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미 의회에서 트럼프의 호소력이 생각보다 부족하다는 것도 불안 요소다. 특히, 자신만만하게 내놓았던 트럼프케어 법안은 지난 5일 하원에서 통과됐지만, 재적 의원 431명 중 찬성 217표, 반대 213표, 기권 1표로, 통과 기준인 216표에서 단 1표를 더 얻은 것이다. 특히, 미 민주당 의원 193명이 법안에 전원 반대했고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트럼프케어 통과 저지에 나선 만큼, 법안이 상원을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보호무역주의 정책들로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경기 하락 우려
무역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수출액은 전체의 12.5%이며, 이를 통해 약 232억 달러(262조 원)의 흑자가 났다. 이처럼 미국이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만큼,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계속하여 펼친다면 우리나라 경제 상황은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대표적인 쟁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이하 FTA) 재협상 혹은 파기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저녁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당선 축하 인사 후 바로 FTA 재협상을 언급했다. 그가 제시하는 근거는 FTA로 발생하는 미국의 큰 적자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1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FTA 파기로 미국이 한국에 대한 관세를 FTA 이전처럼 올리면 2017년~2020년 사이 약 12만 7천 명의 고용 감소 효과가 발생하며, FTA 지속 시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대미 수출 손실액은 약 130억 달러(15조 원)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정민 연구위원은 “감세를 주장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인프라 투자를 확대시키기 위해 국채를 발행할 것이다. 이는 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대미 인프라 공급을 통해 단기적으로 이익을 볼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대미 직접 수출이 줄어들어 타격을 입을 것이다. 또한,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심화되어 미국이 중국에 대해 관세를 인상시킬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 악화로 인해 한국의 대중 수출도 어려워질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