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도 미국 우선주의인 트럼프,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어떨까?
안보도 미국 우선주의인 트럼프,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어떨까?
  • 하현우 기자
  • 승인 2017.05.2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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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던 미군의 역할을 축소할 것인지, 미국의 이익이 된다면 더 큰 역할을 행사할 것인지, 트럼프 정부의 안보 방향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사력을 지닌 미국의 성향이 크게 변화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과 강력한 동맹을 맺고 있고, 북핵 문제를 함께 다루는 동반자인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중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제기해온 방위비 분담에 관한 문제와 북핵 문제를 포함한 대북 정책 문제에 관해 알아보자.

내년 말 방위비 재협상 예정, 한미 양국은 동상이몽
트럼프는 당선되기 이전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맹국이 미국에 기대어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주한 미군의 주둔 비용 분담금은 주한미군지위협정(Status of Forces Agreement, 이하 SOFA)에 따라 1991년부터 맺어지고 있는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pec
ial Measures Agreement, 이하 SMA)에 의해 결정된다. 가장 최근인 2014년 체결된 9차 SMA는 5년간의 주둔 비용 분담에 관해서 규정하고 있으므로, 내년까지의 분담금은 정해져 있다. 또한, 내년 말에 10차 SMA 협상이 이뤄진다.
트럼프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사드 비용 약 10억 달러(한화 약 1조 1천억)를 모두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SOFA 협정 5조에 따르면 “미국 측은 주한미군 유지에 따른 경비를 부담하고(제1항), 한국 측은 시설과 구역을 제공한다(제2항)”라고 합의돼 있으므로, 트럼프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가 SOFA에 따라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는 사드 문제를 무리하게 협상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등 다른 현안에서 성의를 보이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는 트럼프가 사드 비용을 요구하는 것이 10차 SMA를 목적으로 한 협상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달 1일 “일본과 중국이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충족시키는 선물을 준비해 트럼프를 만족시킨 바 있는데, 차기 한국 정부도 이런 비즈니스적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트럼프가 안보에 있어서도 사업가처럼 이익을 좇는 모습을 보이는 만큼, 문재인 정부는 이에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트럼프의 성향에 알맞게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

‘압박을 통한 대화로 비핵화’, 대북 정책 기조, 틀은 같으나 방향은 다르다
지난달 26일 트럼프 정부 외교안보팀은 미국 상원의원 모두에게 전하는 브리핑에서, “북핵은 긴급한 국가의 위협이자 외교의 최우선 순위에 있다”라고 강조했으며, 경제 제재와 강력한 압박을 하면서도, 대화의 문을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 12일 NBC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에 좀 더 열려 있다. 나는 대화하는 것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대화는 특정한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대체로 특정한 상황이란 비핵화를 전제로 한 상황으로 해석되므로, 트럼프 정부가 문재인 정부를 향해 대북 대화에 있어 너무 앞서가지 말라는 우회적인 요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언론사들의 관측이 나온 상황이다.
국내외 언론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달빛정책(Moonshine Policy, Moon+Sunshine의 신조어)’으로 칭하며 햇볕정책을 계승한다고 평하면서도, 현 상황에 맞도록 현실적인 면을 더 띨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압박을 통한 대화로 비핵화’를 이룩하려는 큰 틀에서는 두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동일하지만, 뉴욕타임스(NYT)나 연합뉴스 등 국내외 언론은 ‘압박이 우선이냐’, ‘대화가 우선이냐’의 문제에서 두 정부의 방향이 크게 다르다고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양국 간 대북 정책 조율에 충돌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특파원을 지낸 영국 언론인 마이클 브린(Michael Breen)은 '한국, 달빛정책의 시대에 접어들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미국의 대북 정책을 방해하는 존재로만 여겼던 부시(George W. Bush) 전 대통령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되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협력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문재인 역시 트럼프 정부와 협력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풀이할 수 있다. 이달 10일 문재인과 트럼프의 첫 통화에서 최대한 빨리 한·미 정상회담을 열자는 의견이 교환됐으므로, 한미 양국은 조속히 정상회담을 열어 대북 정책을 조율하고 북핵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