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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포지셔닝
[386호] 2017년 05월 24일 (수) . .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였던 잭 트라우트(Jack Trout)와 앨 리스(Al Ries)는 포지셔닝(positioning)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포지셔닝은 소비자의 마음 또는 인식에서 경쟁 브랜드에 비해 특정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강화하거나 변화시키는 전략이다. 많은 경쟁 제품 가운데에서 기억에 확실히 남는 것이 있다면 그 브랜드는 포지셔닝 측면에서 성공한 것이다. 이처럼 포지셔닝이란 소비자의 인식 속에서 자사의 제품이 경쟁제품에 대비하여 가지고 있는 상대적인 우위 혹은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다.
마케팅 용어인 포지셔닝은 여러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방법 혹은 대처방법으로 흔히 인용된다. 예컨대, 아산병원의 성공을 포지셔닝 관점에서 살펴보자. 1989년 개원한 아산병원은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 유수의 여러 대형병원의 역사와 전통에 못했지만, 현재 의사나 기타 의료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어느 병원이 1위냐고 질문하면 많은 분이 아산병원을 이야기한다. 시중에 떠도는 다음과 같은 말은 아산병원의 포지셔닝을 함축적으로 잘 드러낸다. “서울대병원에서 진단받고, 아산병원에서 수술하고 삼성병원에서 장례 치른다.” 서울대병원은 국내 최고의 의과대학으로서 여러 진단에서 앞선다는 의미이고 삼성서울병원은 시설과 서비스가 뛰어난 병원이라는 것이다. 이에 비하여 아산병원은 ‘수술 잘하는 병원’으로 포지셔닝을 잡았다. 아산병원은 간이식, 심장 시술 등 복잡한 수술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빠르게 규모를 키웠다. 환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인 수술 잘하는 병원으로 인정받아 성공한 것으로 해석된다.
1986년에 개교한 포스텍은 ‘연구중심대학’이라는 참신한 포지셔닝으로 시작했다. 척박한 국내 연구 환경에 비하여 파격적인 조건과 첨단 교육연구시설을 갖추고 우수한 교수와 학생들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특히 지방에 설립됐다는 불리함을 극복하고 짧은 기간에 명문대로 자리를 잡았는데 이 또한 ‘연구중심대학’의 기치 아래 탁월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국민과 정부에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국가 경쟁력을 높인 결과이다. 하지만 ‘연구중심대학’이라는 포스텍의 포지셔닝은 국내 여러 대학이 우수 연구인력 확충 및 기자재를 포함한 연구환경 개선을 통하여 추격해오면서 차별성이 상대적으로 희석됐다. 따라서 최근 학교에서 ‘연구중심대학’을 넘어 ‘가치창출대학’으로 앞으로의 30년을 준비하겠다는 새로운 슬로건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포스텍은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면서 세계적인 명문인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를 모델로 소수정예의 가치를 견지해왔다. 칼텍의 경우 건학 당시에는 록펠러 센터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한 자금력에 의존했으나, 지금은 칼텍 출신들의 탁월한 연구실적으로 인해 기업체 및 국가기관 등으로 재정 원천을 확대했다. 포스텍 또한 사회경험프로그램(Summer Experience in Society)을 실시하여 학생들이 국내외 기업이나 연구소 등에서 인턴십을 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회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대학과 기업이 손잡고 리서치 허브 및 비즈니스 허브를 만들어 학생들의 창업을 도와주는 것을 포함하여 하나의 교육-연구-창업 클러스터를 이루면서 역동적인 연계와 융합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창조해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창출대학으로의 발돋움은 칼텍 모델에 비추어 볼 때도 자연스러운 발전 방향으로. 생각된다.
포스텍은 교육, 연구, 행정 각각에서 독창적인 포지셔닝이 필요하다. 교육에서는 다학제(interdisciplinary)를 넘어서 반학제(anti-disciplinary)에 가까운 개편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교육이 무엇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연구에서는 칼텍의 특성화 전략을 기본 방향으로 유지하면서 특정 몇 분야 (BT, ICT)에 있어서는 MIT 스타일의 종합형 기술사업화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행정에서는 글로벌화를 가속하여 학부 수준에서도 외국인 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여 국내 속에서의 지정학적 한계를 뛰어넘어야 할 것이다. 종합형 특성화나 기술사업화 비즈니스허브 등과 같은 사업에서는 물리적으로도 포항을 뛰어넘어서 확장해 나가야 한다. 최근 강남에 포스텍창업보육센터, 판교에 포스텍 R&BD 사무소를 개소한 것은 이러한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마지막으로, 대학 구성원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파토스의 포지셔닝 또한 유대감에 기반을 둔 자긍심 고취를 위해 꼭 필요하다. 우리가 고려대 혹은 연세대라고 했을 때, 어떠한 포지셔닝(학풍 등)이 떠오른다면, 이에 해당하는 포스텍의 포지셔닝이 무엇인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에 포스텍의 건학이념을 되새기면서 앞으로 어떠한 전통을 세워나가야 할지 대학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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