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생활에 무기력해진 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대학원 생활에 무기력해진 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포스텍 상담센터
  • 승인 2017.05.0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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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 반복적인 대학원 생활에 무기력해진 저 자신에게 화가 나지만 무언가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의지도 없는 것 같습니다. 연구 실적도 좋지 않아 졸업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도 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 무엇에도 재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이런 저 자신이 실패자처럼 느껴집니다.
무기력하다고 느낀 것이 얼마나 오래됐는지 모르겠지만 무기력하고 우울한 감정은 사람을 참 지치게 하지요. 우리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학원생의 과반수가 가벼운 또는 유의미한 수준의 우울 증상을 보입니다. 우울 증상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우울증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대학원이 우울증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임을 말하는 지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편의상 제보자 분을 민수(가칭) 씨라고 부르겠습니다. 제한된 정보로 민수 씨의 우울증 여부를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이 기회를 빌려 우울증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우울증의 증상을 호소하며 상담실을 찾는 사람들에게 종종 하는 말 중의 하나가, “우울증은 그 자체로 생명력이 있다”라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인간관계, 연구 스트레스, 가족 내 갈등 등의 이유가 있어서 슬프고, 우울하고, 집중도 안 됐는데 이 상태가 오래돼 우울증이 생기면 이제는 우울증 자체가 우리의 감정, 생각,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아무것도 재미가 없고, 무감각하고, 스스로 비난하고, 혼자 있고 싶고, 무엇이든 비관적으로 보는 것만이 항상 나의 모습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학원에 오기 전 혹은 중요한 갈등이 있기 전의 나는 지금과 다른 모습이었지 않았나요?
우울증은 사람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꼭 우울감이 아니더라도 허무함, 무감각함, 과도한 화남과 짜증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가벼운 수준이든 심각한 수준이든 우울증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우울증과 나를 분리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우울하고 슬픈 감정이 너무 익숙해서 나 자신의 감정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것이 원래 나의 모습이 아닌 우울증의 증상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우울증의 증상이나 치료법에 대해 읽어보는 것도 경험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상태가 심각해서 침대 밖으로 나오는 것도 힘들다면 약물치료도 효과적입니다. 약물이 긍정적 감정을 만들어주지는 않지만 깊은 우울감을 덜어줄 수 있고 감정 기복을 조절할 수 있게 해주며, 그 결과 긍정적 자극에 반응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또 하나의 방법은 사고 패턴을 바꾸는 것입니다. 흔히 우울증에 취약한 사람들이 어떤 사건을 해석하는 것을 보면 내적(Internal), 전체적(Global), 지속적 귀인(Stable Attribution)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령, 실험 결과가 잘 나오지 않을 경우, 내가 능력이 없어서(내적), 나는 실험만이 아니라 다른 일도 다 그렇게 못하고(전체적), 늘 그럴 것(지속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사고방식을 바꾸기가 쉽지는 않지만, 평소와 다르게 생각해보는 연습(가령, ‘내가 항상 그렇지는 않지’, ‘꼭 내가 다 잘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지’, ‘내가 잘하고 있는 부분도 있지’, ‘결과가 좋을 수도 있지’ 등)을 자꾸 하다 보면 어느새 감정 상태도 달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민수 씨에게 몇 가지 구체적인 제안을 하자면, 먼저 자기를 회복하는 것에 초점을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내 삶에 만족스러웠을 때, 즐겁게 웃던 모습을 기억해보시고 이를 지침으로 삼아 자기 돌보기를 시작해보십시오. 우울증이 자꾸 ‘너는 실패자야’, ‘졸업도 어려울걸’, ‘노력도 안 하잖아’라고 나를 비난하고 겁을 주면 ‘대학원 생활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아. 노력한 만큼 성과도 잘 나오지 않고 미래는 불확실해 보이지만 그래서 대학원이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어? 모호함을 견디는 과정 말이야’, ‘괜찮아, 너 잘하고 있어’라고 자신을 격려해주십시오. 가까운 사람들에게 힘든 마음을 표현해보고 이해받는 것도 효과적인 자기 돌봄의 한 방법입니다.
마음이 조금 회복이 되고 난 뒤에는 어떤 요인들이 나를 무기력하게, 우울하게 만드는지 근본적인 문제를 점검해 보길 바랍니다. 그중에 바꿀 수 있는 부분과 없는 구분을 잘 구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대학원 연구실 환경 자체를 크게 바꿀 수는 없지만, 일주일에 한두 시간 취미활동을 하면서 변화를 주는 것, 연구 진척이 없을 때 선배나 교수님께 솔직하게 말씀 드리고 조언을 구하는 것은 바꿀 수 있는 부분일 것입니다. 연구 환경이나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성격 등 바꿀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 선행돼야 함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매일 내가 잘한 것, 또는 나의 기특하고 자랑스러운 것 세 가지를 생각해보시고 나 자신을 칭찬해주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