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의 황색언론화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의 황색언론화
  • 명수한 기자
  • 승인 2017.05.0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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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은 소비자의 편익을 위해 시중에서 유통되는 제품이나 서비스 등의 비리와 문제점을 적발하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최근,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으로 인해 무고한 피해를 본 업주들이 늘어나며 고발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늘고 있다.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는, 한 종합편성채널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서 ‘대만식 대왕 카스텔라’를 주제로 비판적인 내용을 방송한 것이었다. 해당 방송은 대왕 카스텔라의 제조과정에서 우유와 달걀에 비해 많은 양의 식용유 및 화학첨가제가 사용된다는 점을 들어 업계를 비판했다. 이로 인해 대왕 카스텔라 업계는 매출이 급감했다는 가맹점주의 절규가 이어졌다. 또한 3개월당 47개꼴로, 하루 반나절 당 1번씩 지속되던 신규 개점도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다수의 식품 전문가들은 방송에서 다룬 사항이 비판받을 만한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문정훈 교수는 제빵 과정에서 식용유를 사용하는 것은 반죽의 탄력을 위한 선택이며, 이를 가지고 ‘제빵 과정에서 식용유를 넣는 것은 부도덕하다’라는 식의 주장을 펼치는 것은 소비자들의 공포심을 조장하여 이목을 끄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외에도 식품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졌고, 이에 해당 프로그램에선‘대왕 카스텔라 방송 그 후’라는 후속편을 방송하여 앞선 방송 이후 화제가 된 내용들을 해명했다. 그러나 식용유가 사용된 빵에 ‘카스텔라’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이 잘못되었다는 주장을 펼쳤고, 이를 두고 시청자들은 논점을 흐리기 위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한 또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대왕 카스텔라 업계 자체가 결국 하락세를 보일 예정이었으며, 방송은 그 하락세를 조금 가속시켰을 뿐, 방송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을 시작으로 버블티, 벌집, 아이스크림, 눈꽃 빙수, 생과일 음료 등의 프랜차이즈 업종이 6개월에서 1년가량의 짧은 기간 동안 전국구급의 인기를 누리다 빠르게 사양된 사례가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왕 카스텔라 또한 마찬가지로 사양길에 접어들었을 뿐이며, 문제가 되는 것은 너무 빠르게 변하는 요식업계의 유행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시청자와 소비자들의 무분별한 정보 수용이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방송이나 SNS를 통해 허위, 과장 정보가 전달될 수 있음에도 이를 무조건 수용하여 행동하는 시청자, 소비자들이 현재의 문제 상황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해당 방송에서, 분유와 액상 달걀을 사용하는 일부 업체의 행각을 업계 전반의 관행처럼 부풀려 표현해 대왕 카스텔라 업계에 큰 부담을 준 점은 분명하다. 이번 사태 이전에는 같은 방송에서 벌집 아이스크림에 들어가는 파라핀이라는 성분이 석유로 만든 것이라고 보도하여 점주들과 갈등을 빚은 적이 있었다. 벌집을 형성할 때 석유로 만든 공업용 파라핀을 사용하면 독성으로 인해 벌들이 죽기 때문에 양봉 자체가 불가능한데도 이들의 잘못된 보도로 해당 업계 종사자들이 피해를 봤다.
이와 같은 ‘아니면 말고’ 방식의 고발 프로그램의 행태에 ‘비윤리적 제품이나 서비스를 심판하는 것은 좋지만, 그 주체가 비윤리적 방송일 때 이는 합당한가’라는 문제의식이 소비자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특히, 현대사회는 SNS가 발달하면서 미디어를 통한 정보가 순식간에 확산되고, 정정보도를 하더라도 피해 구제를 완벽하게 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따라서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은 내용과 의도를 신중히 검토하여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은 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고발하고 시청자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맡아, 우리 사회에 도움을 주는 존재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본래의 목적을 수행하기보다 과장되고 허황한 정보의 전달을 통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면, 이들은 한낱 황색언론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해당 프로그램 담당자들은 소비자를 대표하는 심판인이라는 자각심을 가지고 프로그램 제작에 임하여, ‘누가 누구를 심판하는가’라는 비판을 피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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