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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을 통한 가치 창출
[384호] 2017년 04월 07일 (금) . .
연구자로서 우리의 사명은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일이다. 가치의 형태는 다양하다. 전혀 새로운 과학적 원리의 발견일 수도 있고, 이미 알려진 과학적 원리를 활용한 새로운 응용일 수도 있으며, 이미 나와 있는 해법을 획기적으로 절감된 비용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아이디어일 수도 있다. 다양한 분야의 과학과 공학의 성격에 따라 연구자로서 우리가 만들어내는 가치는, 탁월한 논문으로 세상에 나올 수도 있고, 학회에서의 훌륭한 발표가 될 수도 있으며, 벤처 투자자들이 탐내는 스타트업이 될 수도 있다. 가치의 형태는 다양하나, 궁극적인 목표는 유용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가치의 정의에 따르면 뭔가 쓸모 있고, 중요한 의미가 있어야 한다. 그 가치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제한적이라면, 바꾸어 말해 나에게만 유용하거나,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만 의미 있는 일이라면, 좀 더 솔직하게 말해 나의 학문적 업적, 내 연구실의 실적에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소소한 가치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가치의 크기가 클수록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반응한다. 우리의 목표는 이런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드는 데 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과학과 기술의 진보에 있어 시간이라는 요소를 우리는 항상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속 가능성은 변화하지 않는 사람, 집단에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지속해서 개선과 혁신이 이루어질 때에야 우리는 겨우 오늘 내가 하는 일이 내일도 지속할 수 있다는 믿음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는 연구자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또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실제로 우리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여 매일의 일상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가치에 주목한다. 이제는 특정 집단에게만 유용하거나 특정 응용 분야에만 쓸모 있는 가치를 만들어 내는 데서 벗어나  진지한 문제의식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들을 푸는 데 우리의 관심을 돌려야 한다.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에 도전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협업이 불가피하다는 데에는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그러나 실제로 협업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 상승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협업을 통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잃기만 한다면 혼자 일을 할 때보다 시간과 돈이 더 들어가는 협업은 지속하기 어렵다. 따라서 서로가 상호보완재로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만 협업은 지속 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것을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
첫째는 역설적이게도 내가 먼저 준비가 되어야 한다. 협업을 위해서는 내 연구의 수월성이 확보되어야 하고 내 연구가 다른 분야의 연구와 접목이 쉽도록 접속점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내 연구가 최고 수준이 되지 않으면 상대방이 얻을 수 있는 게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실험 데이터, 시작품 등은 해석이 쉽고 변용이 가능한 형태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열린 자세는 기본이다. 내가 열어주는 만큼 상대방도 열게 되어 있다. 많은 경우 나의 비밀 아이디어는 상대방의 관심 영역 밖의 일이며, 상대방이 설사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재현은 어렵다.
둘째는 가까운 데서부터 찾는 것이다. 인위적인 협업, 유행처럼 지나가는, 전혀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융합과 복합을 지양하고, 같은 학과, 같은 연구소의 동료 연구자들과 활발히 교류하는 것이다. 같은 그룹에 속해 있다 하더라도 세분화된 연구에서 각각 기여할 수 있는 분야는 항상 존재한다. 2~3명의 연구자들로 구성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연구성과를 내 온 팀들을 우리는 많이 알고 있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인접 학문과의 연계성을 찾는 것이다. 억지로 조직된 네트워킹 이벤트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진정으로 내 연구에 도움이 될, 혹은 내 연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연구를 내가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것이 훨씬 의미가 있다. 먼저 찾아오는 사람을 열린 마음으로 맞아주는 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장벽은 존재한다. 어차피 다른 언어로 얘기하게 되어 있으나 대화를 하다 보면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의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모두가 새로운 산업혁명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을 하나의 단어로 규정하는 건 의미가 없다. 모든 사람, 사물이 연결되는 초연결사회에 변화의 전파 또한 빛의 속도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이제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훨씬 더 큰 크기로 가치를 만들고 전파해야 한다. 자신의 연구분야가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보이는가.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자신의 연구분야에 정통하고, 열린 마음으로 다른 연구자들과 진지하게 토의하며 생각을 발전시켜 나갈 때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우리를 깨울 것이다. 실행 과정에서 진정한 협업과 융합은 필수다. 우리는 연구자로서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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