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보다는 공무원... 안정적인 일자리에 몰리는 청년들
창업보다는 공무원... 안정적인 일자리에 몰리는 청년들
  • 박준현 기자
  • 승인 2017.03.15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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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14일, 인사혁신처는 국가 공무원 9급 공채시험 접수 인원을 발표했다. 4,910명 선발에 22만 8,368명이 지원해 역대 최대 규모였다. 위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공무원과 같은 안정적인 일자리에 청년들이 더욱 몰리고 있다.
한편, 2015년 현대경제연구원에서 20세 이상 성인남녀 8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창업관련 국민의식 변화와 시사점’에서 ‘창업에 전혀 관심없다’라는 응답은 37.7%로 2년 전에 비해 11.8%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 창업과 같은 도전적인 일자리에 뛰어드는 청년들은 과거에 비해 적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소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보다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Low risk low return)’을 바라는 젊은이들이 많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사람들이 말하는 바와 같이 요즘 젊은이들이 도전 정신이 부족하다거나 근성이 없는 것일까? 꼭 그렇게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과거와 비교해 현재의 도전 환경은 몇몇 부분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도전의 성공 확률이 낮아졌다. 과거 우리나라 시장은 모든 것이 부족했던 블루오션이었다. 특히, 도전적인 창업으로 성공을 거둔 현재의 기업들을 보면 대부분 비슷한 시기에 창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0년대 IT 벤처 붐, 70~80년대 중공업 육성 등 시대적 흐름을 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저성장 기조에 갇혀 경제 침체기로 접어들고 있고, 대부분의 시장이 경쟁과다 혹은 대기업 독점 상태의 레드오션이다. 이에 따라 2016년 기준 창업유지율은 8%에 그쳤고, 45.6%는 창업 후 2년을 채 유지하지 못했다(취업포털 잡코리아 설문 참고).
다음으로, 실패에 대한 부담이 더 커졌다. 앞선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한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려운 사회’라는 의견에 70.2%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창업하다 실패하면 신용불량으로 이어진다’는 의견에도 91.7%가 공감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청년전용창업자금’ 미상환 금액은 124억 원으로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창업에 실패한 젊은이들이 빚더미에 몰리는 것이다. 이와 같이 과거에 비해 경제적으로 더욱 양극화된 사회에서 청년들에게 실패는 훨씬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공무원과 같은 안정적 일자리들은 한번 선발되지 못하더라도 재시도 비용도 낮고, 선발된 후에는 정년 및 연금 덕에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되는 것으로 생각돼 인기를 끌고 있다.
마지막으로, 리턴 즉, 보상에 대한 기준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높은 소득’이 가장 매력적인 보상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현재에는 소득 외에도 ‘여가시간’, ‘고용안정’ 등의 가치가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 변화와 안정적 일자리 추구 현상에 대한 사람들의 시각도 갈리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현 상황에서 당연하므로 공무원 채용을 늘리는 등 안정적인 일자리를 더욱 확보하려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와는 달리 양극화가 심화된 현재에는 정부의 적극적 시장개입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중산층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정책의 결과로 경제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중산층이 튼튼해지면 소비가 촉진되고 경제가 활성화돼 다시금 경제 성장의 원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안정적 일자리 추구 현상을 우리 사회의 경제적 역동성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경제의 성장이 차츰 식어가기 때문에 공무원과 같은 관료집단이 비대해지는 것이고, 이는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현재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전철을 밟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맡아야 할 역할은 적극적 창업지원과 중소기업 지원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돕는 것이고, 정부가 아닌 시장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경제 상황에서 이들 중 어떤 입장이 옳다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 젊은이들에게 도전정신이 없다고 비난하거나 도전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무모하다고 나무라는 것보다는 그들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