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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력 메모리 소자의 개발
'스핀' 을 이용한 차세대 메모리 소자
[383호] 2017년 03월 15일 (수) 우성훈 박사 /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
   
   
스핀트로닉스에 기반한 ‘초저전력 또는 무전력 소자’의 가능성
반도체소자의 집적도 및 전력소모 문제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향후 새로운 산업을 이끌어갈 원동력으로서 큰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소자 작동의 물리적 원리가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다양한 후보군 중 ‘스핀트로닉스’라는 분야가 매우 각광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왜 스핀소자인가? 전자의 스핀에 기반을 둔 소자는 스핀의 고유특성인 비휘발성을 가지고 있다. 즉 전자소자의 경우에는 외부 전력이 존재할 때만 가동할 수 있지만, 스핀소자는 외부 전력 공급이 끊어지더라도 여전히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스핀소자들은 새로운 물리적인 방법을 통해 거의 초저전력영역대인 펨토줄(fJ) 또는 ‘제로’ 전력으로도 소자의 구동이 가능한 물리적인 특성이 있다. 이러한 초저전력 및 고직접화가 가능한 스핀소자를 전자소자와 같이 양산 가능하다면, 우리가 현재 직면한 직접화, 발열, 속도한계 등의 문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형태의 스핀전자소자가 산업 전 분야에 걸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스핀트로닉스’ 분야의 다양한 기술 가운데서도, 최근 필자가 MIT 제프리 비치(Geoffrey Beach)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규명한 ‘무전력’ 소자의 가능성에 대해 본 글에서 자세히 다뤄보려 한다.

스핀파를 이용한 ‘무전력’ 소자의 개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부분의 ‘강자성체(외부 자기장이 존재하지 않을 때도 자성을 띄는 물질들, e.g. Fe, Ni, Co)’의 경우, 평형 상태에서는 모든 스핀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평행하게 정렬된 스핀 배열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서로 가장 가까이 위치한 스핀들이 평행한 방향성을 가질 때, 스핀 상태의 에너지를 결정하는 ‘상호 교환 에너지(Exchange Energy)’가 가장 안정된(낮은) 값을 가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평행 상태를 깨고 스핀들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배열하기 위해서는 큰 외부 자기장이 인가되어야 한다.
하지만 전체 강자성체 스핀의 방향을 바꿀 만큼의 큰 자기장이 아니라, 매우 국소적인 영역에 어느 정도 이상의 외부 자기장이 인가되어서, 해당 영역에만 스핀의 방향이 변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같은 경우에는 그 영역 외부에 위치한 스핀들도 서로의 상호 교환 에너지를 낮추려고 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주변 스핀들이 요동치며 하나의 ‘파동’과 같은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이러한 스핀의 파동을 우리는 ‘스핀파’라고 한다. 위 <그림1>에 스핀파에 대한 간략한 모식도가 표현되어 있다.
또한, 우리가 양자역학에서 ‘파동 (Wave)’을 양자화(Quantized)된 입자로 기술할 수 있듯이, 강자성체 내부에서 나타나는 ‘스핀파(Spin-wave)’의 경우에도 스핀파가 가지는 주파수 및 파동의 크기 등을 가지고 ‘마그논(Magnon)’이라는 형태의 양자화된 입자로 기술이 가능하다. 이러한 스핀파의 발생은, 앞서 언급했듯이 국소적인 영역에 외부 자기장을 줌으로써 가능하기도 하지만, 온도의 상승이나 다양한 외부 영향에 의해서 주로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왜 스핀파가 중요한 것일까? <그림 1>에서 알 수 있듯이, 스핀파의 경우 전자는 고정된 위치에 있으면서 해당 전자가 가지고 있는 스핀이 흔들리는 것이므로, 실질적인 전자의 이동을 수반하지 않는다. 즉, 스핀파가 발생하는 경우라도 전력소모가 동반되는 전류의 이동이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전류가 흐르지 못하는 절연체(Insulator)에서도 이러한 스핀파는 매우 강하게 발현될 수 있다. 이러한 스핀파를 메모리, 로직 등의 실제 소자에 접목하여 사용할 수 있다면 실제로 전류의 흐름을 동반하지 않는 무전력 소자의 개념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장점으로 인해,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스핀파를 효율적으로 생성/검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이루어져 왔고, 또한 스핀파를 기존에 개발되어온 자기저항소자와 접목함으로써 소자의 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연구들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실제로 무전력 (또는 초저전력) 나노소자에 필요한 매우 큰 크기와 고주파의 스핀파는 실험적으로 생성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이론적인 예측만 존재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공동 연구팀은 강자성체 내부에 존재 가능한 스핀구조 중 하나인 ‘자구벽’ 구조를 활용하여, 스핀파의 효율적인 생성 및 검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최초로 제시하였다. ‘자구벽’ 구조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배열된 스핀 사이의 경계면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강자성체의 종류 및 크기에 따라서 다양한 모양의 자구벽이 존재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구벽은 외부에서 가하는 전류에 의한 이동이 용이하고, 저항 변화를 이용한 검출도 가능하므로 자구벽 자체만을 사용하여 메모리 소자를 만들겠다는 연구 또한 진행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구벽을 스핀파 생성을 위해 사용하는 실험적인 연구 결과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본 연구진은, ‘자구벽’이라는 구조 자체가 스핀들이 서로 엉켜있는, 즉 ‘상호 작용 에너지’가 높은 상태이므로, 이러한 자구벽 2개가 충돌하여 에너지가 방출될 때, 강한 스핀파가 생성될 것이라는 예측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전산모사와 실험을 통하여, 실제로 두 개의 자구벽이 충돌할 때 매우 강한 크기의 스핀파가 생성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본 연구에서 제시된 방법으로 생산된 스핀파의 경우에는 기존 방법보다 103배 이상 큰 크기를 가지며, 기존 실험방법으로 생성 불가능한 수십 GHz 이상의 고주파 스핀파도 동반 생성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림 2>참고). 즉, 지금까지 이론적으로만 될 것이라고 여겨졌던 매우 강한 크기의 고주파 스핀파를 실제로 구현한 큰 의미를 가지며, 스핀파를 생성하기 위한 에너지 소모를 최소(1 Gauss 이내의 외부 자기장)로 함으로써 향후 무전력에 가까운 메모리 소자로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본 연구결과에서 사용된 자구벽 구조의 생성이나, 실제 상용화 가능한 소자의 크기로 작아짐에 따라서 생길 수 있는 효율변화와 제조단가 등의 측면 등 아직 넘어야 할 부분이 많다. 하지만 스핀파를 이용한 초저전력 소자가 실제 구현되는 데 중요한 방법을 제시했다는 데 큰 의미를 가지며, 향후 후속 연구를 통하여 실제 소자로의 적용까지 검토할 예정이다.

무전력 소자가 이끄는 시대로
앞서 여러 번 언급했듯이 반도체 기반 전자소자 기술은 물리적 현상 및 나노 공정에 있어서 근본적인 기술적 한계, 특히 ‘전력소모의 한계’에 근접하고 있으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차세대 전자소자 기술의 출현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스핀/양자 현상에 기반을 둔 차세대 스핀의 초저전력 또는 무전력 메모리 개발은 현존 기술의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혁신 기술임이 분명하다. 특히 스핀트로닉스 기술은 반도체 산업뿐만 아니라, 신소재, 정밀측정 기기 산업 등으로의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이제는 기존 전자소자를 뛰어넘어 새로운 스핀소자의 시대를 열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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