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폐기물은 무엇이고 어떻게 처리하는가?
방사성 폐기물은 무엇이고 어떻게 처리하는가?
  • 박지후 기자
  • 승인 2017.03.15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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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 폐기물은 우리나라 원자력법에 따라 방사성물질 또는 그에 의해 오염된 물질로 폐기의 대상이 되는 물질이다. 방사성 폐기물은 폐기물의 열 발생률과 방사능 농도에 따라 △고준위 폐기물 △중준위 폐기물 △저준위 폐기물로 나뉜다. 원전에서 사용된 핵연료의 경우는 고준위 폐기물이며, 방사선 관리구역에서 작업자들이 사용했던 △작업복 △장갑 △기기 교체 부품 등은 상대적으로 방사능 농도가 낮은 중·저준위 폐기물이다. 또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하는 △병원 △연구기관 △대학 △산업체 등에서도 중·저준위 폐기물이 발생한다.
방사성 폐기물의 95% 이상은 중준위 폐기물과 저준위 폐기물이 차지한다. 이들은 크게 동굴처분 방식과 표층처분 방식으로 나뉘어 처분되며, 세계 각국에서는 각각의 자연환경에 맞게 이들을 처분한다. 동굴처분 방식은 지하 암반에 인위적인 동굴을 만들어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장기간 보관을 위해 균열이 발생하지 않고, 물이 동굴로 스며들지 않는 곳에서 이용된다. 이는 지하 깊이 처분된 방사성 폐기물을 인간의 생활권으로부터 완전히 격리하는 방법으로, 현재 스웨덴 포스마크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과 핀란드 올킬루오토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주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의 1단계 시설 역시 동굴처분 방식으로 지어져 있다. 이 경우 폐기물 처리장의 포화로 인한 폐쇄 과정에서 방사능의 유출을 막기 위해 방사성 폐기물의 최종 저장고인 사일로 외벽과 동굴 입구를 콘크리트로 봉쇄하기만 한다면, 사후 관리가 필요없다.
표층처분 방식은 지표에서 약 30미터 이내의 깊이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어 방사성 폐기물을 저장하는 방식이다. 동굴처분 방식보다 인간 생활권 가까이에 처분하기 때문에 수백 년이 지난 후 인간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표층처분 방식으로 처분되는 폐기물은 반감기가 짧은 핵종을 주로 함유하고 있다. 이 방식은 겉흙층이 발달하고 배수가 잘 되며 강우량이 적은 지역에서 유리하며, 동굴처분 방식보다 건설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미국의 리치랜드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이 대표적인 표층처분 방식 처리장이다. 우리나라의 경주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의 2단계 시설은 표층처분 방식으로 건설 중이다. 그러나 동굴처분 방식과는 달리 폐기물 처리장의 폐쇄 이후에는 지속해서 폐쇄 물질에 대한 유지 보수와 감시가 이루어져야 하며, 동물과 인간의 침입도 막을 필요가 있다.
방사성 폐기물의 나머지 5%를 차지하는 고준위 폐기물은 대부분이 사용 후 핵연료들로 이루어져 있다. 사용 후 핵연료란 원자력발전소에서 쓰는 핵연료를 3주기 정도 연소시켜 충분한 열을 생성하지 못하는 핵연료이다. 이 중 96%가 재처리 과정을 통해 다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세계 각국에서는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운영 중이다.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는 원자력의 수명을 반영구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기서 추출한 플루토늄(Pu)이 핵무기 제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맺은 원자력 협정 문제 때문에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지을 수 없다. 따라서 세계 각국에서 고준위 폐기물을 재처리하는 데 쓰이는 습식재처리기술과 다른, 협정 문제에서 자유로운 파이로 프로세싱(Pyroprocessing)이라는 핵연료 건식재처리기술을 현재 대전의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연구 중이다. 하지만 대전 지역 주민들은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을 연구하는 것이 지역 환경에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어 이를 강행하고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의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의 원자력 전문가인 프랭크 반 히펠(Frank N.J. Von Hippel) 교수 역시 파이로 프로세싱은 이미 다른 선진국에서도 연구했으나 실패한, 환경을 오염시키고 고비용이 드는 방식이라며 비판했다.
재처리할 수 없는 4%의 고준위 폐기물은 장기적 안정을 위해 지하 500~1,000m의 암반층에 격리된다. 현재 세계 최초로 핀란드에서 온칼로라는 이름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영구 처분장을 2004년부터 건설 중이다. 핀란드에서는 1983년에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고준위 폐기물 처리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으며, 10년간의 지질조사 끝에 2000년에 핀란드 남서부의 해안도시 에우라요키에 온칼로가 지어지는 것이 지역 주민의 지지 끝에 확정됐다. 2023년부터 핀란드의 원자력발전소 6기에서 배출되는 사용 후 핵연료 9,000톤이 온칼로로 100년간 옮겨지며, 온칼로가 폐쇄된 이후 10만 년 이상의 처분이 필요하다. 중·저준위 폐기물의 처리 방식인 동굴처분 방식보다 훨씬 긴 기간의 처분이 필요하므로 후세 인류의 침입과 지각 변동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과 같은 불확실성이 온칼로의 단점으로 남는다.
현재는 온칼로와 같은 영구처분장이 건설되기 전이기 때문에 폐기가 필요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임시 저장 시설에서 일정 기간 저장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원전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들은 현재 원전 내부에서 일정 기간 저장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몇 년 이내에 포화되기 때문에, 영구 처분시설과 재처리시설의 건설이 시급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재처리 시설이라는 혐오시설이 각자의 삶의 터전으로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부지 선정에서부터 난관을 겪는다. 온칼로가 지역 주민의 지지와 함께 성공적으로 유치된 사례를 본받아 폐기물 속의 방사선 누출이라는 위험성을 줄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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