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사태로 살펴본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
후쿠시마 사태로 살펴본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
  • 하현우 기자
  • 승인 2017.03.15 0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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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이 솟구치는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를 지켜본 세계 각국은, 후쿠시마 사태가 자국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더는 보장할 수 없게 됐다. 독일 정부는 2022년까지 17호기에 달하는 모든 원전을 점진적으로 폐기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프랑스 의회에서는 전력 생산의 75%를 차지하는 원전 비중을 2025년까지 50%로 낮추자는 법안이 통과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울산 신고리 원전 5, 6호기가 건설 중이지만, 신규 원자로 건설에 일부 제한을 두는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원전 존폐에 대한 논의가 점차 확산하는 이 시점에서, 후쿠시마 사태가 한반도에 재현될 수 있는 재앙인지 아닌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원전은 현재 규모 6.5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고, 신고리 원전 5, 6호기부터는 규모 7.0의 지진에 견디게끔 건설 중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규모 7.0에 달하는 지진이 발생했을 것이라 추정되는 만큼, 규모 6.5라는 기준이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원전 핵심 시설은 규모 8.0을 넘어가는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영화 ‘판도라’에서와 같이 지진에 의해 노심 용융이 발생할 정도로 심각한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은 지나친 우려이다.
그렇다면 후쿠시마 사태에서처럼 지진해일에 의한 전력 차단 상황을 생각해보자. 동해안에 있는 원전들은 모두 해수면에서 10m 이상 높이의 부지에 건설됐다. 또 남해안에 있는 고리 원전의 경우 해수면 기준 10m 높이의 해안 방벽이 건설됐지만, 서해안에 있는 한빛 원전은 해안 방벽이 건설되지 않았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14~15m 높이의 지진해일이 덮친 사실을 고려하면 위험하다 여길 수 있지만, 한반도는 역사상 규모 9.0에 가까운 지진조차 전례가 없으므로 동해안의 원전들과 고리 원전은 안심할 만하다. 남해와 서해는 수심이 얕아 커다란 지진해일이 발생하기 힘들지만, 만에 하나 지진해일이 해안 방벽이 없는 한빛 원전을 덮쳐온다면, △외부 전력 차단 △디젤 발전기 고장 △이동용 발전 차량의 접근 불가로 이어지는 최악의 사태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만일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빛 원전에 지진해일이 덮쳐와 전력 공급이 차단된다면, 냉각수 순환이 멈춰 서면서 노심 온도가 상승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런 비상사태에는 노심에 ‘제어봉’을 꽂아 핵분열을 멈춰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은 비등경수로(Boiling Water Reactor)이고, 우리나라의 모든 원자로는 가압경수로(Pressurized Water Reactor)이다. 가압경수로는 전원이 차단돼도 제어봉이 삽입되게끔 설계됐다. 하지만 제어봉을 삽입해 핵분열이 멈춰도, 방사성 물질이 존재하는 한 ‘붕괴 열’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후쿠시마 원전 노심 온도가 계속 상승했던 것이고, 한빛 원전도 이점에선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본 원자력 전문가인 고이데 히로야키는 후쿠시마 사태 초기 바닷물을 빠르게 공급했다면 파국적인 고온으로는 상승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닷물 주입은 원전 재사용 불가를 의미하는 만큼 후쿠시마 제1원전의 소장에게 바닷물 주입에 대한 권한이 없었다. 결국, 10시간이 지나서야 도쿄전력 사장의 승인이 떨어졌고, 늦어진 시간만큼 상황이 악화됐다. 한빛 원전과 같은 가압경수로의 경우, 격납용기가 크고 원자로 내에 많은 양의 물이 항상 존재한다. 따라서 비교적 더딘 온도 상승을 보이므로, 사고 후 대처 시간이 좀 더 길다. 또한 국내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도쿄전력과 달리 공기업이므로, 바닷물 주입 등 결단을 빠르게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압경수로는 비등경수로보다 방사선 차폐에 유리한 구조이니만큼, 미미한 방사능 유출 정도에서 상황이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만약 노심 온도가 섭씨 2,800도까지 치솟아 수소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 원전의 수소 제거 장치는 후쿠시마 사태 이후, 전력 공급 없이도 작동하도록 조처됐다. 또한, 수소가 쌓이면 증기를 외부로 배출하게 돼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태 때는 수소를 실외로 배출했음에도 수소가 건물 상부에 쌓여버렸다. 한빛 원전이 같은 과정을 거쳐 수소 폭발이 일어난다면,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방사성 물질이 분사되는 끔찍한 사태로 기록될 것이다.
가정에 가정을 거듭했을 때, 한빛 원전도 후쿠시마 사태로 귀결될 약간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물론, 이는 희박한 가능성이 여러 번 중첩된 만큼 무시할 만하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태 또한 ‘희박한 가능성’으로 여겨졌었다. 그 ‘희박한 가능성’이 실제로 발생한 이후에야, 사람들은 이 비극이 충분히 발생 가능한 일이었음을 인정하게 됐다. 또한,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전쟁이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 자연재해가 아닌 미사일, 핵무기에 의해서도 원전 사고가 촉발될 수 있다는 뜻이다. 논란 속에서도 정부가 사드 배치를 강행한 이유 중 하나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할지 모른다는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안전·안보를 위협하는 원전 사고라는 ‘희박한 가능성’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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