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1일 금요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동북부 미야기 현 오시카 반도 동남쪽으로 130km 떨어진 앞바다에서 규모 9.0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의 총 6기의 원자로 가운데 1, 2, 3호기는 가동 중에 있었고, 4, 5, 6호기는 점검 중에 있었다. 대지진 발생 후 1, 2, 3호기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 됐지만, 그 후 오후 3시 27분경부터 지진해일이 덮쳐 1호기부터 3호기까지의 모든 교류전원이 상실됐다. 그뿐만 아니라 지진해일의 영향으로 1호기의 원자로 중심부인 노심이 노출됐고 이는 노심 손상으로 이어졌다. 그다음 날인 3월 12일 토요일 오후 3시 36분경에는 1호기에서 수소 폭발이 일어났고, 이틀 뒤에는 3호기 수소폭발, 15일에는 4호기 수소폭발과 폐연료봉 냉각보관 수조 화재 등이 발생해 방사성물질을 포함한 기체가 대량으로 외부로 누출됐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 1원전의 사고 수준을 레벨 7로 공식 발표했다. 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만든 0~7까지의 국제원자력 사고등급(INES) 중 최고 위험 단계로 1986년 발생한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등급이다.
지진해일 이후 일본 정부는 유엔 산하의 국제원자력기구 감시단을 초대해 후쿠시마 원전에서 계속되고 있는 위기를 처리할 방법과 재발 방지책을 모색했다. 다른 원전과 마찬가지로 후쿠시마 원전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설계됐지만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위협은 항상 존재했다. 후쿠시마 원전은 방파제로 지진해일의 파도를 차단하며 지진 피해를 막기 위해 단단한 암반 속에 원자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안전장치로 비상 발전기도 있어서 전기가 끊겨도 계속 가동할 수 있게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진이 발생한 시점에 원자로는 정상적으로 자동 정지됐고 표준 절차에 따라 비상 발전기가 작동됐다.
하지만 이 모든 안전 조치도 후쿠시마 원전을 보호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원전을 설계할 때 지진해일에 대한 충분한 고려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60년대 1~4호기를 건설했을 때 기술자들은 공장 부지의 높이를 25m나 낮춰 원전 밑에 있는 암반에 원자로 건물을 고정할 수 있었다. 이 방법은 지진에 의한 붕괴를 막을 수는 있었지만, 지진해일의 위협에는 취약했다. 지진해일의 위협을 막기 위해 설계자들은 원전 주변에 최대 6m에 가까운 파도를 막을 수 있는 방파제를 만들었다. 하지만 실제 지진해일로 인한 범람을 고려하면 파도의 높이는 14~15m에 달했고, 파도는 원자로 건물과 원전 부지를 휩쓸고 지나갔다. 지진해일용 방파제는 너무 낮았고, 이 단순한 설계 결함이 일련의 끔찍한 사고로 이어졌다. 수천 톤에 달하는 바닷물이 밀려오며 디젤 발전기 대부분이 물에 잠겼다. 디젤 발전기들은 터빈 건물 밑과 부지 내의 다른 저지대에 있었기 때문에 광범위한 침수에 매우 취약했다. 지진으로 인해 모든 외부 전력이 끊겼고, 비상용 디젤발전기, 배터리마저 지진 해일에 의해 전원이 끊겼다. 이 때문에 기술자들은 대형 원자로 격납용기에서 발생한 엄청난 열을 제어하지 못했다.
격납용기 내부, 원자로 깊은 곳에서는 핵반응이 열을 생성하고 이때 발생한 증기가 터빈을 돌려 에너지를 만든다. 동시에 과열을 막기 위해 냉각수를 공급해준다. 하지만 전기가 끊기면 원자로의 과열을 막아주는 냉각수를 흘려보내지 못하고 원자로에서는 핵반응이 계속되면서 열을 내뿜는다. 결국, 원자로 안의 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노심용해 현상이 일어났고 녹아내린 연료봉에서 엄청난 방사능이 방출됐다.
그뿐만 아니라 원자로 설계 자체 때문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원자로 연료봉 안에는 수 톤에 달하는 핵연료가 들어 있고, 표면엔 희귀금속인 지르코늄(Zr)이 칠해져 있어서 과열을 막는 동시에 지속적인 핵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온도가 상승하면 지르코늄의 반응도 활성화되는데 노심에는 지르코늄이 아주 많아 그 당시 노심이 과열되면서 수증기, 물과 격렬하게 반응하며 수소를 생성했다. 당시 원자로 내부 온도는 2,800도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지르코늄과 수증기의 반응을 촉발할 수 있을 만큼 높은 온도다. 가연성 높은 수소가 위험 수준까지 축적되자 전문가들은 원자로를 감싼 콘크리트 용기에 구멍을 뚫어 수소를 배출했는데 이때 연료봉의 방사성 물질도 함께 누출됐다. 또한, 수소는 안전밸브를 통해 서서히 외부로 빠져나갔지만 모든 수소가 실외로 빠져나가지는 못한 채, 배출된 상당량이 건물 상부에 모였다. 그 후 수소가 쌓이며 1호기와 3호기에서 대형 폭발이 일어났고 4호기에선 치명적인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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