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힌 곡이 더 맛있다? 음원 역주행의 시대
묵힌 곡이 더 맛있다? 음원 역주행의 시대
  • 이승호 기자
  • 승인 2017.03.15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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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음원 차트에서는 역주행하는 음원들이 늘고 있다. 역주행이란 과거에 발표된 곡이 다시 인기를 얻는 것을 일컫는 은어이다. 역주행과 반대로 최근 발표한 곡이 인기를 얻는 것은 정주행이라 일컫는다. 음원 사이트 지니(Genie)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년 동안 상위권 톱 100에서 차지하는 역주행곡은 8%에 불과했으나 2015년에는 21%, 2016년은 38%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러한 역주행곡의 강세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방송을 통해 역주행에 성공하는 곡들이다. 대표적으로 한동근의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가 있다. 본 곡은 2014년 9월에 발매한 곡으로, 당시에는 이렇다 할 반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작년 여름에 한동근이 ‘듀엣가요제’라는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재조명받기 시작했고, 발매 23개월 만인 2016년 8월 25일 멜론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후 9월 2일에는 모든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이른바 ‘퍼펙트 올킬’을 달성했다. 급기야 음악방송인 ‘뮤직뱅크’에서 1위를 차지하며 ‘한동근 열풍’을 이어갔다. 볼빨간 사춘기의 ‘우주를 줄게’ 역시 방송을 통해 역주행에 성공한 곡이다. 작년 8월 29일 발매된 ‘우주를 줄게’는 발매 첫 주 멜론차트 93위를 기록하며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9월 10일 방송된 ‘유희열의 스케치북’ 이후 반전이 시작됐다. 발매 3주 차, 26위로 50위권에 진출했고, 결국 발매 40주 만에 멜론차트 1위를 차지하며 이를 3주간 유지했다. 그 후 차트 상위권에 계속 머무는 등 꾸준한 인기를 받는 롱런(Long Run)곡이 됐다. 그 외에도 예능 ‘무한도전’을 통해 역주행에 성공한 혁오의 ‘와리가리’, ‘위잉위잉’, ‘Hooka’와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을 통한 ‘픽미(Pick Me)’ 등이 있다.
둘째, 몇몇 곡들은 특정 시기에 강세를 보인다. 예를 들어 매년 3월 봄 향기가 나기 시작하면 항상 차트에 올라오는 곡이 있다. 바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다. 2012년 4월에 발매된 이 곡은, 발매 4년 차인 작년 봄에 멜론차트 16위(3월 21일 기준)를 기록했다. 매년 봄마다 차트 역주행을 하는 이 곡에는 ‘벚꽃연금’, ‘벚꽃좀비’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 외에 봄 시즌에 역주행하는 곡에는 버스커버스커의 ‘꽃송이가’, 로이킴의 ‘봄봄봄’, 아이유·하이포의 ‘봄 사랑 벚꽃 말고’등이 있다. 겨울에 강세를 보이는 곡들도 있다. 아이유의 ‘미리 메리크리스마스’는 작년에도 멜론차트 21위(12월 23일 기준)를 기록하며 역주행에 성공했다. 2010년도에 발매된 곡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이다. 또한, 성시경외 4인의 ‘크리스마스니까’도 2012년도에 발매됐지만, 멜론에서 27위(12월 23일 기준)를 기록하며 역시 역주행에 성공했다. 그 외에도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All I want for Chirstmas is you'와 같은 캐럴들도 매년 겨울 차트에 오르곤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이하 SNS)도 명곡들의 역주행을 돕고 있다. 신현희와 김루트의 ‘오빠야’는 인터넷 방송 BJ가 따라 부르는 영상이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역주행을 시작했다. 입소문이 퍼져나가고 인기 영상 채널인 유튜브(Youtube)에서 ‘오빠야’ 뮤직비디오는 누적 조회 수 300만 건을 돌파하며 흥행했다. 결국 ‘오빠야’는 멜론 19위(2월 20일 기준)를 기록하며 발매 2년 만에 빛을 봤다. 2014년 발매된 마크툽·구윤회의 ‘Marry Me’도 SNS로 흥행 물결을 탔다. 페이스북(Facebook) 페이지인 ‘일반인의 소름 돋는 라이브’에서 한 남성이 ‘Marry Me'을 커버한 영상이 화제가 되며 원곡도 같이 음원차트 순위권 안에 진입하게 됐다. 2014년 8월에 발표된 이 노래는 멜론 35위(2월 21일 기준)를 기록하며 차트를 역주행 중이다.
그 외에도 동일 가수의 새 앨범 발매와 동시에 역주행하는 곡, 무대 퍼포먼스가 화제가 되어 역주행하는 곡 등이 있다. 앞으로 미디어가 발전함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역주행하는 곡들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명곡들의 역주행에 대중들의 귀는 즐겁기만 하다. 음원 차트의 구성도 신곡과 구(舊)곡의 조화로 다양성이 증가했다. 무명 뮤지션들은 역주행을 통해 자신들의 실력을 보일 기회를 얻게 됐다. 역주행을 통한 앞으로의 국내 음원 시장 발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