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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에서 중심으로, 케이블 드라마의 성장 스토리
[382호] 2017년 03월 01일 (수) 박지훈 / 국민일보 문화부 기자 .
   
과거 방송가에서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은 변방에 있었다. 시청률은 안 나왔고 화제성은 떨어졌다. 오죽했으면 이런 공식까지 있을 정도였다. 케이블 프로그램 시청률은 10배 정도의 가중치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tvN에서 방영된 프로그램 A의 시청률이 2%라면, 이것은 시청률 20% 프로그램으로 ‘대접’ 받아야 한다는 것이 방송가의 암묵적 합의였다.
 하지만 시대는 달라졌다. 특히 ‘케이블 드라마’는 반짝이는 기획력과 짜임새 있는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잇달아 선보이며 방송가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질 좋은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비지상파 드라마가 지상파 드라마에 비해 작품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은 깨진 지 오래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는 최종회 시청률이 20.5%를 기록했다. 지난해 방영된 같은 방송사 작품 ‘응답하라 1988’도 최고 시청률이 19.6%까지 치솟으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 드라마 후속작인 ‘시그널’도 두 자릿수 시청률을 올렸다. 요즘 OCN에서 내보내는 ‘보이스’도 5%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방송가가 과거처럼 ‘10배 가중치 공식’을 대입할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으로 재편된 셈이다.
 케이블 드라마의 성공이 감지된 건 2012년 전파를 탄 ‘응답하라 1997’부터였다. 이 드라마는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3040 세대의 마음을 건드렸다. 아이돌 그룹 H.O.T나 카폰, 게스 티셔츠, DDR 게임 등 그 시절 소품들을 화면 곳곳에 배치해 향수를 자극했다. 예능 출신 PD·작가들은 제작을 진두지휘하며 기존 드라마와는 결이 다른 작품을 만들어냈다. 시청률은 7%를 웃돌았다.
 하지만 ‘응답하라 1997’을 계기로 케이블 드라마에 대한 평판이 일순간 바뀐 건 아니었다. 방송가에서는 케이블 드라마의 변곡점으로 2013년 tvN을 통해 방영된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을 꼽는다. 이 작품은 신비로운 향을 태우면 향이 타는 동안만 20년 전으로 갈 수 있다는 독특한 설정이 눈길을 끄는 드라마였다. 시청률은 낮았지만 뛰어난 작품성으로 열렬한 마니아층을 만들어냈다.
 CJ E&M 관계자는 “이른바 ‘나인 폐인’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이 작품은 케이블 드라마가 반등하는 포인트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드라마가 끝난 뒤 다시 보기 서비스 등을 이용해 작품을 몰아보는 사람이 많았다. 케이블 드라마에 대한 인식이 바뀐 진짜 계기였다”라고 덧붙였다.
 케이블 드라마의 성공 요인을 꼽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굳이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케이블 방송사의 지속적인 투자를 들 수 있다. 예능과 달리 드라마 시장은 제작진의 역량이 축적될 때 양질의 작품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 종합편성채널 JTBC가 ‘밀회’ ‘아내의 자격’ 같은 화제작을 만들긴 했지만 10%를 웃도는 드라마를 아직 못 만드는 것도 노하우 부족 탓이다.
 방송가 한 관계자는 “시청자의 혹평을 받더라도 꾸준히 드라마 시장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계속할 때 성공의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드라마는 호락호락한 장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케이블 드라마가 젊은 세대의 감성에 부합한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지난해 방영된 ‘치즈인더트랩’ ‘또 오해영’ 등은 파릇파릇한 청춘의 감성을 화면에 녹여내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케이블 채널의 성장은 지상파 방송에서조차 보기 힘들던 스타들이 복귀작으로 케이블 드라마를 택하는 모습까지 낳고 있다. 김은숙을 비롯한 A급 드라마 작가들도 케이블로 몰린다. ‘시그널’이나 ‘보이스’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지상파보다 훨씬 더 다양한 장르를 선보인다는 점도 케이블 드라마의 강점이다. 지상파가 선택하지 않은 시스템인 ‘금토 드라마’, ‘밤 11시 방영’ 같은 이색 편성도 주효한 전략이었다. 과거 천양지차였던 지상파와 비지상파 프로그램의 광고 단가는 거의 비슷해진 상태다.
 케이블 드라마를 애청하는 10~20대의 경우 TV보다는 스마트폰이나 PC를 이용해 드라마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시청률과 화제성이 ‘따로 노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케이블 드라마의 인기는 시청률 조사를 통해 나오는 결과보다 훨씬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5~6년 전만 하더라도 케이블 드라마의 성공 잣대는 시청률 1%였다. 하지만 지금 이 같은 시청률을 기록한다면 ‘망작(亡作)’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앞으로 5~6년이 지난 뒤 방송가의 풍경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확실한 건 케이블 드라마의 위상이 지금보다 더 올라가 있을 것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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