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빨리 가는가’보다 ‘어떤 방향으로 가는가’
‘얼마나 빨리 가는가’보다 ‘어떤 방향으로 가는가’
  • 박준현 기자
  • 승인 2017.03.0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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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년 전, 나 또한 신입생으로서 우리대학에 입학했다. 지금은 2학년을 시작한 재학생으로서 입학 후 1년 동안 느꼈던 점과 앞으로의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나는 경기도 양평에 있는 비평준화 일반고를 나왔다. 나름 서울에 있는 주요대학도 꽤 보낸다는 학교지만 내가 재학 중일 때는 주로 수시보다는 정시, 즉 수능에 집중하는 학교였다. 나 또한 주변 친구들을 따라 수능 준비에 몰두했다. 시중에 나온 온갖 문제집은 모조리 사서 풀고 아침부터 새벽까지 나름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그토록 준비했던 수능은 수학에서 실수를 많이 하는 바람에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고, 감사하게도 ‘붙으면 좋고’하는 심정으로 지원했던 수시전형으로 우리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 아마 수능 공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올랐던 내신 성적을 입학사정관님께서 잘 봐주신 것 같았다.
그렇게 대학에 입학하고 나니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아무래도 내 수준보다 높은 대학에 운 좋게 붙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들어오고 보니 역시 쟁쟁한 과학고, 영재고 등에서 온 친구들이 많았다. 대부분의 일반고 출신 학우들도 그랬겠지만, 대학 수업들은 생소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한동안은 자존감이 바닥을 찍었다. 과학고 출신 친구들은 조기졸업을 해서 나보다 한 살 어린데도 불구하고 내가 배우지 못했던 것들도 다 배워온 것 같았다. 영재고 출신 친구들은 뭔가 내가 갖지 못한 비상한 두뇌를 갖고 있을 것이라든가, 벌써 훨씬 더 어려운 것들을 배우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에 비해 나는 대학 입학에 써먹지도 못한 수능 시험 준비에 시간을 허비하느라 다른 친구들에 비해 몇 년씩 뒤처진 것 같아 억울했다.
나의 경우엔 부모님, 친구들과의 많은 대화를 통해 이 시기를 탈출했던 것 같다. 부모님께서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아들을 바라보시면서 해주신 조언들이나 친구들과 술 한 잔하며 나눈 진솔한 대화들 모두 큰 도움이 됐다. 그 중 아버지께서 해주셨던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라는 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사실 우리대학 학우들이라면 이 말에 있는 큰 과학적 오류를 눈치챘을 것이다. 동시에 ‘얼마나 빨리 가는가’보다 ‘어떤 방향으로 가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말뜻도 이해했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만 해도 나는 ‘얼마나 빨리 가는가’에 초점을 맞춰 살아왔다. 정시든 수시든 간에 내 길은 대학 입학을 향했고, 내가 선택할 것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는 대부분을 나 스스로 결정해야 했다. 앞으로도 수강신청에서부터 군대, 대학원, 길게는 내 미래 직업까지 온통 선택의 기로이다. 이런 모든 선택의 과정에서 최적의 결정만을 내릴 수는 없다. 가끔 돌아가기도 하고 잠시 멈춰 쉬어가기도 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얼마나 빨리 달렸는지 보다는 지금 내 목표를 향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또한, 내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다른 친구들에 비해 1, 2년 정도 늦어지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입학 후 1년 정도 지나보니, 고등학교 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대학은 결과물이 아닌 다음 방향을 탐색하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타과 수업이나 교양과목도 들어보면서 시야를 넓혀 보려고 한다. 지금의 내 다짐이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또, 이 글이 이번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에게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