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필수품 이어폰, 어디까지 알고 있니? (2)
우리의 필수품 이어폰, 어디까지 알고 있니? (2)
  • 하현우 기자
  • 승인 2016.12.07 12: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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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Dynamic Driver)와 BA(Balanced Armature)
스피커가 소리를 내는 데는 크게 3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진동판이 움직이는 것, 둘째로 코일이 움직이는 것, 세 번째로 자석이 움직이는 것이다. 자석이 움직이는 방식은 움직이는 힘 자체는 강하지만, 자석의 무게 때문에 고음을 낼 수가 없어서 이어폰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안마기 따위의 기구를 제작할 때 쓰인다. 따라서 이어폰 제작에는 나머지 두 방식이 활용된다. 그중 진동판이 움직이는 것은 BA(Balanced Armature)에, 코일이 움직이는 것은  DD(Dynamic Driver)에 적용된 방식으로 코일이 움직인다고 하여 무빙코일(Moving Coil) 방식이라 칭한다.
BA 방식은 덴마크 회사인 소니온(sonion)이 개발했으며, 금속 진동판을 이용하여 진동판의 위아래로 자석을 배치해서 사용한다. 이 방식은 처음에 보청기에 활용됐다. 기존의 DD 방식보다 변환효율이 높아서 배터리 소비 속도를 5~10배가량 줄일 수 있었고 감도도 뛰어났기 때문이다. DD 방식보다 처리할 수 있는 음역이 좁은 것이 흠이었지만, 사람의 말소리를 전달하는 수준은 충분히 가능했다.
이후 BA 방식은 이어폰에까지 이용되었지만, 가격이 DD 방식보다 훨씬 비쌌다. 이어폰은 상당히 작은 크기이기 때문에, 위아래 자석 사이의 미세한 틈에 금속이 위치하면서도 자석에 달라붙지는 않도록 조정하는 작업은 상당한 정교함이 필요했다. 따라서 수제 작업에 필요한 인건비로 인해 가격이 높아졌다. 이를 일본 회사인 소니(sony)가 대량생산해내면서 비교적 낮은 가격에도 팔게 되었지만, 여전히 BA 방식은 소니의 이어폰 중에서도 고가 제품군에 속한다. 또한, BA 방식 이어폰은 보청기에 이용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음질을 보였다. 이는 DD 방식보다 훨씬 좁은 음역만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격 상승의 부담을 진 채 2BA, 6BA와 같이 다중 드라이버 방식이 이용되기도 했다. 만약 3BA라면 저역, 중역, 고역을 내는 각각 다른 드라이버를 한 이어폰 내부에 집어넣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국내 스피커 개발 업체인 소니캐스트(sonycast)의 연구소장인 이신렬 박사는 “넓은 대역의 소리를 내지 못하는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다중 드라이버를 이용하더라도 음질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라며 BA 방식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DD 방식은 BA 방식보다 넓은 음역의 소리를 재생할 수 있으면서도 가격은 비교적 저렴하다. 그러나 DD 방식에도 단점이 존재한다. 바로 BA 방식에 비해서 분할 진동이 쉽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분할 진동이란 진동판이 높은 진동수로 진동할 때, 진동판 전체가 함께 움직이지 못한 채 어떤 부분은 뒤로, 다른 부분은 앞으로 가면서 소리가 발생하지 않는 현상을 이른다. 이러한 분할 진동은 진동판이 부드럽고 넓을수록 쉽게 발생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BA 방식은 금속 진동판을 이용하는데, 금속 진동판은 작고 단단하므로 분할 진동이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DD 방식은 진동판이 비닐처럼 연하고 넓으므로 분할 진동이 곧잘 발생한다. 하지만 진동판을 여러 겹 쌓거나 진동판 면적을 적절히 줄이는 등 분할 진동 억제 목적의 여러 가지 기법이 활용돼 분할 진동은 일정 부분 해결된 상태이다.
DD 방식이 BA 방식에 비해 불리한 또 다른 분야는 바로 블루투스 이어폰으로의 적용이다. BA 방식은 보청기에도 쓰이는 만큼 배터리 소모 효율이 DD 방식에 비해 5~10배가량 뛰어나기 때문에 많은 블루투스 이어폰에 채택되고 있다. 앞서 블루투스 5.0의 등장이 블루투스 통신이 끊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고 높은 음질의 음원을 재생 가능케 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최근 블루투스가 어떻게 각광받고 있는지에 대해 언급했다. 이를 고려했을 때 BA 방식은 여러 단점이 있음에도 계속해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블루투스 이어폰이 아닌 유선 이어폰에 한정했을 때, BA 방식은 DD 방식에 비해 음향학적으로 더 많은 단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꾸준히 시장에서 살아남고 있다. 오히려 BA 방식을 이용한 이어폰이 DD 방식을 이용한 이어폰보다 고급품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3년 전부터 동일한 BA 이어폰을 사용해온 김원종(단일 16) 학우는 BA 방식의 이어폰에 대해 “경험상 섬세하고 정확한 소리가 난다. 특히 보컬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다만 저음은 이퀄라이저를 조정해도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방식이 더 좋다고 하긴 어렵고 기호에 따라 사용하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두 방식이 가지는 장단점을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의 말대로, 최종적인 선택은 본인의 기호에 따라야 할 것이다. 결국, 이어폰으로 소리를 듣는 것은 음향 측정 기기가 아닌 본인의 두 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