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가이드, 서울에 상륙하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 상륙하다
  • 하현우 기자
  • 승인 2016.12.0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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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이 국내 공식 출간됐다. 한국판 미쉐린 가이드가 탄생한 것은 올해로 처음이다. 흔히 미슐랭 가이드라고도 불리는 미쉐린 가이드(The Michelin Guide)는 지금까지 3,000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고, 현재 28개국의 약 4만 개 레스토랑과 호텔을 평가하고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레스토랑 및 호텔 평가서이다.
미쉐린 가이드는 1889년 프랑스에서 앙드레와 에두아르 미쉐린 형제가 설립한 미쉐린 타이어 회사(Manufacture Michelin & Cie)로부터 시작됐다. 자동차 이용자가 몹시 적었던 당시 미쉐린 형제는 운전을 장려해 타이어 소비를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써 무료 가이드북을 제작했다. 1900년에 발간된 최초의 미쉐린 가이드에는 타이어 교체 방법, 주유소 위치, 식당, 숙박시설과 같은 정보가 담겨 있었다. 이후 앙드레 미쉐린은 미쉐린 가이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유료판매를 도입했다. 현재와 같은 별 세 개의 평가 시스템은 1936년부터 시작됐으며 빕구르망은 1957년에 도입됐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의 공식 사이트(guide.michelin.co.kr)에 따르면 미쉐린 스타의 경우 △요리 재료의 수준 △요리법과 풍미의 완벽성 △요리에 대한 셰프의 개성과 창의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전체 메뉴의 통일성과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을 기준으로 평가된다. 빕구르망은 여기에 ‘합리적인 가격대’라는 가치를 더해서 평가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합리적인 가격대에 좋은 음식을 선보이는 레스토랑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대는 시대와 국가별로 달라지는데, 올해 미국은 40달러, 일본은 5,000엔, 그리고 한국은 3만 5천 원을 상한선으로 두고 선정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다만 빕구르망은 미쉐린 스타와 같은 등급 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부터 영향력을 조금씩 키워온 미쉐린 가이드는 지난 2007년 미쉐린 가이드 도쿄판을 발간한 이후, 홍콩, 마카오 등을 거쳐 올해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을 공식 발간했다. 미쉐린 가이드의 마이클 엘리스 인터내셔널 디렉터는 “최근 해외에서 한국인 셰프들이 미쉐린 스타 셰프로 선정되고 인정받고 있음에 주목하고 한국 내에서도 완성도 높은 요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가지고 2~3년 전부터 조사를 진행해 왔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완성도 높은 요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는 마이클 앨리스의 발언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교보문고의 11월 3주차 여행 베스트셀러 1위에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이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에서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는 가운데 특히 조명 받는 곳은 미쉐린 3 스타를 받은 ‘가온’과 ‘라연’이다. 미쉐린 3 스타는 “요리가 매우 훌륭하여,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이라고 평가되는 만큼 세계적으로 최고의 레스토랑에만 부여된다. 미쉐린 가이드 측과의 인터뷰에서, ‘가온’의 김병진 셰프는 가온에 대해 “한국의 전반적인 가치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공간도 한식과 조화롭게 만들었고, 홀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유니폼도, 음악도, 많은 부분이 한식이 가진 문화적인 요소들이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시간만큼은 오롯이 한국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소개한 바 있다. ‘라연’도 대표적인 한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으로서 한국의 품격 있는 식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것을 목표로 ‘전통과 정통’을 기반으로 한 창의적인 한식 조리법을 꾸준히 개발해왔다. 두 식당이 미쉐린 3 스타에 선정된 것은 한식의 가치를 지키고 널리 알리던 많은 이들에게 기념비적인 사건일 것이다.
미쉐린 3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두 곳이 한식 전문점일 뿐 아니라, 미쉐린 2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세 곳 중 두 곳이 한식 전문점, 그리고 미쉐린 1 스타를 받은 19곳 중 아홉 군데가 한식 전문점이다. 또 빕구르망에 선정된 36개의 식당 중에서 32곳이 한식 전문점이다. 이곳들은 대부분 칼국수, 만두, 냉면, 족발처럼 서민들에게 친숙한 음식들을 판매하는 식당이다. 이같이 선정된 레스토랑 중 한식 전문점의 비율이 높은 것은 미쉐린 가이드가 프랑스 음식 혹은 서양 음식을 편애한다는 오명에서 벗어나 각 지역의 식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변모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한식당 비율이 높은 것이 정부의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도 존재한다. 한국관광공사와 한식재단이 미쉐린 가이드 지면 광고를 위해 지급한 광고비는 미쉐린 가이드의 원칙에 따라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의혹이 더 불거졌다. 미쉐린 가이드 측에서는 광고주들이 “미쉐린 가이드 평가팀의 독립성을 인지하고 편집정책에 관여할 수 없음”에 반드시 동의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광고주가 레스토랑 및 호텔 선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