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뽑기, 히트다 히트!
인형 뽑기, 히트다 히트!
  • 김희진 기자
  • 승인 2016.12.07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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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강력한 열풍을 불러일으킨 ‘인형 뽑기’가 최근 일명 ‘뽑기방’이라는 이름으로 대형화돼서 우리 주변에 돌아왔다. ‘인형 뽑기’는 3면이 투명 유리로 감싸져 있는 커다란 기계통 속에서 크레인으로 봉제 인형을 뽑는 장치를 말한다. 작은 인형들이 담긴 기계는 인형을 크레인의 봉으로 밀어서 하나씩 나오는 방식이고, 큰 인형을 한 개씩 통에 넣어야 나오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게임을 즐기는 데 필요한 비용은 1회 500원에서 1,000원 수준이다. 지난 8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까지만 해도 전무했던 뽑기방이 올해 들어 전국 지자체에 뽑기방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업체가 157개며, 등록되지 않은 업체까지 포함하면 수천 곳 이상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새로 생기고 있는 곳까지 포함하면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방문한 포항 중앙상가 또한 지난 9월부터 현재까지 약 2달 사이에 뽑기방 7곳이 들어섰고, 현재 3곳이 개업을 준비하고 있다.
뽑기방이 이렇게 붐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뽑기가 대형화된 이유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포켓몬스터,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등 캐릭터 상품의 인기를 들 수 있다. 각각의 인형 뽑기 기계마다 라이언, 지방이, 무민, 스티치, 포켓몬 등의 캐릭터 인형이 아기자기하게 놓여있어 사람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또한,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혼자 하는 여가생활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뽑기는 20대에서 30대에게 소소한 여가가 되었다. kid와 adult의 합성어로 유년 시절 즐기던 장난감 등에 향수를 느껴 이를 다시 찾는 성인을 의미하는 ‘키덜트’ 문화가 확산한 영향도 있다. 실제 ‘뽑기방’에서 만난 한 학생은 “수능이 끝난 주말이라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재미 삼아 뽑기를 하러 왔다”라며 캐릭터 인형이 귀여워 뽑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고 했다. 가족 단위로 뽑기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족과 함께 뽑기방을 찾은 한 회사원은 “아이들이 인형을 뽑아주면 매우 좋아해서 뽑기를 자주 한다며 오늘만 뽑기에 삼만 원 정도를 썼다”라고 했다.
지속적인 경기 불황으로 인건비와 임대료, 마케팅비 등 창업과정에서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비용을 제거한 ‘스몰 창업’의 흥행 역시 ‘인형뽑기방’의 붐을 일으킨 원인이다. 실제 ‘뽑기방’ 창업은 청소년 게임 제공업자 등록증만 있으면 창업을 할 수 있다. 투자비 역시 월세와 기계 대여비 정도의 금액의 소규모 투자로 운영된다. 또한, 무인으로 운영돼 인건비가 들지 않아 많은 이들이 ‘인형뽑기방’ 창업을 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대형 뽑기방이 무차별적으로 확산하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먼저 뽑기방이 ‘불황형 창업’인 만큼 폐업의 위험 요소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20일 국세청이 조사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개인사업자 신규·폐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창업은 967만 개, 폐업은 799만 개로 10곳 중 8곳은 폐업했다. 뽑기방이 세계 과자 할인점과 같이 유행에 편승하기 쉬운 업종이기에 좀 더 사업성을 따져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또한, 시민들의 캐릭터에 대한 열정이 식으면 십 년 전처럼 추억 속으로 사라질 수 있으니 창업자들은 이 점 역시 고려해야 한다.
‘뽑기방’의 불법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해 음식점, 편의점 등 일반 소매업소 외부에 설치된 인형 뽑기 기계는 모두 불법이다. 또한, 뽑기방은 PC방과 같은 ‘청소년 게임 제공업’으로 분류돼 오전 9시에서 오후 10시까지만 청소년의 출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상 대부분의 뽑기방은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돼 청소년의 오후 10시 이후 출입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탈선 문제도 우려되고 있는 부분이다. 이익을 얻기 위해 뽑기 기계를 불법으로 개조한 사례도 적지 않다. 불법 뽑기 게임물은 인형 뽑기 기계의 크레인 게임기를 개·변조해 이용자가 인형을 잘 뽑지 못하게 한다. 정상적인 크레인 게임기의 경우 ‘집게손’의 힘이 일정해야 하지만 불법 개·변조 게임기의 경우 인형을 들어 올린 이후 집게에 부여된 힘이 빠지면서 인형을 떨어뜨리도록 한다. 이외에도 상품을 밀어내는 봉의 길이를 줄여서 뽑지 못하게 하는 등 다양한 개·변조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9월 13일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불법 개·변조 게임물인 ‘불법 뽑기’ 게임과 불법 게임물 제공업소에 대한 근절 방안을 마련했다.
실제 ‘뽑기방’에 가보면 어린아이부터 어른들까지 모두 작은 인형에 환호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아이들에겐 새로운 놀이를 선사하고, 성인들에겐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뽑기방은 불황형 경제 속에서 시민들에게 소소한 행복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를 악용해 잘못된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업자들을 근절하도록 확실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고, 소비자들 역시 사행성을 부추길 정도의 지나친 과욕은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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