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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과 격변의 시기
[379호] 2016년 12월 07일 (수) . .
2016년 12월, 병신년 마지막 달이다. 명사 초청 특강, 대학 총장 포럼, 오케스트라 공연, 30년사 편찬 등 개교 30주년 여러 행사들이 끝났거나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대학은 지난 30년간 이룩한 국내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이라는 가시적 성과들을 바탕으로 향후 다가올 30년에는 실질적으로 산업적·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세계적 가치창출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18년부터 모든 신입생 단일계열 선발, 대학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산학 일체 교수 임용, 학생들의 하계 사회경험 프로그램, 교수들의 하계 집중 활동 제도, 학제간의 융합 교육 및 이를 통한 창의적 연구 등 획기적인 학교 발전 프로그램들을 즉각적으로 실시하거나 시작할 계획이다.
올해는 국내외적으로 정치적·사회적 사건들이 유난히도 많은 혼돈과 격변의 시기이다. 소외된 서구 대중들은 개방과 경쟁으로 상징되는 세계화에 대한 반발, 첨단 디지털 기술 및 정보의 홍수에 따른 혼란, 과거 좋았던 시절에 대한 막연한 향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세대·인종 간 경험의 차이에 따른 반목과 갈등, 경제적·정치적으로 고착화된 특권 엘리트층에 대한 극도의 반감과 분노 등 때문에,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대중들은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보다는 고립주의나 배타주의를 통해서라도 고착화된 현실을 송두리째 엎어 버리거나 전체 판을 흔들어 버릴 수 있는 의미 있는 균열과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가 권력을 사유화한 대통령과 비선 실세들이 저질러 온 경악스러운 권력남용과 국정 농단 사건으로 인해 수백만의 국민들이 주말마다 촛불을 들고 대통령 퇴진과 탄핵을 외치고 있다. 대통령은 측근들과 비선 실세들의 국정 개입과 농단을 조장하거나 방임하여, 정상적 국가 운영 시스템을 허물어뜨림으로써 정치적 정당성과 도덕적 권위마저 상실했다. 특히 사익추구를 위한 재단 설립과 강제 모금, 갑작스러운 개성공단 철수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비굴한 위안부 협상, 이해할 수 없는 세월호 참사 처리, 각종 국가 인사 개입 및 비밀 문건 유출 등 비정상적인 정책 결정과 일방적인 전횡을 일삼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우리나라 헌법 제일의 근본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국가적 존립 기반인 법치주의의 원칙과 신뢰를 무너뜨렸다.
이에 대다수의 국민들은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나 국민으로서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아 버린 국정 농단 사건에 실망, 망연자실, 좌절, 허탈감, 참담함을 넘어 처절하게 분노하고 있다. 우리대학 학생들도 현 사태의 심각성을 재빨리 인식하고, 대학 설립 30년 만에 최초로 대통령과 비선 실세들에 의한 국정 농단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우리대학 학생들은 ‘대학의 승인을 받지 않는 학내에서의 정치적 활동과 학외에서 대학명의의 정치적 활동을 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징계할 수 있다’라는 학칙 제73조에 때문에 사회적·정치적 이슈들에 대해 대체로 외면하거나 극히 제한적으로 대응해 왔다. 특히 반독재·민주화 집회와 시위가 전국 대학가에 만연했을 때 설립된 우리대학은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고유의 대학문화와 특유의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학생들의 정치적 활동을 금지한 학칙을 제정했었지만, 이 학칙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문제 제기와 사회적 소통 필요성 및 시대적 변화에 따라 최근에 대학 승인 아래 정치적 활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다소 수정되었다.
그동안 우리대학은 격변하는 국내외 정치적·사회적 이슈들에 거리를 둔 채 연구와 교육에 몰두함으로써, 국내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최단 시간에 자리매김하는 나름대로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는, 창의적·진취적인 지성을 가진 학생들이 특성화된 이공계 대학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시대적 격변기에 일어난 여러 가지 사회적인 이슈들에 대해 치열한 토론과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할 기회나 경험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즉, 87년 민주화 운동, IMF 사태, 광우병 파동, 대통령 탄핵, 세월호 참사, 위안부 협상 등과 같은 중요한 정치적·사회적 문제들과 시대적 상황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엄청난 괴리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대학 승인이라는 명목으로 학생들의 민주적 자치활동을 위축시키거나 규제하기보다는 학생들이 사회적·시대적 문제들을 더욱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도록 다른 경쟁 대학 수준에 맞추어 학생들의 정치적 활동 참여 금지에 관한 학칙을 대폭 수정하거나 전향적으로 폐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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