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고시는 존치되어야 하는가?
사법고시는 존치되어야 하는가?
  • 명수한 기자
  • 승인 2016.11.0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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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법치주의인 나라에서 법조인이 갖는 무게감은 크다.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서 정의를 집행하고 죄를 벌하는 일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나라는 법조인이 되기 위해선 엄격한 절차를 통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4년부터 시행되어온 사법시험(이하 사법고시)이 그 역할을 맡고 있으며 현재까지 약 50년에 걸쳐 수많은 법조인들을 배출해 왔다.
하지만 사법고시의 폐단을 막고자 지난 2009년 3월 부로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이 법학 교육의 정상화를 목적으로 도입되면서 기존의 사법고시는 폐지 절차를 밟게 됐다. 즉 기존의 사법고시가 담당하던 법조인 선발 기능이 법학전문대학원 및 변호사시험제도로 대체되게 된 것이다. 변호사시험법 부칙에 따라 사법고시는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 직전 법학 대학의 신입생이 평균합격연령인 28세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을 고려하여 2017년까지를 기한으로 점차 인원을 축소하다가 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또한, 기존의 변호사 자격 획득 경로는 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는 절차로 변경된다.
그런데 사법고시를 폐지하려는 이러한 움직임에 반발하여, 그리고 사법고시를 대체할 법학전문대학원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사법고시 존치론’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존치론이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은 2012년 2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사법고시 존치 성명을 낸 때이며, 이에 비 로스쿨 법학대학들이 호응하면서 점차 논의의 규모가 커졌다. 이후 지속해서 논쟁이 펼쳐졌으나 결론이 나지 못한 상태로 유지되던 중, 2015년 12월 법무부에서 2021년까지 사법시험 폐지를 유예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한다고 돌연 발표했다. 이에 로스쿨 관계자들과 대법원이 반발하면서 해당 문제의 해결은 국회로 넘어갔고 20대 국회에서 사법고시 존치와 관련한 법안을 발의했다. 한편 헌법재판소에서는 지난 2016년 9월 29일 5:4로 ‘사법시험 폐지 조항‘’이 위헌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으나 재판관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려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사법고시 존치론’ 측은 존치의 근거로 대체재인 로스쿨의 운영실태 문제를 내세운다. 법학 교육의 정상화를 부르짖으며 등장한 로스쿨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충분한 검토 없이 도입되는 바람에 도입취지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법고시의 경우 평균적으로 4년의 세월이 소모되었으며 그 합격 난이도 또한 기본적인 법학 지식수준을 검증할 수 있는 수준의 시험으로 평가됐다. 또한, 이렇게 이론 교육을 마친 학생들에게 실제 법조계에서 일하는 전문가를 통해 2년의 실무교육을 연수원에서 제공했다. 즉, 평균적으로 6년 이상의 학습 기간을 거쳐 법조인을 양성했으며 사법고시의 높은 난도와 연수원의 수준 높은 교육으로 인해 학습의 질적 측면에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적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로스쿨 체제는 3년의 기간 안에 이론과 실무 교육을 모두 마쳐야 하는 구조이다. 하지만 로스쿨 교육이 변호사 시험에 종속되면서 다양한 전문가와 유능한 실무가의 양성이라는 목표와는 거리가 멀어졌고, 이론 수업과 실무 수업을 담당하는 교수진 사이에서 수업 비중을 두고 다툼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정량 평가로 진행되어 학벌과 나이 등의 외적 요인에 따른 영향력이 적은 사법고시와는 달리 정성 평가로 진행되는 로스쿨의 경우 학벌이나 집안 배경 등의 외적 요인이 당락에 영향을 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출신 대학 등급제’와 같은 부정 행위가 발각되어 물의를 빚은 적도 있었다. 따라서 ‘사법고시 존치론’ 측은 로스쿨이라는 단일 제도만으로 법조인을 양성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한편, ‘사법고시 폐지론’ 측은 로스쿨의 폐단은 로스쿨 제도를 개혁하여 해결할 문제지 사법고시를 존속시켜서 해결 가능한 부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특히 앞서 존치론 측이 제시한 몇 가지 폐단의 경우 사법고시와 로스쿨이 공존하는 동안 발생한 사건인 만큼, 사법고시의 존치는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기존의 사법고시가 학부 수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던 탓에 ‘대학의 고시 학원화’등의 문제가 발생했던 점, 고시 낭인(浪人)의 발생을 방지 가능하다는 점, 사법고시 시절 만연했던 일부 대학 출신의 법조계 독점을 로스쿨 도입이 완화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사법고시를 폐지하고 로스쿨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법고시 존폐 논의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으며 쉽게 해결 가능한 문제가 아님은 자명하다. 하지만 더 나은 방식으로 국가를 책임질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 논의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해당 논의는 충분한 의의를 지닌다. 국회, 법조계, 그리고 관련된 많은 집단이 국가의 정의를 바로 세울 후학들의 양성을 위해 옳은 결정을 내리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