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상] SF - 미개척지(Terra Incognita)
[우수상] SF - 미개척지(Terra Incognita)
  • 박소정(기계 12)
  • 승인 2016.11.0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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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교장이 뭘 보낸 거지? 그런 말은 한 적이 없는데.” 봉투를 열었더니 30장짜리 좌철 노트 두 권이 들어있었다. 두 권 모두 노란색이었다. 노트 사이에는 뉴스 스크랩이 끼워져 있었다. 윈터에 대한 기사의 일부였다. 「정부는 오는 44일부터 윈터가 각 학교를 돌며 반년씩 생활하게 되며 그 첫 대상 학교로 제4지구의 이커연구학교가 지정되었다고 발표했다. 5년 전, 윈터는 행성 간 수송선의 항로에서 발견되어 이 행성으로 왔다. 연구자들은 윈터가 가져온 정보들을 몇년에 걸쳐 조사하고 분석했다. 그들의 언어, 외형, 과학 등 그 정보의 양은 굉장했다. 그들은 오래된 탐사선에 불과했던 윈터를 오롯이 지구인의 사고를 하는 로봇으로 만들었다. 그것은 윈터가 가진 지구에 대한 방대한 정보와 지구인들의 사회 관계망 서비스 데이터 덕분에 가능했다. 공교롭게도 윈터가 이 행성에 온 날은 성인 스트리치의 탄신일과 같아서 일각에서는 윈터를 ‘성인의 현신’이라 부른다. 이 행성을 죽음의 기운에서 구해낸 점을 생각하면 그 말에도 일리는 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이 우주에 우리를 도와줄 이는 아무도 없고 우리는 죽어가는 모(母)행성처럼 모두 멸망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절망적인 분위기는 경기의 침체를 불러왔고 출산율도 계속하여 떨어졌으며, 각종 범죄율은 높아지기만 해……」 약 두달 전 기사였다. 썬은 노트를 펼쳤다. 꽉 잡은 펜으로 꾹꾹 눌러쓴 글씨들이 가득했다. 절대 흘려 쓰는 법이 없는 글씨들. 중간중간 보이는 웃는 얼굴의 그림들. 록의 노트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록의 일기였다. 심장이 귓속에서 뛰기 시작했다. 그는 두번째 노트를 펼쳤다. 겨우 서너 장 사용한 두번째 노트의 마지막은 편지였다. 썬에게 쓰는 편지였다. 그가 오늘 아침 경찰에게 빼앗긴 것보다 길었다. 「친애하는 썬에게. 갑자기 받은 물건에 놀랐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일이 진행되어 미안하지만 저는 당신과 조사하던 사건의 진상을 알아냈습니다. 당신도 그 진상을 굉장히 궁금해하리라 생각하여 부끄럽지만, 나의 일기들을 보냅니다(발신인으로 적힌 교장 선생님의 이름은 무시해주세요). 썬, 이 사회는 곧 광기의 폭풍속에 고립될 겁니다. 부디 13월의 방문자를 조심하세요. 모두 알고 나서의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내 역할은 진상을 알아차리고 당신에게 전하는 것까지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을 귀찮게 만든 것 같아 미안합니다. 건강하세요. 추신. 나는 자살로 발견되었나요? 대답은 괜찮습니다. 어차피 들을 수 없을 테니까요.」 13월의 방문자. 중요한 단서임이 분명했지만 썬은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 편지는 확실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자살이 아님을 의미하고 있었다. 썬은 록이 알아낸 진상과 그녀의 죽음 사이에 관련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갑작스러운 스트레스에 시야가 좌우로 흔들리고 머릿속이 뒤엉켜 구역질이 났지만, 그는 첫 번째 공책을 펼쳐 들었다. 일기는 한 달 전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