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 ‘왜’하느냐 보다 어떻게’실현할 것인지가 중요
국제화 ‘왜’하느냐 보다 어떻게’실현할 것인지가 중요
  • 곽근재 기자
  • 승인 2001.08.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대학이 지난달 말 캠퍼스 국제화 정책의 일환으로 영어 공용 캠퍼스’를 선언하였다. 현재 영어가 외국어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세계공용어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판단하에 여러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게 된 것이다. 1년 전부터 대학에서 시행하는 모든 대외 발표문제가 국어와 영어로 병기되기 시작하였고, 학생들의 토플 졸업인증제와 더불어 학교 직원들에게도 역시 토익시험을 치르게 하여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등 세계적인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펴나가고 있는 것이다.

국제화라는 의미는 여러 가지로 쓰이지만, 일반적으로 국제 사회에서 공통으로 통용되는 가치, 제도, 관행을 수용하는 것을 넘어서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외국과의 관계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갖추어 대응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협력적인 국제화에 있어서 서로간의 지식과 기술을 교류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발전을 꾀하는 데에 있다. 여기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보편성이며, 이는 각종 조직,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준다. 이에 발맞춰 우리 학교는 행정, 연구, 교육부문에 점진적으로 도입했던 개혁을 좀더 빠르게 앞당겼다고 볼 수 있겠다.

국제화의 물결은 이미 사회, 경제 분야뿐 아니라 학문분야에 역시 영향을 미쳐 각 대학에서는 각자 다각적인 자구책을 마련함은 물론 미래를 대비한 준비나 계획을 진행시켜가고 있는 중이다. 서울대가 작년부터 해외 학기제를 도입하고 국내 유명대학들이 해외 유수대학들과 자매결연을 맺는 등 국내 캠퍼스의 국제화 추세에 점점 더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준비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세계의 각 대학들이 고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고급인력 및 학문의 상호 교류의 중요성이 더욱 커져가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 보면 우리대학은 ‘우물 안 개구리’ 식의 사고방식을 벗어나 세계속의 대학으로 우뚝 서야한다는 점을 선구적으로 깨달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캠퍼스 국제화에 앞서 우선 걱정해야 할 것은 구체적인 정책의 실현에 있다. 예를 들어 ‘외국인 학생의 비율을 대학원 정원의 20%, 학부생 정원의 15%까지 늘린다’는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리고 정책에 따른 캠퍼스 영어 교육의 확충과 현재의 영어교육 시스템의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읽기, 쓰기, 듣기에 치중해 있는 현재 교육으로는 말하고 표현하는 국제화에 맞는 영어교육은 실현하기 많은 어려움이 따르지 않겠냐는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또한 영어를 공용화한다고 해서 외국인 학생들이 어느 정도 모일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과 함께,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을 받고 외국으로 떠나는 한국 학생들도 많은데, 똑같이 떠날 외국학생들에게 비싼 교육비를 투자해서 학교 자체적으로 큰 실익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기본적인 인프라를 기본으로 땅의 기반을 다졌다고 해서 건물이 저절로 지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기초가 충실하면 건물을 지을 준비는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세계적인 무대로 도약하기 위해 개교된 학교가 세계를 향해 변화하지 않는데 누가 세계적인 대학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또 아쉬운 점은 정작 대학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에 관한 문제다. 학교 안에서가 아니라 언론을 통하여 여러 가지 캠퍼스 국제화정책 소식을 들은 구성원들은 어느 정도의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다. 우리대학이 필수적으로 나아가야 할 캠퍼스 국제화의 찬반 여부를 물을 필요는 당연히 없지만, 우리대학이 기치로 내걸고 있는 중요한 사안에 공청회나 구성원간의 의견교환이 없었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어차피 기정사실화된 영어공용화가 실시되면 그에 따르는 부담은 교수나 학생, 직원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크게 생각해 보면 외국학생들이 늘어나고 외국대학과 교류를 하면서 선진대학들의 교육내용 및 제도를 국내 교육수준과 서로 비교하여 보다 발전된 방향으로 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대학이 국내 다른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부작용없이 캠퍼스 국제화를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대학이 개교초기 때부터 교육과 연구의 세계화에 중점을 둬왔고, 이를 점진적으로 추구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의 한국식 사고방식으로 외국어를 정확히 표현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외국어는 국제화 시대에 학문을 추구하는 대학에서 지식을 교류하는 중요한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매개체에 적극적 관심을 보이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면 세계 대학을 향한 작은 발걸음 이상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