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대한 관심, 지금뿐만 아니라 지금부터 계속되어야 한다
역사에 대한 관심, 지금뿐만 아니라 지금부터 계속되어야 한다
  • 이민경 기자
  • 승인 2016.11.09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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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일 ‘정통 사극의 귀환’이라며 시청자들의 관심 속에 드라마 한편이 방영됐다. KBS1의 ‘임진왜란 1592’가 바로 그것이다. ‘임진왜란 1592’는 지금까지의 사극과는 다른 모든 구성이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진 ‘팩추얼 드라마(Factual Drama)’다. 극적인 드라마적 창작 없이 역사적 진실만을 다뤘음에도 시청자들의 호평이 끊이질 않았다.
우리나라 방송사는 꾸준히 ‘사극’을 방영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사극은 작가가 역사적 사실을 일부 차용하여 상상력으로 창조한 극적인 내용을 담은 ‘픽션 사극’이 대부분이다. 이는 2008년을 기점으로 변화된 사극의 트렌드인데, 그 이전까지는 정통 대하사극이 대세였다. △2000년 ‘태조 왕건’ △2004년 ‘불멸의 이순신’ △2006년 ‘대조영’ 등이 대표적 정통 사극이며 △2012년 ‘해를 품은 달’ △2016년 ‘구르미 그린 달빛’과 ‘달의 연인-보보경심려’ 등이 픽션 사극의 예이다. 이렇게 사극의 트렌드가 변화한 이유는 한류 열풍으로 해외에서도 좋아할 소재와 내용을 중시하게 되었고 이를 정통 사극에서는 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사극에 등장하는 전투 장면 촬영을 위해서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이로 인해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현실적인 원인도 작용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청자들이 역사적 사실보다는 재미를 추구하기 때문에 전투 장면이 적고, 인기 배우가 출연하여 로맨스를 연출하는 픽션 사극은 점점 더 인기를 끌고 있다. 만약 극적 연출이 없는 정통 사극이더라도 국민들이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꾸준한 시청률이 나와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정통 사극 편수는 점차 줄어들었고 그만큼 올바른 역사에 관심을 기울일 기회가 줄어들었다.
픽션 사극도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역사 그 자체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에 역사 왜곡으로 인한 잘못된 역사 인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픽션 사극 덕분에 국민이 국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역사 왜곡 논란을 통해 극 중 내용의 어떤 부분이 실제 역사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는 전문가들도 있고 SNS를 통해서도 활발히 역사정보의 교류가 일어나고 있다. 단순한 호기심과 더불어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이 늘어났기에 가능해진 현상이다. 역사적 고증의 이유뿐만 아니라 드라마의 복선이 되는 역사 사실을 공부함으로써 결말을 추측하고자 하는 시청자도 생겨났다. 역사가 곧 스포일러라는 뜻의 역사와 오피셜의 합성어인 ‘역피셜’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도 같은 맥락에서 역사 관심도를 높여주고 있다. 그리고 올해는 지난 9월 MBC ‘무한도전’에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일본 ‘하시마 섬’을 방문하여 강제 징용된 한국인들의 굶주림과 고통을 재조명하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다. 인기 강사 출신의 작가 설민석과 최태성, 역사를 웹툰으로 재미있게 설명하는 만화가 무적핑크(본명 변지민)는 방송 출연으로 큰 인기를 얻었고, 이에 따라 한국사를 알고자 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교보문고가 올해 1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의 한국사 분야 판매권 수가 20만 권을 넘어서고, 역사 분야 내 한국사 점유율 또한 57.6%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2013년에 2017년부터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되면서 한국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가 있었다. 어린이의 경우 부모의 선택으로 읽는 책이 달라지는데, 한국사 수능 필수 확정 이후 한국사 관련 아동서적의 판매율이 2015년 4월 인터파크도서에서 조사한 결과 전월 동기 대비 약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었다. 하지만 예스24 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교육 실행을 발표한 이후 프로그래밍 책의 판매율이 늘어나고, 반면 역사 서적은 다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앞선 해와 같이 역사가 주변의 반응에 따라서 관심을 가졌다가 잊히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역사는 잘못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배우는 것이다. 역사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자는 의미가 아니다. 역사에 대한 작은 관심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임진왜란 1592’에 많은 시청자가 관심을 가진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퓨전 사극의 짤막한 역사에서 나아가 역사적 진실을 알고자 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일본 방송사 NHK는 50년간 대하사극을 방송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꾸준히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작년 KBS1에서 방영된 ‘징비록’의 김상휘 피디는 “대하드라마는 교육적 기능을 분명히 하고 있다”하고 말했다. 정통 사극에서 수익성을 생각하기보다는 역사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하여 누구나 쉽게 역사를 접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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