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값 폭등, 정부 대응은 여전히 미흡
배춧값 폭등, 정부 대응은 여전히 미흡
  • 공환석 기자
  • 승인 2016.10.1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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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 전기세 폭탄과 한바탕 전쟁을 치른 서민들의 시름이 하나 더 늘었다. 곧 김장철도 다가오는데, 폭등하고 있는 배춧값이 도통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다른 농산물의 가격 오름세 또한 예사롭지 않아 서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달 9일 기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상품(上品) 배추 1kg의 평균 도매가격은 2,140원이지만, 평균 소매가격은 이보다 무려 4배 가까이 더 비싼 8,128원이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배추를 구매할 때는 최대 13,000원대에 거래된다고 하니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산지 가격과 비교해 8배에서 13배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는 배추, 이 정도면 ‘금(金) 배추’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사실 배추 가격이 이렇게 폭등한 것이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배추는 저온성 작물이기 때문에 여름철 폭염이 지속되면 배추의 출하량이 다른 해보다 대폭 감소해 매번 그 가격이 널뛰기하고는 했다. 특히, 2010년에는 여름철 이상 고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배추가 한 포기당 1만 원을 넘어섰었고, 배추 가격 폭등이 주요 일간지의 1면 기사로 앞다퉈 보도될 만큼 논란거리가 됐던 적도 있다.
올해도 결국 폭염에 배추 가격이 폭등하고 말았다. 배추 가격이 한 포기에 8,000원을 돌파하고 곳곳에서 정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배추를 포함해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모든 농산물은 정부의 수급관리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데 배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어쩔 줄 모르는 상황이 올 때까지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냐는 지적이다.
이에 농산물 유통의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배추 가격이 평년보다 높게 형성된 것은 올여름 지속된 기록적인 폭염과 강수로 인해 배추의 생산량이 평년대비 20% 정도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추석 기간 배추의 소요량이 평상시보다 1.6배 정도 더 증가하는 바람에 가격 상승 폭이 더욱 커졌다고도 했다.
하지만 최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이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엉터리 수급 예측으로 수급 안정을 위해 창고에 비축해둔 7,000톤에 달하는 배추와 무 등의 농산물 방출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방출 시기를 놓친 농산물은 썩어서 폐기됐으며, 수매비용, 창고보관비용, 폐기비용을 합쳐 59억 9,600만 원에 해당하는 국고가 낭비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 비용이 농산물의 수급 안정을 위해 조성된 농산물가격 안정 기금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국민의 원성이 쏟아졌다. 농산물 유통과 가격의 안정화에 책임이 있는 정부가 농산물 가격과 수급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 없이 엉터리 수급 예측을 하고, 날씨 탓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올해 11월 김장철에는 배추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앞으로 기상에 큰 이변이 없고, 유통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이 따라붙는다.
정부는 날씨 변화에 대한 정밀한 예측을 시행하고 수급 조절에 대한 매뉴얼의 체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해마다 날씨에 따라 채소 가격이 급등하거나 폭락하는 현상은 매번 있었고, 더욱이 해가 가면 갈수록 ‘역대 최악의 폭염’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두 번 다시는 이런 일로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게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계속되는 기상 이변에 날씨와 관련이 깊은 기업들은 3~4개월 전부터 날씨 예측을 통해 경영에 반영하는 ‘기상 경영’으로 매출을 안정화하고 있다. 포장 김치로 유명한 기업들도 이런 날씨 예측을 통해 배추 가격 폭등 전부터 미리 구매량을 결정하는데, 정부는 매번 형식적으로 ‘수급 조절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라는 말을 할 것이 아니라, 보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다시는 이런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