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소개 | 조직 | 연혁 | 신문발행일정
> 뉴스 > 377호 > 칼럼 > 사설
   
대학의 가치와 가격
[377호] 2016년 10월 12일 (수) . .
모든 가치(Value)에 마땅한 가격(Price)을 부여하는 역할은 소위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수행한다. 보이지 않는 손은 가치를 창출한 사람들에게는 마땅한 가격만큼의 보상을 주고 그 가치를 누리는 사람들에게는 지불한 가격만큼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어 낭비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며 혁신을 도모하는 고마운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데, 이 신비한 능력을 가진 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는 다름 아닌 나와 또한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많은 보통 사람들의 손의 모임이다. 그리 생각하고 보면 그 손이 고맙긴 하지만 그리 미덥지만은 않다.
사실, 어떤 가치에 가격을 부여하는 일에는 항상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대학에서 교수가 학생들의 요모조모를 보고 학점을 주는 일에도 결코 작지 않은 책임이 따르는 법이니,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가치에 마땅한 가격을 부여하는 일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막중한 책임이 담겨있다 하겠다. 사실, 한국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90년대 말 외환 위기와 2000년대 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소수의 탐욕으로 왜곡된 시장의 외환과 부동산의 가격이 우리에게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지불하게 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이 두 사례들에서 보이지 않는 손은 소수의 탐욕에서 비롯된 시장 교란 앞에 무력하게 무너졌다. 보이지 않는 손은 전지하지도 전능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직도 보이지 않는 손에 가격 결정을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이 그 맡겨진 책임을 잘하리라는 믿음에서라기보다, 사실상 다른 대안이 뚜렷이 없어서라 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지, 졸업생의 취업률이 대학을 평가하는 지표가 되었다. 졸업생들이 얼마나 경제적으로 윤택하며, 어떤 연봉을 받는지는 그 대학 교육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그 대학이 끌어오는 연구비 계약 규모로 그 대학의 연구 수준을 가늠하고, 그 대학교수와 연구자들이 작성한 논문의 가치도 그 논문에 담긴 연구결과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로 가늠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가난하던 시절 우리의 어르신들은 당신의 자식들만은 절대 빈곤의 고단함에서 벗어나게 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농사에 쓸 소마저 팔아 자식들을 대학에 보냈다. 이런 연유로 대학은 상아탑이 아닌 우골탑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런 어르신들의 희생에 응당한 보답을 드리기 위해서라도 대학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했다. 그러나, 대학이 창출하는 모든 가치를 보이지 않는 손이 가격을 매기는 것은 옳지 않다.
대학이 창출하는 진정한 가치는 결코 시장논리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삶과 대자연에 담긴 방대한 기록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통찰, 오늘도 펼쳐지는 수수께끼 같은 우주의 이야기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신선한 발견,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소망스러운 예측과 불안이 담긴 조망과 경고… 일견 생각해 보면 이런 가치들도 거래할 수 있는 가격이 붙을만한 씀씀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손, 곧 우리의 손이 그런 가치들에 마땅한 가격을 찾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가치가 사고파는 목적으로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기 싫은 현실, 불편한 진실들이 엄연히 있음에서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진정한 가치들을 만들어 내는 것은 대학의 사명이다. 이런 가치들을 추구하는 이들은 어느 시대에서든 당대의 현인을 찾았고 길을 물었다. 그리고 대학은 그 길을 치열하게 모색하는 지혜의 전당이었다.
포항공과대학교도 대학의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 숨 가쁘게 변화하는 기술 사회에서 온 인류는 길을 묻고 있다. 연구비의 규모와 연구 결과의 경제적 가치 그리고 우리 졸업생들이 갖춘 경제적 가치 창출을 위한 준비만으로 포항공대가 만들어내는 모든 가치가 측정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아직은 세상이 모르더라도, 사명에 담긴 가치가 소중하다면, 대학은 그런 진정한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무거운 책임을 감당해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손의 칭찬에만 함몰되지 않고, 가격을 매길 수 없더라도, 소중한 것들을 추구하고, 소중한 발견들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로부터 선비의 길을 ‘독야청청(獨也靑靑)’이라는 수식어로 칭송했다. 대학에 속한 교수와 연구자 그리고 학생들은 ‘청빈함’에 담긴 멋과 책임을 좀 더 추구해야 한다. 가격이 없음, 곧 ‘Priceless’라는 말이 소중함을 의미하게 된 이유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의 다른기사 보기  
ⓒ 포항공대신문(http://times.postech.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포항공대신문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37673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 산 31번지 ) | TEL 054-279-2622, 2625
창간 : 1988년 10월 26일 | 발행인 및 편집인 : 김도연 | 주간 : 김진희 | 편집장 : 이민경(국문), 곽준호(영문)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도연
Copyright 2009 포항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reporter@pos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