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산소와 해양생태계 물질순환의 상호 관계 규명
활성산소와 해양생태계 물질순환의 상호 관계 규명
  • 이성근 교수/ 충북대학교 생명과학부
  • 승인 2016.09.28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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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균(Archaea)은 고(古)세균이라고도 불리며 현 지구의 극한 환경 (고온/고염/산성: 온천, 염전, 산성 광산폐수 등)에서만 관찰되는 미생물이다. 지구 초기의 극한 환경에 서식하던 생물체의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분자생태학 기술의 도움으로 일반적인 해양 생태계에서 미생물 중 고균이 약 30% 가까이 번성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으며, 주위의 토양 환경에도 널리 분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해양고균의 다양성이 매우 낮아 거의 단일종(single species)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해양 미생물은 각종 물질순환에 관여하며, 물질순환으로 인하여 지구의 대기(온실) 가스가 조성되고 있다. 따라서, 해양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미생물은 물질순환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미생물의 활성 변화는 기후변화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으므로, 미래 기후변화 예측을 위해 우점하는 미생물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해양 고균은 실험실 환경에서는 활성을 나타내지 않고 배양이 어려워 해양 질소순환의 핵심 미생물로 추정되고 있지만, 생태계에서의 기능은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로 과학자들의 관심을 받아 왔다.
충북대학교 환경미생물학 연구팀은 해양 환경에 널리 분포하며 해양 질소순환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고균이 활성산소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으며, 연구결과는 “Hydrogen Peroxide Detoxification Is a Key Mechanism for Growth of Ammonia-oxidizing Archaea”라는 제목으로 국제적 권위의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6월 24일 자 논문으로 발표하였다.
연구팀은 선행연구를 통해 난 배양성 토양 및 해양 고균이 질소순환(특히, 질산화) 과정에 매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2014년도에는 토양에서 암모니아를 산화하는 과정에서 이들 고균이 지구온난화와 오존층 파괴의 주범인 N2O(아산화질소) 가스의 주요 발생원임을 네이처 자매지(ISME J)에 보고한 바가 있다. 하지만, 순수배양된 고균을 이용한 실험이 아니어서, 연구결과의 해석에 한계가 있었다. 순수배양된 미생물이 아닌 경우, 다른 미생물의 간접 영향을 배제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고균의 성장에 유기물을 필요로 하는 현상이 발견되어 화제가 되었다. 질산화 고균은 자가영양(Autotroph) 미생물로 이산화탄소(CO2)를 고정하여 세포의 구성 성분을 만들어 성장하며, 일반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유일한 탄소원으로 이용하므로, 예상치 못한 특이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해양 생태계에서 번성하는 고균이 이산화탄소뿐 만 아니라 유기 탄소까지 이용한다면, 질소순환과 더불어 지구 탄소순환에 대한 생태학적 역할과 기여도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한 중요한 발견이다. 본 연구진도 한반도 주변의 해양 환경에서 질산화 고균을 순수배양하는 과정에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하여 다양한 유기물을 추가하여 배양한 결과, 일부 유기산이 성장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안정탄소동위원소(Stable Carbon Isotope)로 표지된 유기산을 이용하여 정밀 추적 분석 결과, 배양 시 추가한 유기물이 고균의 세포 성분으로 유입되지 않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는 유기물이 고균의 성장에 탄소원으로서가 아닌 다른 필수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암시한다.
성장을 촉진하는 유기산을 자세히 살펴본 결과 모두 ‘알파케토산’계열임을 확인하였으며, 이 유기산의 특성 중 하나는 활성산소와 화학적으로 반응하여 활성산소를 제거한다는 것이다. 즉, 고균이 유기산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질산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의 일종인 과산화수소를 제거해주는 스캐빈저(scavenger)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다양한 과산화수소 제거제(카탈라제 등)가 유기산을 대체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활성산소가 생태계 질소순환을 조절하는 주요 인자임을 밝히는 전환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산소를 필요로 하는 일반적인 호기적 생물체는 대사과정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세포 내에서 제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생화학적인 기구들을 가지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고균이 질산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독성 활성산소인 과산화수소를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포 외부로 과량의 과산화수소를 방출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확보된 고균의 지놈 분석 결과 과산화수소 제거(카탈라제) 유전자가 결핍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양 고균은 지놈 크기가 1.6 Mb로 대장균의 지놈 크기인 4.0-5.5 Mb보다 매우 작아 필수적이지 않은 많은 유전자를 정리하는 과정인 genome streamlining 과정을 거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실제 환경에서는 어떻게 해양고균이 활성산소 문제를 해결할까? 생태계에서는 다양한 세균이 고균과 함께 공존하며 대부분 과산화수소를 제거하는 카탈라제를 가지고 있다. 본 연구에서 다양한 해양 세균을 고균과 같이 배양할 경우 실제로, 고균이 생성하는 과산화수소를 제거해주는 것으로 확인하였다. 이것으로 지금까지 고균을 순수배양할 수 없었던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해양 환경에서는 공생을 통하여 고균의 필수 유전자 결핍에 의한 손실을 보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위의 다른 세균이 가진 특성을 이용할 수 있다면, 과감하게 자체 유전자를 버리는 것이 자원이 부족한 빈영양의 대양환경(pelagic ocean)에서 고균이 번성할 수 있는 생태학적, 진화학적 특성임을 알 수 있다.
세균에 의존하던 활성산소 제거 능력을 유기산, 카탈라제 등의 화학물질을 통하여 대신해 줌으로써, 그동안 연구실에서 보유하고 있던, 해양 및 토양 유래의 다양한 고균을 순수 분리(단일 배양) 할 수 있게 되었다. 간단한 활성산소 제어 조건을 통하여, 난제로 통하던, 질산화 고균의 순수배양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나아가, 활성산소에 대한 민감도는 지구생태계의 질산화 고균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현상임을 제시할 수 있었다.
활성산소인 과산화수소는 생물 자체가 생산하거나 및 자외선에 의한 유기물의 산화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한다. 활성산소로 인하여 인체의 질병과 노화가 유발되는 것처럼, 오존층 파괴, 부영양화 등 해양생태계의 활성산소 농도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인자들은 미생물을 통한 지구 물질순환의 중대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번 연구를 통하여, 해양생태계에서 번성하는 미생물들에서 활성산소 제거 유전자들이 결핍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번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해양 물질순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미생물의 활성이 활성산소라는 인자를 통하여 물질순환에 어떻게 반영이 되는지 규명해야 하는 숙제를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