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예산 낭비,국민의 혈세가 새고 있다
국가 예산 낭비,국민의 혈세가 새고 있다
  • 김희진 기자
  • 승인 2016.09.28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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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이번 달 2일, 전년(386조 4,000억 원) 대비 3.7%(14조 3,000억 원) 증가한 400조 7,000억 원 규모의 2017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내년 나라 살림이 사상 처음으로 400조 원을 돌파한 것이다. 이런 막대한 예산이 모두 올바르고 정직한 곳에 쓰인다면 좋겠지만, 예산 낭비에 대한 언론 보도가 끊임없이 나오는 것을 보면 그런 일은 현실에선 거의 불가능하여 보인다.
최근 개봉한 영화 ‘터널’은 부실공사로 인해 무너진 터널 속에 주인공이 갇히는 내용이다. 이런 부실공사로 인한 예산 낭비는 영화 속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부산지역 사하구청은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도로 일부 구간을 5년도 채 되지 않아 재시공하기로 해 '전시성 행정'에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구청은 2012년 공사 초기부터 50억 원의 공사비가 투입된 젊음의 거리 도로를 화강암으로 포장했다. 하지만 얼마 후 400m 구간의 화강암 타일이 움푹 꺼지고 틀어져 블록을 새로 깔았지만 기초 공사 부실 탓에 불과 1년여 만인 올해 초 재시공된 타일이 여러 구간에서 다시 움푹 꺼졌다. 공사 초기의 부실공사로 인해 부분 재시공에 계속 예산을 들여 세금을 낭비하게 된 것이다. 이번 재시공은 시공비 4,000만 원과 재료비 3,000만 원 등을 포함해 모두 9,5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부실공사뿐만이 아니라 부실 관리로 인한 예산 낭비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제주시는 지난해 28억 원을 들여 설치한 음악 분수를 13년 만에 철거했다. 음악 분수는 5월부터 10월까지 주중·주말에 따라 하루 2∼3차례씩 3∼4시간 가동해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가동되는 날보다 잦은 고장으로 운영이 안 되는 날이 많아 음악 분수는 결국 지역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결국, 시는 주민 대표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 분수대를 철거했다. 이는 근시안적인 행정과 관리 소홀로 30억 원 가까이 되는 시설비만 낭비해버린 셈이 됐다.
더 큰 규모의 예산 낭비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때 국제공항을 꿈꿨던 전북 김제공항 부지가 대표적인 예이다. 정부가 공항을 짓고자 480억 원에 산 이 땅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2005년에 공사가 중단된 이후 줄곧 방치되거나 농민들의 배추밭으로 전락했다. 소유자인 서울지방항공청이 농민들로부터 벌어들이는 임대료 수익은 고작 연간 1억 5천만 원 안팎으로 원금을 회수하는 데만 300년 이상이 걸리는 것이다. 정부가 세금으로 부지를 사놓고 책임을 지지 않아 결국 국민의 세금은 증발해버렸다.
이런 무분별한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예산 낭비 신고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시민이 직접 지자체의 예산 낭비 사례를 발굴해 신고하는 제도로 전국 243개 자치단체에서 설치, 운영 중이다. 하지만 최근 이런 예산 낭비 신고센터 역시 제구실을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 사면초가인 상황이 됐다. 최근 5년간 도내 14개 시 군에 접수된 예산 낭비 신고 사례는 고작 88건으로 신고 사례가 접수된 지자체 역시 취지에 맞지 않는 신고가 대부분이었다. 공무원의 불친절이나 공원관리 요청, 아파트 음식물 쓰레기 처리 방식 번경 등과 같이 단순 민원이 상당수였다. 예산 낭비 신고센터 문제의 원인은 시민들을 상대로 한 홍보 부족이 가장 크다. 또한, 지자체의 예산 정보를 개인이 쉽게 얻을 수 없다는 점도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기 시작했다. 기획재정부는 예산 낭비신고 우수사례 9건을 선정하여 총 760만 원 상당의 장려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29일 예산 낭비 신고 장려금 심사위원회를 열어 결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금이나 포상금 같은 단발성 해결책 이외에도 일반 주민이 더 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자치단체 홈페이지 신고 배너 설치, 신고를 안내하는 전국 통일 대표전화 도입, 예산 낭비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사항의 처리 과정의 공개와 피드백 등 자치단체와 정부의 다양한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예산집행에 대한 공공데이터를 시민이 볼 수 있게 공개한다면 지자체의 예산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 역시 정부의 무분별한 세금 낭비를 감시하고 신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세금 자체가 공평하게 징수가 되고 그것이 낭비 없이 쓰이는 것이 선진국의 핵심이며 세금 낭비에 대해서 국민들이 엄격해지고,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에서 세금 낭비신고센터를 운영하지만, 국가에서 하는 일은 한계적이기 때문에 정부와 독립적인 견제 역할을 하는 비영리 단체나 시민단체의 성장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국가 예산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편성되어 운영된다. 그래서 국민이 직접 예산 낭비를 감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다.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국민 모두 세금에 대해 조금 더 엄격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