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관광버스 졸음운전
사회 - 관광버스 졸음운전
  • 김건창 기자
  • 승인 2016.09.0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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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운전, 과연 운전자만의 책임인가
지난 7월 17일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입구에서 관광버스 한 대와 승용차들 간의 6중 추돌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4명이 숨지고, 23명이 다쳤다. 이 사건이 국민적인 공분을 산 것은 관광버스 기사 방모 씨가 사고 당시 졸음운전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관광버스 기사의 졸음운전 시인 이후 해당 버스 기사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빗발쳤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 사회 깊은 곳에 숨어있던 문제 하나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바로 일부 관광버스 기사들이 충분한 휴식과 수면 시간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이뤄진 교통안전공단의 고속도로 졸음운전 주요 원인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운전시간이 긴 버스·화물차 등의 운전자들은 주로 피로 누적(56.3%)을 졸음운전의 원인으로 답했다. 또한, 버스 운전자의 경우에는 졸음이 와도 정해진 운행 일정으로 인해 절반 이상(63.5%)이 참고 운행을 계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 평창경찰서에 따르면 방모 씨는 사고 당시 너무 졸려서 껌을 씹는 등 잠을 깨려고 노력했지만 사고 직전까지 멍한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기자는 방모 씨가 관광버스 기사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고속버스와의 차이점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포항 시외버스 터미널에 가서 고속버스 기사 한 분과 인터뷰했다. 그 결과, 여객을 위한 고속버스와 영업용인 관광버스 운영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고속버스 회사는 안전을 위해 △버스 기사들의 근무 전 음주측정을 하고 △버스 내에 카메라를 달고 △버스가 일정 속도 이상 주행하지 못하도록 제어 장치를 부착하는 등의 방법을 이용하고 있었다. 또한, 장거리 운전의 경우에는 2~3시간의 휴식 시간을 가지면서 하루 왕복 1회 정도, 단거리 운전의 경우에는 하루 편도 5번 정도 운행을 하고 사이에 1시간씩의 휴식 시간이 있었다. 아울러 4일 근무 후 1일 휴식, 6일 근무 후 2일 휴식 등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고 근무 환경 부분에서는 냉난방 시설이 갖춰진 휴게실과 기사들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기사식당이 있었다.
반면, 관광버스 기사들의 근무환경은 고속버스와 달라서 훨씬 열악하고 불규칙한 형태로 운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관광버스 회사에서 기사들의 수면권까지 침해하면서 운행 일정을 정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사업용 자동차인 관광버스는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임대한 고객들의 일정에 맞추어 운행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않은 방모 씨에게 100%의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운전자가 그 지경에 이르도록 방치한 버스 회사의 잘못도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지난달 11일, 최근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졸음운전 사고에 대한 대응으로 임종성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버스나 대형 화물차에 차로이탈경고장치와 비상자동 제동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기술적인 장치의 장착으로는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예방할 수 없다. 결국, 기업들에게 강제적으로라도 버스 기사들의 수면권을 보장해주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독일에서는 버스·화물차 운전기사가 법적으로 하루 9시간 이상 운행을 할 수 없으며 최대 4시간 30분 동안 운행하면 반드시 45분간 휴식시간을 가져야 한다.
물론 방모 씨가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준 것은 사실이다, 그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치를 필요가 있는 것 또한 명백하다. 그러나 이 일을 계기로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려는 여론 형성이 중요하다. 그런 여론을 바탕으로 정부의 법적, 제도적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우리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관광버스 기사들의 수면권 보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자세가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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