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전기 누진세
사회 - 전기 누진세
  • 이승호 기자
  • 승인 2016.09.0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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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필요한 전기 누진세
지난달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포항시의 최고기온은 39.5도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은 전기료 폭탄 걱정에 마음 놓고 에어컨을 틀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기료 폭탄의 원인인 누진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누진제가 개편되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 째, 1974년 전력생산 지반시설이 부족했던 우리나라는 석유파동으로 전기 사용량 억제가 필요했다. 그래서 정부는 현재 시행 중인 누진제를 도입했다.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으로 가정용 전기를 아껴 산업용으로 사용하자는 취지였다. 누진제가 마지막으로 개편된 때는 2005년 12월로, 현재 시행되는 누진제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둘째, 우리나라의 누진율은 외국보다 매우 높은 편이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를 살펴보면, 가정용 전기요금은 6단계의 누진제가 적용되고 있는데 가장 낮은 단계인 1단계와 가장 높은 단계인 6단계의 요금과의 차이는 약 11배 수준이다. 그 차이가 두 배 보다 적은 △중국 1.5배 △일본 1.3배 △호주 1.1배 △미국 1.1배를 보면 우리나라의 누진율이 턱없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전기 누진제가 과거 오일쇼크 당시 가정의 전기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산업용 전기요금은 가정용과 달리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고, OECD 국가 평균인(104.8달러/MWh)보다 낮은 요금(95달러/MWh)으로 책정돼있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는 산업용 전기보다 대체로 비싼 가격에 누진제가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가정용 전기가 전체 사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적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는 전체 사용량의 13%에 그친다. 이에 반해 산업용 전기 사용비율은 54%로, 가정용 전기 사용 비율을 훨씬 웃도는 수치이다. 실제로 OECD 34개 국가 중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 사용량은 전체 4위이고, 주택용 전기 사용량은 26위이다. 이처럼 가정에서 소비되는 전기량보다 산업용으로 소비되는 전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시민들의 불만은 커져만 가고 있다. 지난달 11일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5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기료 누진세 개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행 누진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80.9%로 ‘현행 누진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 9.1%를 훨씬 웃돌았다.
정부는 이에 대해 전기요금을 7~9월 3개월간 현행 누진요금 기준에서 50㎾h씩 상향 조정키로 했다. 또한 18일 정부와 새누리당은 누진제 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여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과 산업용 전기요금 정상화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내세운 완화된 누진제에 적용하면 시간 당 1.8kW의 전력을 소비하는 일반적인 가정용 에어컨의 경우, 한 달에 대략 27시간 정도 낮은 누진단계를 적용받아 에어컨을 더 가동 할 수 있다. 이는 하루에 1시간 씩 더 완화된 누진율로 에어컨을 가동할 수 있다는 뜻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시민들의 입장이다. 또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은 “7~9월 석 달 일시적으로 시혜를 베푸는 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은 근본적으로 왜 국민들이 징벌적 누진제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지, 근본 원인을 전혀 생각해 보지 않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