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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 중력파
아인슈타인도 생각만으로 그쳤던 중력파, 직접 관측하다
[374호] 2016년 06월 01일 (수) 오정근 박사 / 국가수리과학연구소, 한국중력파연구 .
   
   
지금으로부터 400여 년 전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는 망원경을 고수준으로 개량하여 본격적인 천문 관측의 시대를 열었다. 그는 약 30배가량의 배율 향상을 통해서 실제 목성의 위성을 발견하는 등 그동안 육안에 의존하여 관측해왔던 천문현상들의 이해와 새로운 발견에 일대 혁명과도 같은 혜택을 주었다. 이 갈릴레이의 유산은 오늘날에까지 이어져 거대한 광학 천문대가 지구 곳곳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우주의 신비로운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 이렇게 가시광선에 의존한 광학 망원경을 이용한 천문 관측은 1931년 칼 잰스키가 우주에서 오는 전파를 발견함으로써 하나의 전환점을 맞는다. 그는 대서양을 횡단하는 전파 통신 중 생기는 혼선 잡음을 조사하던 중 원인 미상의 잡음을 포착한다. 이 잡음은 24시간마다 절정에 달하였고, 이 원인이 지구의 자전에 따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천구상의 고정된 위치로부터 온 것으로 추정하였다. 그리고 수개월의 연구 끝에 이 잡음이 궁수자리의 은하수가 가장 짙은 지역을 가리킬 때 절정에 달하는 전파를 발생시킨다고 결론 내렸고 이는 이 구역의 천체들이 방출하는 강력한 자기장과 전자에 의한 것임이 밝혀졌다. 우주에서 오는 전파 신호가 발견된 이 최초의 사건으로 인해 우주의 다양한 전파원을 측정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이어지면서 전파천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되었다.
이러한 관측 장비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전자기파(전파)로서도 관측할 수 없는 영역이 있으니 그것은 아직 인간 지성의 탐구 영역 밖에 놓여 있는 것들이다. 그 예로 블랙홀과 같이 중력장이 아주 강한 천체들 주변에서 일어나는 물리현상이나, 우주가 생성된 초기에 일어난 물리 현상들, 혹은 중성자별의 내부 구조나 구성 물질의 연구는 전자기파의 관측으로는 부족한 정보나 아예 정보를 제공해 주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이다. 그러나 중력파는 우주 초기나 고중력 천체에서 방출되는 파동으로서 그 정보를 고스란히 담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를 이용한 새로운 개념의 천문학 연구가 제시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중력파천문학(gravitational wave astronomy)’이다. 우주에는 중력파를 발생시키는 천체가 매우 다양하게 존재한다. 질량을 가진 천체가 급격한 운동 혹은 폭발로 시공간의 변화를 일으키기만 하면 그것은 중력파라는 에너지를 통해서 멀리까지 전파된다. 그 천체의 질량이 매우 크거나, 지구에서의 거리가 가깝다면 그 에너지는 충분히 지구에서 감지할 수 있다. 이렇게 천체의 급격한 변화로부터 오는 중력파라야 지구에서 간신히 감지할 수 있는 정도이기에 일찍이 그 존재를 이론적으로 예견했었던 아인슈타인조차 중력파는 실험적으로 검출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우주에는 짧게 중력파를 내고 마는 순변(transient) 중력파 천체에서부터 충분히 길게 지속되는 중력파를 발생하는 연속(continuous) 중력파 천체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중력파의 주파수는 수 나노헤르츠에서 수 킬로헤르츠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 모든 것의 관측을 위해서 지구와 우주공간에 다양한 형태의 중력파 망원경을 설치했고, 현재에도 진행 중이거나, 미래에 계획되어 있다. 지난 20년간 건설해온 레이저 간섭계형 중력파 천문대(LIGO, Laser Inte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는 그들 중 하나이다. 미국 워싱턴주의 핸퍼드와 루이지애나주의 리빙스턴에 각각 팔 길이 4킬로미터의 L자 모양으로 건설된 이 시설은 중력파가 발생하여 지나갈 때 양팔의 길이가 반복하여 길어졌다가 짧아졌다가 하는 시공간의 변화를 레이저 간섭 효과로 읽어내는 장치이다. 2002년 건설이 완료되었고, 2010년까지 6차례의 과학 가동을 통해 성능을 확인했다. 8년간의 가동에서 중력파 검출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다음 단계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리고 이후 5년간의 추가 업그레이드를 거쳐 검출 감도를 높여왔으며, 지난해 9월 14일 본격적인 관측 가동이 시작되자마자 극적으로 지구에 도달한 중력파 신호를 포착하였다.
 이 관측에서 발견된 중력파의 신호는 지구에서 약 13억 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태양질량의 36배와 29배의 블랙홀 두 개가 서로 쌍성계를 이루며 돌다가 충돌하여 태양 질량의 62배의 회전하는 블랙홀이 되면서 발생한 중력파였다. 이는 그동안 천문학적으로 추정되어온 블랙홀의 존재와 쌍성 블랙홀의 존재가 최초로 직접 확인된 것이며, 심지어 그 충돌로 인하여 하나로 합쳐지는 역동적인 과정이 최초로 관측된 발견이었다. 이때 방출된 에너지는 태양 질량의 3배가량 되는 에너지로서, 우주에서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밝은 감마선 폭발(gamma ray burst)보다도 100배가량 큰 에너지가 방출된 것이었다.
이 신호가 중력파임을 확증하기 위해서는 매우 엄밀하고 신중한 검증 과정이 있어야 했다. 특히 순변 중력파의 경우는 한번 관측하고 나면 그 동일한 중력파원에서 방출되는 중력파를 다시는 관측할 수 없으므로 이 신호의 검출을 신뢰할 수 있는 다양한 수치들을 제시해야 한다. 그중 하나는 불특정의 잡음 신호가 우연히 조합에 의해 유사한 중력파 신호를 만들어내어 잘못된 검출 경보를 발생할 ‘오경보 확률 (false alarm probability)’을 제시한다. 이는 중력파 신호가 포함된 데이터들에서 발생하는 배경 잡음을 산출하여 그것들이 우연히 잘못된 경보를 줄 확률을 계산하게 되는데 이 중력파 신호의 경우는 이 값이 500백분의 1로 계산되었다. 이 값은 대략 22명의 사람이 동시에 동전을 던졌을 때 모두 앞면이 나오게 될 확률로 매우 실제 약 22만 년에 한 번꼴로 나올 수 있는 비율에 해당했다. 또한, 중력파원이 어떠한 천체인가를 특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수행되는 것은 중력파원의 물리적 성질을 특정하는 것이다. 이 신호의 경우는 태양 질량의 36배와 29배의 블랙홀이 지구에서 13억 광년 떨어져 있고, 대략 남반구의 위치에 해당하며, 회전하고 있는 블랙홀에 해당한다는 자전 값들을 계산하여 제시하였다. 아울러 중력파의 신호임을 명확하게 신뢰할 수 있으려면 이 신호가 검출기 주변의 어떠한 환경 잡음 요인과 무관함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 이 신호가 포착된 시간대의 라이고 검출기 주변의 환경 모니터 채널에서는 중력파 유사 신호를 유발할 수 있는 어떠한 이상 신호 징후가 포착되지 않았으며, 분석에 사용된 데이터의 품질도 매우 좋은 상태였음이 입증되었다. 따라서 이 중력파 신호 후보는 여러 가지 확증의 증거들에 의하여 중력파의 신호로 결론 내려졌다.
100년에 걸쳐 이룩해낸 중력파 신호의 직접 검출을 통해 인류는 우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측 수단을 얻게 되었다. 이를 통해서 그동안 동반성들에 의해 방출되는 전자기파의 간접적인 증거를 통해 추정한 블랙홀의 존재를 중력파를 통해서 직접 관측한 최초의 성과도 이루었다. 더구나 이 블랙홀 두 개가 충돌하여 하나로 병합하는 극적인 순간까지도 포착한 발견이었다. 이는 ‘중력파의 발견’을 통해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입증된 사실을 넘어, 이제 인류는 중력파를 통해 우주에 대한 수많은 미스터리들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될 미래가 도래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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