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약속과 포스테키안
시간 약속과 포스테키안
  • 맹성우/ 화공 13
  • 승인 2016.06.0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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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우리들은 시간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가? 진지하게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타인과 약속을 잡아놓고 늦는다든지, 아니면 그 시간 직전에 못 간다고 말을 하는 등 내 주위에 시간 약속을 어기는 일은 상당히 빈번하다.
우리가 입학하고 나면 선배들을 통해 거의 농담으로 듣는 말이 POSTECH TIME이라는 것이다. Korean Time에서 나온 말로 약속 시각에 늦는 포스테키안들의 습관을 말한다. 우리 주변에 이런 모습은 흔히 보이며 나 또한 약속시간에 조금씩 꽤 늦는 편이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더 잘못되었다고 내가 느끼는 점은 POSTECH TIME이라는 용어 자체이다. 우리가 어떤 약속에 늦는 상황을 한번 가정해 보자. 약속 시각이 거의 임박한 상황, 무조건 서둘러야 할 상황에서 ‘POSTECH TIME’이란 말은 그 용어 자체로 약속에 늦었다는 상황의 심각성을 깎아내리고 일종의 핑곗거리를 만들어 준다. ‘POSTECH TIME’이라는 용어가 핑곗거리가 될 수 있고 우리는 이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학교 사람들의 학교에 대한 자긍심이 약간은 잘못 작용한 사례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생각에 우리 포스테키안들은 어떤 용어에 POSTECH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여 우리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Specialize 한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용어에 우리학교의 이름이 들어가서일까? POSTECH TIME이라는 용어는 기다리는 사람 또한 우리학교 사람이라면 약속 시각에 늦은 사람을 지각쟁이가 아니라 조금은 단지 여유로운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들게 한다. 그런 면에서 난 이 용어 자체가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
POSTECH TIME 외에 우리가 흔하게 지키지 않는 시간 약속은 수업시간이다. 출석을 따로 점수에 반영하지 않는 수업이라면 어김없이 그 수업의 출석률은 감소한다. 특히 아침 수업인 경우 지각하는 학생의 비율도 높다. 하지만 내가 본 사례 중에 가장 부정적인 사례는, 학생들이 수업에 거의 나오지 않다가 가끔 교수님께서 출석체크를 하신다고 하면 달려오는 경우이다. 수업시간에 50분이 넘게 지각해 놓고 지각인데 출석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러한 면을 대학생 개인의 자율적인 시간 관리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난 이런 의견에 반대한다. 나는 출석이란 교수님과 우리의 시간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수강신청을 할 때 그 시간에 교수님과 만나서 그 수업을 듣기로 약속한 것이다. 그래서 교수님은 그 시간에 강의할 자료를 준비하고 학생들은 교수님께서 준비한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에 출석하지 않는다면 교수님께서 강의 준비를 위해 들인 시간은 아무런 의미 없는 시간이 되니 말이다. 그러므로 수업시간에 나타나지 않거나 지각을 한다면 우리는 교수님의 시간을 낭비한 것이고, 시간 약속을 어긴 것이다.
최근 SMP(Student Mentor Program) 멘토 활동을 하면서 이러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수업시간을 공지했는데 뒤늦게, 수업 직전에 어떤 일 때문에 못 온다고 말해버리면 수업하는 사람 입장에서 짜증이 나기도 하고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SMP라는 활동에 애착심을 갖고 있어서 잘 가르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우리 팀이 좋은 점수를 받게 하려고 애쓰는 편인데, 수업시간에 안 와버리면 점점 수업하기가 싫어지고, 준비하는 일조차 귀찮아진다. 교수님도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실까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서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사례들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제 우리들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POSTECH TIME이란 용어의 의미를 시간 약속에 늦는 포스테키안이 아닌 시간 약속을 칼같이 잘 지키는 포스테키안의 습관으로 바꾸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괜찮다고 느끼고 어기는 시간 약속들, 이제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