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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소수의견, 그리고 동조
[373호] 2016년 05월 04일 (수) . .
세 명 이상이 모인 집단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종종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토의를 거쳐 의사결정을 내릴 경우, 다른 구성원의 영향력을 비판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파동의 뒷면에는 아마도 집단 의사결정 과정에 많은 문제점이 존재했을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시판을 결정하는 회의에서 과연 해당 제품의 위험성을 제시하는 의견이 없었을까? 시판을 최종 결정한 점으로 미루어 봤을 때, 위험성을 제시한 사람들은 소수였을 가능성이 크고, 아마도 집단 움직임의 대세는 시장 확장을 위한 시판 결정이었을 것이다. 많은 인명, 재산 피해를 가져온 1961년 미국의 쿠바 피그만 침공이나 1986년 챌린저 우주 왕복선 폭발 사건의 경우, 잘못된 의사결정의 사례로 언급된다. 이러한 최고의 두뇌집단이 내리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왜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가? 
인간은 종종 오류에 빠지는 것을 피하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개인이 범하는 다양한 유형의 오류는 집단 상황이 되었을 때 종종 확대되기도 한다. 인간은 편향에도 쉽게 빠져 우리 그룹이 진행하고 있는 연구의 성공 가능성을 과대평가하여 지나치게 낙관할 수 있다. 우리는 정보처리에 시간을 들이고 신중을 기해서 의식적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직관적이고 자동적인 통로에 의존하여 오류와 편향을 피하지 못한다. 우리는 또한 집단 역학성 때문에도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린다. 어빙 재니스는 ‘독창성의 적’인 집단사고 (groupthink) 개념으로 해당 문제를 제기했다. 집단사고는 특히 구성원들 간의 친목을 중시하고 공동체 의식이 강한 집단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구성원들은 집단 내의 갈등 발생을 꺼리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제시되어도 제대로 된 분석이나 평가를 내놓지 못하며 소위 ‘해피토크’만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하버드 대학의 캐스 선스타인은 <Wiser>라는 책에서 집단 사고의 유형을 좀 더 세분화했는데, 폭포효과, 극단화, 그리고 히든 프로파일 무시하기 등이다. 이러한 유형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관찰될 수 있다. 폭포효과는 회의 중 누가 어떻게 첫 발언을 시작하느냐에 따라 나머지 회의의 역동성이 결정된다는 의미이다. 심할 경우, 리더에 의해 제기된 첫 발언이 그대로 최종 결정이 될 수 있다. 리더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한 후 본인의 의견을 밝힐 필요가 있다. 집단 내에서는 ‘끼리끼리’사고의 위험성도 존재한다. 만약 가습기 살균제 시판에 대다수의 집단 구성원이 동의하게 되면, 그들은 살균제의 단점 보다는 장점을 논의하게 되고, 살균제 시판에 대해 다소 중간 입장을 취했던 사람들도 장점의 방향으로 동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시판에 동의하게 되는 경향성은 집단 회의 후 더욱 강해진다. 이러한 역학성은 시판 반대 방향도 마찬가지이다. 회의 후 균형이 무너지는 이러한 집단 극단화는 성향이 유사한 사람들끼리 외부와 단절된 채 논의했을 때 더욱 두드러진다. 따라서 내 주변에 나와 동일한 성향의 사람이 많을 경우, 좀 더 균형을 찾고자 적극적으로 외부 다양성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리더는 본인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만을 가까이 두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집단으로 논의할 경우, 모두 알고 있는 공유된 정보에만 초점을 두어 토론하는 경향이 있다. 집단의 장점은 각 구성원의 다양성과 특이성인데, 이러한 점은 보통 숨겨져 있기에, 리더의 경우 이처럼 공유되지 않은 정보를 잘 이끌어내야 좋은 결정에 도달할 수 있다. 신규채용을 결정하는 회의 참가자 4명 모두에게 후보 A의 장점 4가지를 알려주고(공유정보), 참가자 각 1명에게 후보 B의 고유한 장점 2가지씩 (즉, 후보 B는 총 6가지의 장점이 있고 이는 공유되지 않은 정보) 알려줬다 하자.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공유된 정보에 초점을 두어 토의를 하게 되고, 최종적으로 각 참가자가 보유하고 있는 히든 프로파일이 무시되면서 후보 B보다는 A를 채용하게 된다.      
많은 경우,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제시한 의견을 존중하고 그들의 비난을 피하길 원한다. 이는 위계질서가 뚜렷한 집단일 경우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면 리더는 각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소수의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장치를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어떤 제안서가 만들어지면 해당 제안서를 의도적으로 비판하는 사람들(‘악마의 변호인’)을 지목할 수 있다. 진정한 반대가 아니라는 한계점은 있지만, 시도조차 없는 것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또한 블루팀(아군)과 레드팀(적군)을 꾸려서 철저한 경쟁을 통해 레드팀에게 블루팀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미션을 줄 수도 있다. 혹은 집단으로 모이기 전에 개별 의견을 무기명으로 수집하는 방법도 있다. 이미 국내외 많은 조직들이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집단 내 의사결정의 역동성을 향상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들을 활용하고 있다. 교수, 학생,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는 우리 학교의 크고 작은 조직들도 이러한 장치를 활용하여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릴 확률을 최소화시키고, 최고의 아이디어가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논어>에 나오는 군자 화이부동(和而不同) 소인 동이불화(同而不和)를 되새겨야 한다. 군자는 화합하되 남과 똑같아지려 하지 않고, 소인은 같은 점이 많아도 서로 화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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